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 과정을 복기하면서
결혼한 지 3년 차인 나에게 내 집 마련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인생에 있어 엄청난 결정이었다.
평생 그렇게 큰돈을 본 적도 없고, 부동산 계약이라는 것도 전세 계약만 해봤지, 매매 계약은 처음 해봤기 때문에 계약 당시에는 살 떨리는 심정으로 도장을 찍었던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계약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거고, 내 집 마련을 하고는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내가 직접 경험했던 내집 마련 과정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 보고 내 집 마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한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나 스스로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복기하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처음부터 내 집마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투자를 공부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항상 투자자와 실거주 사이에서 계속 고민을 했었다.
투자자는 대출을 최소화 하고 투자할 시드 머니를 충분히 챙겨놓아야 하고, 대출도 최대한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 나중에 생길 투자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다.
하지만 전세나 월세를 계속 살면서 이사에 대한 준비를 늘 하고 있어야 하고, 내 집이 없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반면 실거주는 큰 돈이 집에 묶여 있고 투자를 할 수 있는 시드 머니가 부족한 상황일 수밖에 없고, 투자를 하더라도 대출을 통한 리스크 대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집이 있다는 안정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내 집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와이프와 이야기를 하면서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투자자의 입장에서 전세를 살면서 시드를 계속 모으고 싶었지만, 와이프는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으로 리스크를 최대한 없애는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계속 투자자로 공부를 계속해나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와이프와의 시간을 많이 뺏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와이프와 의견 대립으로 앞으로 있을 투자자 생활에 영향을 받고 싶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내집 마련을 통해 와이프와의 의견 충돌을 최소화하고, 앞으로 있을 투자자로서의 삶은 영향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내 집 마련을 하겠다라고 생각을 한 뒤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월급쟁이부자들의 내집마련 기초반 강의를 수강하고, 우리 부부가 가진 자금과 월 실수령액, 지출 현황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가진 자금과 월 실수령액, 지출 현황에 대해 파악하는 이유는 그래야 우리가 살 수 있는 가격대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하면 월 수입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를 알아보기 위함이고, 월 실수령액은 대출을 받았을 때 원리금을 어느 정도까지 낼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맞벌이 기준으로 총 수입 중 원리금은 20~30% 수준으로 잡고 20~30%는 생활비, 나머지는 저축으로 자금 현황을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은 와이프의 수입은 전부 저축을 하고 있고, 원리금과 생활비는 내 수입으로 해결하고 있다.
다음으로 해야할 일은 내 예산대에 맞는 지역과 물건을 찾는 일이었다.
우선 지역은 최대한 서울과 가까운 지역을 찾되 나와 와이프가 출퇴근을 하기에 무리가 없는 지역에서 찾아야 했다.
그렇게 찾다 보니 수도권 1호선 라인에 있는 지역 위주로 찾아보았고, 안양/수원/화성 라인으로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물건 조건을 따지는데 있어 가장 어려움이 많았는데, 나는 구축이나 신축이나 크게 상관없었고, 연식보다 지역을 우선시하여 찾았지만, 와이프는 지역보다는 물건의 컨디션을 위주로 찾아보았다.
여기서도 와이프와의 약간의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의견 고집은 내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물건을 좀 더 자세히 찾아보기로 했다.
대략적인 매물 컨디션은 다음과 같았다.
2010년~2020년식 사이
가격 n억 이하
가급적 대단지
역세권
회사와의 거리
냉장고가 주방안에 있을 것
다른 조건은 이해가 되지만 마지막 냉장고가 주방 안에 있을 것이라는 조건은 아마 보는 사람에 따라 왜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자인 나로서는 처음 들었을 때 공감할 수 없었지만, 비교적 주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여자의 입장에서 볼 때 냉장고가 주방밖으로 나가게 되면 이동이 불편하고, 겨울철에도 힘들다는 것이 와이프의 생각이었다.
이것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아파트들의 평면도를 보면 같은 25평대 아파트여도 주방의 구조가 냉장고가 실내에 들어올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고 주방 베란다 밖으로 빠지게 되는 구조를 많이 볼 수 있다.
와이프는 이 구조를 반대했고, 실내에 냉장고가 들어오는 구조를 강하게 원했던 것이다.
사진에서 보면 좌측은 2009년식으로 주방 내 냉장고가 들어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고, 발코니쪽으로 해서 냉장고가 나가야 하는 구조로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2021년식 25평은 주방 내 별도 공간이 있어 냉장고가 실내에 들어올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결국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매물을 찾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와이프가 만족하는 구조의 집을 선택하여 잘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구조의 집을 찾는게 쉽지만은 않았다.
