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로맨스 지침서

로맨스 코미디의 설레는 공식

by 사과실

어느 나이에든 어울리는 장르가 로맨스라지만 어느 나이에나 쉽지 않은 것도 로맨스다.


나는 여러 번 누군가를 좋아했고, 그보다 적은 수의 썸을 탔으며, 또 그보다 적은 수의 연애를 했다. 세상을 사는 재미도 없고 아무런 의욕도 없는 요즘, 집에서 영화만 보다가 내가 로맨스 영화만 고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조차 가물가물한 내게 즉각적인 달콤함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영화.

항상 어렵기만 했던 연애와 사랑이 영화 속에서는 어찌나 시원시원하고 낭만적이던지. 영화를 보며 떠오르는 기억과 감상을 어딘가에 적어 내려가고 싶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나의 사랑이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있을지 모르니까, 혹은 내 사랑도 아름다웠다는 위로를 받을지도 모르니까. 영화 속 사랑을 통해 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실행하고 미래를 꿈꿔보려고 한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사랑이 존재하지만 연애감정을 바탕으로 한 사랑만을 다룰 것이다. 노골적인 로맨스 영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영화, 로맨스 영화라고 단정 짓기는 뭣하지만 연애감정을 다루는 영화.

이런 영화에는 단계별 공식이 존재하는데 특히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그렇다.


1단계. 우연하지만 운명적인 만남(meet cute)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The holiday)'에서는 '미트 큐트'에 대한 설명이 아주 잘 나와있다. 잠깐 설명을 빌려보겠다.


두 사람이 가게에 들어오더니 동시에 잠옷을 집는다.

한 사람은 말한다, '저는 윗도리만 있으면 돼요.'

그리고 다른 사람은 말한다, '저는 바지만 있으면 돼요.'


우연한 만남이지만 두 사람이 운명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가 등장하면서 영화 속에서 서로 사랑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표시해준다.


2단계. 장애물

어떠한 관계든 어려운 일을 함께 극복하다 보면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다. 사랑 또한 마찬가지다.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서로 마음이 상하거나 싸우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된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내 감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3단계. 달리기

단어만 보면 뜬금없어 보이지만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영화의 결말에서 달리기가 빠지면 섭섭하기까지 하니 은근히 중독성 있는 장치다.

사랑하는 사람을 놓칠 위기(출국, 결혼 등)에 처했을 때 가장 극적으로 그 사람을 되찾을 때 주로 등장한다. 달리기라는 행위 자체가 심장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어주지 않는가. 인물에 이입해 영화를 보다 보면 나도 달리는 것처럼 숨이 차오르고 그 상황에 있는 것처럼 심장이 떨린다.


(출처: 라디오 This American Life의 'Rom-Com'편,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The Holiday)')



안타깝게도 로맨스는 또 다른 판타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영화 '케이트 & 레오폴드(Kate & Leopold)'에서 케이트는 '로맨스는 성인용 산타클로스 이야기(Grown-up version of Santa Clause)'라고 말한다. 이렇게나 마음에 와 닿을 수가. 그럼에도 아이들은 산타클로스를 믿는다. 세속적으로는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주는 사람이니까, 낭만적으로는 산타클로스가 없는 크리스마스는 허전하니까. 로맨스를 믿는 이유도 비슷하다. 로맨스가 있어야 연애를 할 수 있고 로맨스가 없는 인생은 허전하니까.


나이가 들면서 더 이상 산타클로스의 존재는 믿지 않지만 산타클로스 없는 크리스마스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도 로맨스를 믿지 않는다고 쿨한 척하지 않을 것이다. 로맨스 없는 인생을 바라지 않으니까. 영화 한 편에 글 하나를 써 내려갈 때마다 내 사랑도 성장하길 바란다. 두근두근 설렜던 날과 앞으로 설렐 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