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이었을까?
제3장: 사랑이란 무엇이었을까?
전처를 처음 만난 건 중국 베이징 여행을 통해서였다.
여행을 좋아했던 나는 분기별로 테마를 정해 국내 여러 곳을 다니곤 했고, 해외여행을 위해 1년간 적금을 모은 후 첫 해외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그때 우연히 MSN 메신저를 통해 알게 된 전처와 연락을 주고받았고,
그녀가 베이징 여행을 도와주기로 하면서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몇 차례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우리는 사랑을 싹틔웠고, 1년 후 우리는 결혼을 결심했다.
작은 17평 아파트에서 시작된 우리의 결혼 생활은 처음에는 많이 달랐다. 서로 다른 배경과 성격 탓에 자주 다투었지만, 첫째가 태어나면서 우리는 조금씩 서로에게 맞춰가며 다시 화목한 가정을 이뤄나갔다.
첫째 딸은 사랑스러운 애교덩어리였고, 외벌이에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행복했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그 행복은 두 배가 되었고, 나는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새벽에 우유 배달을 하며 부족함을 메우려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관계는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첫째가 초등학교 3학년, 둘째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 육아에 지친 전처는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남편 자랑을 하던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 나를 남과 비교하기 시작했고,
만나는 사람들도 이혼녀나 이혼을 준비 중인 사람들이 늘어났다.
나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꼈지만, 그녀에게 더 신경을 쓰고자 했던 내 노력은 별 소용이 없었다.
그 무렵, 전처는 친구의 소개로 부동산 일을 시작했고, 저녁 식사는 집에서보다 음식점에서 해결하는 일이 잦아졌다.
주말에도 전처는 육아에서 멀어졌고, 나는 점점 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다툼 끝에 전처는 이혼을 요구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충격에 빠졌고,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 후로도 나는 노력했지만, 아내의 늦은 귀가와 술자리는 계속되었고, 다툼은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전처는 다시 가정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때부터 새로운 취미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고, 나는 타지역으로 전출되어 주말부부 생활을 1년간 이어갔다.
그동안 전처는 다시 늦은 귀가를 반복했다. 나는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했고, 주중에도 갑작스레 집에 돌아와 그녀를 확인하곤 했다.
하지만 아내는 점점 더 나를 힘들어했고, 우리 사이의 거리는 더욱 멀어져만 갔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6개월이라는 말이 있다. 한번 틀어진 마음은 돌아서지 않았다. 나 또한 이혼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당하지 말고, 내가 원할 때 이혼하자"라고 스스로 다독였지만,
그 결심은 쉽게 실천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나는 집에서 혼자가 되는 일이 잦아졌다.
혼자 남은 시간, 나는 스스로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분기별로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나의 지난날, 가족,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했다.
백패킹, 동남아 바이크 투어 등 처음엔 혼자 여행하는 것이 어색했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묻고 답하며 과거와 마주하는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도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아이들과 단둘이 배낭여행을 떠나고, 오토바이 뒷좌석에 아이를 태워 여러 좋은 곳을 함께 여행했다.
그런 시간을 통해 나는 아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경험을 주려고 노력했다.
지금도 아이들을 위해 경험하는 것에 기꺼이 투자하고 있으며, 그들이 올바르게 자라준 것이 나에게 가장 큰 위안이자 행복이다.
이혼 후, 부모로서의 사랑은 새로운 차원으로 다가왔다. 나는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했고,
그들에게 부족함 없이 사랑을 주고 싶었다. 큰딸이 주말에 집으로 돌아오면 함께 카페나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야구장이나 축구장, 콘서트장에도 함께 가곤 했다.
그런 시간들은 우리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순간이었다.
작은딸은 여전히 활기차게 나를 반겨주었지만, 그 웃음 뒤에는 상처도 숨겨져 있음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애어른처럼 성장한 것을 보면서, 나는 그들에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다.
너무 일찍 그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나는 부모로서의 사랑을 다시 정의하고 있다. 그것은 책임이자 헌신이며, 끝없는 배려를 필요로 하는 사랑이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나는 여전히 그 답을 찾아가고 있다.
결혼 생활 속에서의 사랑과 부모로서의 사랑은 서로 다르지만, 그 둘은 모두 나를 성장시켰고,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이혼은 나에게 큰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랑의 형태를 깨닫게 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들에 조금씩 답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에게 사랑은 책임이자 헌신, 그리고 끊임없는 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