연식이 비교적 최신이고, 역도 가까워야 하고, 가격대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물건을 찾아봤었고, 안양/수원/화성에서 방문한 매물 수만 적어도 20~30개는 봤던 것 같다.
1차로 나 혼자 퇴근 후 부동산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찾기 시작했고, 전셋집 만기 1년 전 어느 지역에 신축 대단지, 역세권 아파트가 눈에 띄었었고, 그 아파트를 임장 가기로 했다.
역세권이라 역에서도 도보 10분 거리에 2020년 이후의 신축 상태, 저평가된 물건 가격, GTX 호재 등 다양한 조건들이 나와 와이프가 생각한 조건과 일치했고, 바로 부동산에 매물을 찾으러 갔다.
전세 만기 1년 전에 원했던 가격대에 매물이 나왔지만, 아직 전세 기간이 많이 남았던터라 입주 시점 협의가 되지 않아 해당 물건을 날려 보냈다.
약 2~3개월 뒤에 첫 물건보다 3천만 원 정도 비싼 물건이 나왔지만 집주인의 심경 변화로 인해 가격을 3천만 원 더 올려 부동산에 내놓은 까닭에 그 물건도 날려 보냈다.
이 과정에서 와이프와 함께 매물을 보고 상태 체크까지 했던 상황이라 와이프도 상당히 마음에 들어 했어서 나는 더욱 아쉬움이 컸었던 것 같다.
이렇게 포기하는 심정으로 시도나 해보자라는 마음에 그 단지에 있는 모든 부동산에 들러 매물을 날렸던 내 이야기를 전하면서 명함을 뿌리고 돌아왔다.
당시에는 상당히 절박한 심정으로 돌아다녔고, 그때가 전세 만기 4~5개월 전의 시점이었던 것 같다.
명함을 뿌리고도 별다른 연락이 없어 그냥 전세를 한번 더 살면서 다른 매물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물건을 찾던 중 마지막으로 명함을 돌렸던 사장님께 연락이 와서 상황 설명과 함께 계약을 할 거냐고 나한테 물어왔다.
당시 상황은 최초 가격은 내가 예산 설정한 금액의 +2천만 원인 상태의 물건이었는데 더운 여름날 내가 명함을 돌리고 다니는 것이 딱해보였는지 2주 정도 지난 후, 부동산 사장님은 좋은 물건이 있는데 2천만원 깎아오면 계약 진행할 것이냐고 물어왔던 것이었다.
매물 상태도 와이프와 미리 확인해 놨었고, 동과 층, 호수, 구조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바로 계약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이야기가 되어 나는 계약금으로 2천만 원을 송금했고, 장장 1년 동안 찾아 헤맸던 내 집을 드디어 계약하는 순간이었다.
계약은 가계약, 본계약, 중도금, 잔금 순으로 지급하는데 본계약금, 중도금, 잔금의 비율을 10%:40%:50% 정도로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계약 조건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저 정도의 금액을 지급하고, 가계약금은 본계약금의 10% 수준으로 계약 전 예약하는 느낌으로 지급한다.
가계약금이 들어가게 되면 이 사람은 계약을 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부동산 사장님이 파악하시고, 계약 진행 중인 물건을 부동산 매물에서 삭제하고,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어쨌든 잔금까지 마치고, 이사하는 순간까지 정말 많은 에피소드가 많지만 이 부분은 추후 기회가 된다면 또 글을 써서 정리해 놓겠다.
내집마련 과정을 복기하면서 느낀 점은 아마 내가 2번째 매물이 날아간 뒤에 포기하고 명함을 돌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 집은 누군가에게 팔렸을 것이고 나는 또 전세집에서 계속 지내게 되었을 것 이라는 것이다.
물론 가격을 올려서 산다면 살수 있는 매물도 많았지만 내 집 마련이든 투자든 싸게 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명함 팔면서 노력했던 과정이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후 투자를 하거나 갈아타기를 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으면 좋은 기회는 꼭 오기 때문에 미리 준비만 잘해둘 수 있도록 해야겠다.
나도 그렇고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 중에는 계약을 많이 해본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다면 인터넷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고, 주변에서도 경험해보지 않으면 상세하게 어떤 과정으로 계약이 진행되는지 알 길이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계약을 했지만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참고가 될 수 있는 가이드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