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타워

- 그리운 남쪽 불빛

by 이응지읒

큰 도시 중심부에는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타워가 하나씩 솟아있다. 서울에는 남산타워, 도쿄에는 도쿄타워, 파리에는 에펠탑, 뉴욕에는 자유의 여신상일까. 오클랜드에도 그런 게 하나 있다. 이름하여 ‘스카이타워’




2004년 가을. 내년 봄에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갈 거라고 주변 이들에게 소문을 내고 다녔다. 원래 말은 입 밖으로 나와야 씨가 되어 자라는 법이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되묻곤 했다.


그… 네덜란드는 언제 간다고?

WHAT??

네덜란드라고 굽쇼???


아니 아니, 벨기에 위 독일 옆에 있는 네덜란드 말고, 호주와 남극 사이 기다란 두 개의 섬으로 이뤄진 뉴질랜드!


분명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했건만 왜 매번 말짱 도루묵이 되곤하는지...


나는 내 말대로 그 '뉴. 질. 랜. 드.'에서 1년을 살다왔다.


사람보다 방목 양이 더 많은 이 작은 섬은 한적한 낙농업 국가다. 그중 그래도 가장 번화한 곳은 북섬의 '오클랜드'라는 도시인데, 거기서 가장 볼만한 게 '스카이타워'다.


스카이타워는 328미터로 남반구 타워 중 가장 높다. 날씬한 기둥과 비행접시 같은 날렵한 마름모꼴의 전망대, 그 위로 피뢰침 같은 뾰족한 상부가 길게 솟은 디자인은 아주 세련됐다. 아울러 밝은 회색이기 때문에 밤에 조명을 비추면 흰 도화지처럼 그 색을 오롯이 담아낸다. 파랑, 노랑, 빨강, 초록, 흰색 등등.


퀸스트리트 중간쯤, 샛길로 나 있는 빅토리아 스트리트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스카이타워가 있다. 퀸스트리트는 오클랜드의 메인 도로다. 범선 모양의 힐튼 호텔이 있는 항구에서부터 약 2킬로미터 정도. 양옆으로는 고층빌딩이 늘어서 있다. 인도는 좁은 편이라 오가는 행인들로 붐비는 편이다. 아, 붐빈다고 해서 한국의 홍대나 강남 같지는 않다. 뉴질랜드는 한국보다 두 배는 넓지만 인구는 10분의 1밖에 안 되는 곳이니까.


내가 스카이타워를 좋아하는 이유는 ‘타워’ 임에도 불구하고 친근하기 때문이다. 남산타워처럼 산꼭대기에 있어 걸어가려니 힘들고, 케이블카를 타자니 돈이 아깝고, 대중교통이나 주차장은 늘 상 붐벼 자주 가기 꺼려지는, 이런 부담감이 없다. 중심 도로에서 100미터 정도만 걸어가면 닿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소박하고 정겨운 타워란 말인가.


그 시절 나는 스카이타워를 자주 올려다봤다. 시내 어디에서나 고개를 들면 하늘에는 항상 스카이타워가 있었다. 낮에는 푸른 도화지의 양 떼 같은 흰 구름 사이로 반갑게 인사했고, 밤에는 취침등처럼 잘 자라 속삭였다.




십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남산타워가 보이는 용산으로 출퇴근을 한다.


남산타워의 불빛은 그날의 대기 질을 말해준다지만, 그 불빛을 볼 때마다 미세먼지 농도가 아닌 지구 반대편의 스카이타워가 궁금하다.


그곳의 오늘은 무슨 색일까?


또 어떤 나와 같은 이들이 그 불빛에 기대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드리운다.


오클랜드의 스카이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