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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Nov 13. 2023

사랑이라는 마약

 갑자기 찾아온 한파 때문에 올해 처음으로 교실에 히터를 틀었다. 건조해진 공기 탓인지 아침에 일어났더니 턱 쪽에 각질이 느껴졌다.

 '그래, 이제 책상 위에 가습기도 놓아야겠다.'

 재작년에 마음씨 좋은 독서모임방 천사에게 받은 분홍색 가습기를 주섬주섬 찾았다. 다행히 usb에 연결하는 선도 무사히 있었다. 찬물을 담고 분무구를 면봉으로 톡톡 닦았더니 금방 열심히 분무가 시작되었다.     


 사랑을 받는다면 행복해야 할 텐데 요즘의 나는 어딘가 모를 허전함에 마음이 텅 빈 것만 같다. 하고 있는 일과 직책이 부담되고, 새로 시작한 공부가 만만치 않은 이유도 있으려나. 호기롭게 다시는 안 보겠다며 전화와 카카오톡을 차단하며 잠수하다시피 헤어진 그 남자의 빈자리도 미움을 넘어서 이제는 조금씩 느껴질 때도 되었나 보다.

 많은 사람이 내게 호의적이며 나도 사람들 사이에서 즐거운데 어째서 혼자 있을 때면 이렇게 시금털털한 기분이 되는지 모르겠다. 아닌 척 하지만 실은 바쁜 와중에 여러 사람 사이에서 중재하며 일하는 게 힘들고,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진다.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강력한 확신을 외부로부터 주입받고 싶다. 세상을 단번에 봄으로 만드는 사랑의 마약이 간절해졌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제는 지금 잠깐 드는 충동 때문에 나중에 부끄러울 일은 하지 않는 그런 어른이고 싶다. 욕심을 내려놓고 소소한 주변 일에 감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력해도 참 어렵다. 어쩔 수 없는 한 사람이고, 또 한 여자로서 고민하는 나를 본다. 좀 더 힘을 내자. 이제 옳고 그름을 아는 정도는 되니까. 그간의 많은 경험은 결국 이러려고,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있었던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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