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해볼래요"

by 길 위에


이제는 수동적으로 받기보다,
스스로 해보려는 의지가 몸짓으로 번집니다.

숟가락을 빼앗듯 잡아보는 작은 손,
그 손길은 아직 서툴지만 제법 단단합니다.


어느 날,

엄마와 함께 자색당근 이유식을 먹던 순간,
작은 손이 숟가락을 움켜쥐더니
마치 그림 그리듯 입을 향해 직진!
숟가락은 입 안이 아닌,
볼 한가운데에 자색 물감을 남기고 멈춰 섰지요.


당근빛이 번진 입 주변,
보랏빛 얼룩은 입꼬리에서부터 턱 밑까지 퍼지고,
코 옆에 살짝 묻은 당근 한 점은
마치 "여기! 나 잘했지?"라고 말하는 훈장처럼 빛났습니다.


엄마의 웃음이 터지자,
아이는 입을 헤 벌린 채 자색당근 미소를 지었고,
그 웃음 속엔 스스로 뭔가를 해냈다는 기쁨과 자부심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그 모든 모습이
엉뚱하고도 진지하며,
사랑스럽고도 웃음을 자아내는 풍경이었지요.
마치 작은 화가가
자신만의 첫 작품을 완성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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