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Beautiful

- 기억을 담은 노래

by 이응지읒

전주의 기타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떨리는 노래가 있다.


2005년 7월.

비가 주적주적 내리는 쌀쌀한 겨울에 들었던, 목소리는 싸라기눈처럼 서늘하지만 귓가에 닿으면 금방 녹아내리는 애잔함이 있는.




뉴질랜드 생활 5개월 차였다.


남반구에 있는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다. 장마 혹은 뙤약볕으로만 기억되던 21번의 생일과 다르게 22번째 생일에는 으슬으슬한 추위를 경험했다.


우리나라 겨울보다는 기온이 높았지만 해를 보기 힘든 우중충한 하늘은 고국을 그리는 감상에 젖게 만들곤 했다.


당시 영어 공부로 저녁때 라디오를 종종 들었다. 이전에는 팝송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영어에 익숙해지고 나니 가사가 들려 노래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팝송 중 마음에 드는 곡을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 반복하여 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James Blunt’의 <You’re Beautiful>이었다.


후렴구는 You’re beautiful이 반복되었고, 박자도 느려 따라 부르기 쉬운 곡이었다.


한참 이 노래에 빠져 있다가 결국 귀국 때 나를 위한 기념품으로 이 가수의 CD를 사 왔다.


이후 이 노래는 국내자동차 TV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쓰여 우라나라에서도 유명해졌는데, 나는 후렴구보다 앞부분의 기타 연주 부분을 더 좋아했다.


또한 뮤직비디오도 좋아했다. 눈 내리는 얼음 절벽에 앉은 남자가 정면을 응시하며 읊조리듯 노래를 부르며, 옷을 하나하나 벗고 소지품까지 모두 바닥에 내려 놓은 뒤, 검푸른 바다로 뛰어든다.


가사의 내용은 이렇다.


남자는 거리에서 우연히 천사 같은 여자를 마주쳤다. 하지만 그녀 곁에는 이미 연인이 있다. 둘은 한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답다. 너무너무너무. 하지만 나는 그녀와는 결코 함께하지 못할 것임을 안다.


군인 출신 가수에게서 나온 감성 치고는 매우 애틋하고 짠하다.




한국에 돌아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고, 취업을 하고, 그때로부터 거의 10년이 다 돼 갈 때쯤. 이 노래와 함께한 또 다른 추억이 생겼다. 취미활동 동호회를 나갈 만큼 삶의 여유가 생긴 시기였다.


동호회에서 호감이 생긴 남자의 차를 처음 타게 된 날. 그가 시동을 걸자 익숙한 기타 연주 소리가 났다.


그리고 곧 -


My life is brilliant

탄성을 질렀다.


왜 그러냐는 그의 말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예요.’라며 그를 바라봤다.


두근대는 심장이 옆에 있는 그 때문인지, 스피커에서 울리는 그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이제 이 노래를 들으면 두 개의 기억이 떠오른다.


20대 초반, 맨몸으로 부딪혔던 뉴질랜드에서의 생활과 30대 초반, 나와 비슷한 감성을 지녔던 그.


찰나 같은 순간었다.

3분여의 이 노래처럼.

끝났지만 머릿속에서 맴도는 이 멜로디처럼.


노래에 담긴 그 시절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