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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에 Nov 30. 2020

중국에서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

출국날 겪게 된 코로나로 인한 긴장감

어제는 당연히 회피하고 싶은 코로나 검사를 출국하기 위해 두 번씩이나 받아야 했다.

그것도 각기 다른 병원에서 3시간 이상이라는 시간 간격을 두어야만 한다. 이렇듯, 중국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에게 관련한 요구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그래도 가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갈수만 있다면, 여러 번이라도 하고픈 심정이다. 중국 대사관에서 발급하는 비자가 월초에 어떤 사유인지 중단되었다가 반갑게도 지난 금요일에 발급되었단다. 얼마간 포기하고 있던 상황이었던 탓에 마음이 바쁘기만 하여, 떠나보내야 하는 이들과 나눠야 하는 인사도 코로나를 핑계로 대부분 비접촉방식으로 대처했다.


오전에 서둘러 어제 검사한 코로나 검진결과서를 받으러 두 군데 병원을 바삐 다녀야만 했다. 문자로는 ‘음성’이라는 검사 결과를 통지받은 터였다. 한 곳을 거쳐 두 번째로 간 병원 입구에서 체온을 체크하던 직원이 두어 차례 더 이마에 측정기를 대고 체온을 측정한다.  

“선생님, 체온이 37도로 다소 높습니다.”

“그래요? 좀 전 다른 병원 입구에선 그런 이야기 없었는데... , 암튼 들어가도 되나요?”

“네”


아침 기온이 갑자기 내려간 탓에 혹시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나 노심초사하여 좀 과하게 챙겨 입은 옷에다, 오후 비행기 시간에 마음이 급해진 탓에 서두르느라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서 체크한 체온은 36.5도다.

“그럼 그렇지”


서둘러 공항에 도착, 체크인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 ‘열체크’에서 또다시 경고가 발생했다.

“선생님, 체온이 37도입니다. 37.3도이면 탑승이 거절되기 때문에 감안하셔야 합니다.”라는 것이다.


오늘처럼 체온에 민감해본 적이 있었던가?

좌석배치를 받은 후에 한참 동안을 출국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자리에 앉아서 기다려야 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출국장 입구로 들어섰다. 직원이 체온 체크를 하고선, “들어가세요”라고 한다. 그 말이 너무 반가웠다.


라운지에 들리려던 애초 플랜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또 다른 관문은 비행기 탑승 직전에 다시 체온 체크를 하고, 비행 중간중간, 체온을 체크하는 절차가 있다.

이후 과정에서는 체온 이슈가 없었기에  쪼그라든 심장만이 콩닥거렸다.


중국행 비행기 승무원들의 복장은 방호복으로 완전무장한 모습이었고, 몇몇 중국인인 듯한 승객도 비슷한 방호복을 입은 모습도 보였다. 운항 내내 과거처럼 승무원에게 물 한잔 달라는 요청을 하는 사람을 보질 못했다. 마스크 등으로 무장한 채, 모두들 매우 조심스러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긴장감이 못마땅한지 두서너 살 쯤으로 보이는 어린아이만이 소리 내어 칭얼칭얼, 비행 내내 엄마를 애타게 하였다.


이후, 중국의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한 시각부터 코로나 격리시설로 옮겨질 때까지 평상시보다 두세배 이상의 상당히 긴 시간을 긴장감과 순서를 기다리며 보내야 한다.

이곳엔 오직 두 부류만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짐짓 들었다. 방호복을 입은 우주인과 혹시 바이러스를 지녔을지도 모를 벌거숭이 지구인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곧장 입국심사대로 갔던 과거는 잊어버려야 한다.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이제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지구인이 직면해야 하는 절차는 코로나 관련하여 필수 앱이 된 위챗으로 나의 건강 신고서를 입력해서 제출해야 하고, 신고서가 요구사항에 적합하게 작성되었는지를 심사하는 까다로운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건강 신고서에는 중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어로만 되어 있고, 중국어로 작성되길 원하는 듯하다.

출국 전에 파파고 앱을 돌려서 해당 신고서 작성 예행연습을 한 덕분에 무난한 듯해 보였고, 나름 입력이 완벽하다고 생각되어 제출 버튼을 클릭했다. 이어서 나타난 인증 바코드도 캡처해두었다. 앞선 몇몇 분들이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보였다. 언어 탓과 요구하는 내용에 적합하지 못한 탓인 모양이었다. 불행히도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확인 절차 과정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중국 내 거주할 주소를 “달나라 아파트 단지”가 아닌 최소한 “510동”까지는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주변에 있던 한국인 유학생의 도움으로 무엇을 요구하는지 이해했고, 무리 없이 정리되긴 했지만, 중국 도착과 함께 직면하게 된 지극히 현실적인 첫 번째 소통 문제였다.

이어서 코로나 검사를 위한 샘플 체크 과정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뭘 어떻게 해달라는지 소통하기 쉽지 않았고, 코로 입으로 샘플봉을 밀어 넣는 것도 출국 하루 전 한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아무튼 이틀에 걸쳐서 무려 세 번씩이나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일단은 이것으로 입국을 위한 코로나 1단계 절차는 마친 셈이었다.


이후, 매우 한적한 입국장을 걸어, 한산한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서 세관 문을 박차고 나선 후에 마주한 모습 또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당연히 마중 나온 분들로 북적대던 예전 광경은 전혀 볼 수 없고, 한 줄로 길게 늘어선 줄 앞에는 방호복을 입은 우주인들이 절차를 통제하고 있었다. 길게 늘어선 줄에서 갓난아기와 어린아이를 동반한 한국인 부부의 모습을 대하는 순간, 애처로운 심정과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엄마와 어린아이 모두 상당히 지쳐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을 먼저 버스에 태워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어 보였다. 이때 부부 중 누군가의 중국어 실력과 임기응변이 필요할 듯하다. 코로나로 인한 긴장감 속에서도 이곳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그 정도 융통성마저 없을까 싶다.   


그 후 한참을 대기한 이후에 서서히 버스를 타기 위한 출구가 보였다. 이제부턴 2주간 격리해야 하는 시설로 가야 한다.

내가 어느 곳으로 배정되어 갈지는 모르고, 가는 중에도 알려주지도, 어느 누구도 묻지 않았다. 한 시간 가량 이동후에 도착한 어느 시설에서도 우주인과 마주했다. 출입문으로 들어서기 전에 짐가방이며, 나의 신체 아래쪽 부위에 소독액이 흠뻑 뿌려졌다. 필요하겠지요. 그러나 왠지 모를 찹찹함과 바지 아랫단으로부터 전해오는 축축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드디어 2주간 격리되어야 할 나만의 공간에 도착했다.

허름한 여관 정도의 시설이지만, 나름 만족하고 앞으로 2주를 버텨내야 한다.

시간은 이미 밤 11시를 훌쩍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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