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팀의 해체.. 나는 어디로?
- 사업팀 해체, 나는 어디로..?
3주 전쯤, 부서 사람들 사이에서 흉흉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한다.
최근 대표이사님께서 바뀌면서 회사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할 예정이고, 이로 인하여 내가 속한 사업팀이 해체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작년 4월 사내 직무 이동 프로세스를 통해서, 직무와 담당 제품/기술을 완전히 바꿔버린 나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이제야 부서 사람 대부분과 마음을 트기 시작했고, 일이 손에 잡히기 시작했고, 내가 하는 일이 재미있다고 느끼고 있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소문은 금세 현실이 되었다.
정리하기 쉬운 조직은 타 사업부로 합쳐지고, 내가 맡고 있던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ALL-Stop 되어 하루아침 회사에 앉아있는 백수 신세가 되었다.
- 원치 않던 사업부로 배정을 통보받다.
조직 개편은 부문 인사팀과 내가 속해있던 조직의 인사팀이 합심하여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FAB이라는 시설을 갖춘 곳은 해당 설비를 흡수할 수 있는 곳으로 흡수되었고, 유지해야 할 기술/개발은 따로 부문 직속팀이 되어 기존 사업팀을 떠나갔다.
애매한 것은 내가 속한 조직이었다.
실제 기술과 제품을 만들어내는 조직이 아닌 마케팅 조직은 여기도 저기도 낄 수 없는 애매한 위치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속한 조직 이외의 다른 곳들은 모두 부서배치가 되었을 때, 마케팅 조직만 달랑 조직도 상 남아 앞으로 벌어지게 될 인사발령을 기다리는 불안함 속에 지난 2주를 보냈다.
나는 어떤 옵션이 주어질지, 어떤 배정을 받을지를 기다리며 하루종일 아무것도 없는 모니터를 쳐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기술 Background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업부로 가야 한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 혼돈 속에서 살아남다,
통보받은 사업부를 외부에서 바라보면 꽤나 나쁘지 않은 조직으로 보인다.
사업부들 가운데 속한 사람들의 학력들이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고, 위치도 회사 건물들 중 가장 큰 건물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나는 지난 약 1년 6개월간 해온 나의 업무/직무가 마음에 들었기에 어떤 일을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새로운 사업부로 이동하여 원치 않는 부서로 옮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주변에서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그 첫째는 평소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옆 그룹의 상무님이었고, 두 번째로는 나의 직속 부서장님이었다.
옆 그룹의 상무님께서는 Big2 사업부 중 한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으며, 이동하셔서도 지금 내가 속한 조직과 동일한 역할을 맡게 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상무님께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려 함께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다행히도 나의 마음과 상무님의 마음이 통하여 상무님께서 인사팀에 입김을 넣어주신 덕분에 상무님께서 속한 조직으로 사업부/부서를 변경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직속 부서장님께서 인사팀에게 나를 잘 설명해 주셨기에 인사팀에서도 나를 좋게 평가하여 보통이라면 허락하지 않았을 예외를 만들어 나를 옮겨준 것이 아닌가 지금에 와 생각한다.
- 기회는 준비된 사람의 것
이번 인사발령을 내가 희망하는 대로 성공시킨 것은, 물론 내가 전략적으로 상무님과 재빨리 소통하여 이루어낸 것이기는 하나 단순히 해당 과정만으로 이루어낸 것은 아니기에 이번 포스팅을 작성했다.
내가 기존에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준비를 무의식적으로 진행했기에 그 기회가 나에게 왔다고 생각한다.
첫째로는, 지난 1년 6개월간 일을 하며, 주변 사람들이 꺼리는 일이라도 상급자가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모든 과제를 맡았다.
올해 초 성공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대형 고객의 과제를 받아 진행했는데, 이 과제를 진행한 경험이 앞으로 이동하게 될 부서의 item과 일치하여 인사팀을 논리적으로 설득함에 있어 도움이 되었다.
둘째로는, 부서 사람 각자가 모두와 친하게 소통하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에, 나의 모습을 잘 봐주신 직속 부서장님께서도 주실 수 있는 도움은 모두 주셨기에 자신감 있게 인사팀과 대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부서에서 나아가 회사 같은 층, 회의 때 만나는 타 부서의 사람들 모두와 한 마디 나누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있었기에 상무님과 인연이 닿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상무님의 부서로 이동하는 것까지 연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언제나 준비되어 있을 것
내가 평소 주변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이번과 같은 나의 앞날에 어떤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다만 나는 나의 성장을 목표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러한 준비된 자세는 실제로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능력으로 발현되었다.
사업팀 해체와 부서 이동 과정에서 느낀 점이 참 많다.
실력이 있는 선배들은 조직개편 과정 내내 편안해 보였고, 자신의 실력이 불안한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은 불안감에 쌓여 2주 내내 눈치만 보던 상황들이 기억에 남는다.
이번 일을 통해 평상시의 내 모습이 쌓여 큰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능력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절실히 배웠기에,
보통의 때에도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나를 꾸준히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앞으로 이 생각을 그대로 실현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