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타를 위한 스쿠버다이빙 3
만타를 위한 스쿠버다이빙 2 에 이은 글입니다.
뒤집힌 몸은 마스터가 구워해 주지만
수압은 온전히 견뎌야 하는 나만의 몫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내 몸은 마스터에게 구원받았지만 수압은 내가 온전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 바닷속에서 체감하는 수압은 생각보다 높다. 특히 어드밴스는 40m까지 내려가는데 내 경우 30m 언저리에서 마스크가 내 눈을 뽑을 것처럼 조여져 왔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다들 하고 있잖아.' 질소마취가 30m부터 온다고 하니 걱정스러운 수심이긴 하다. 그렇지만 두려워 마세요. 공황장애 있는 저도 했답니다. 모두 할 수 있어요.
40m에서 약 5분 정도 머물다. 서서히 올라온다. 깊은 바다에서 벗어나고 싶어 무작정 수면으로 올라오면 감압병에 걸릴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절반 깊이인 20m에서 3분, 또 절반 깊이인 10m에서 3분, 그리고 수면 위로 오르기 전 5m에서 안전정지를 한다. 아주 서서히, 천천히 수면으로 올라온다.
뜻대로 안 되는 중성부력과
격렬한 춤사위로 얻은 두통 역시 온전히 내 몫
어드밴스 첫날 2번째 다이빙에서 40m까지 내려갔다. 드디어 했다. 가장 어려울 것 같았던 깊은 수심. 이제 남은 다이빙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헛, 그런데 웬걸. 3번째 다이빙에서 일정 수심에서 일정 시간 머무르는 중성 부력을 실습했는데 이게 도통 잘 되지 않는다.
수심 조절은 기본적으로 본인의 들숨과 날숨으로 하고, 인위적으로 BCD에 부착된 인플레이터와 디플레이터로 몸을 위, 아래로 위치 조정한다. 앞선 마스터가 20m라고 수신호를 보내면 컴퓨터를 보면서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20m 내외에서 몸이 머물러야 한다.
좀 내려갔다 싶어 인플레이터 버튼을 눌러 위로 좀 띄우려고 하면 몸이 생각보다 빠르게 상승해 안전정지 없이 쑥 수면 위로 올라갈 것 같고 좀 올라왔다 싶어 디플레이터 버튼을 눌러 아래로 내려 갈려고 하면 몸이 생각보다 빠르게 하강해 당황스러워 이퀄라이징도 못하고 귀 압력이 올라가 버린다. 몸이 또 내 말을 안 듣고 위아래로 춤을 춘다. 그럴 때마다 마스터가 도움을 주지만 격렬한 춤사위로 인한 두통은 온전히 내가 감당할 몫이다.
일 년에 몇 번 없는 두통이 이날 있었다. 저녁부터 머리가 깨질 듯 아팠는데 마스터가 하는 말이 급작스런 수심의 변화가 두통을 유발한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첫날 있던 두통이 둘째 날은 없었다. 바닷속에서 좀 더 여유로워진 것 같다.
무거운 장비와 바닷속 높은 수압은
뜻하지 않게 다이어트를 부른다
오픈워터와 어드밴스를 2주에 걸쳐 각각 2일씩 총 4일을 했는데 다이빙하는 동안 반강제적으로 소식하게 된다. 다이빙샵에서 제공되는 한식이 정말 맛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깨작거리게 된다. 맛있다고 양껏 먹었다간 바닷속에서 내가 먹은 밥이 물고기 밥이 될 공산이 크다. 답답한 다이빙 슈트를 입고, 정확히는 모르나 십여 kg이나 되는 공기통, 5kg 벨트 등 무거운 장비와 함께 수압이 높은 곳으로 들어가면 소화도 안 될뿐더러 먹었던 것들이 위로 밀려 올라올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번 여행에서 생각보다 살이 안 쪘다. 살이 안 찐 여행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라이센스도 따고 다이어트도 되니 일석이조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번 도전해 보시길! 40대 중반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아 매일 다양한 영양제와 건강 보조제로 연명하는 아줌마도 땄습니다. 아! 공황장애도 있어요!
만타가 보고 싶어 수영도 하고
스쿠버 다이빙도 하게 됐습니다.
어쩌다 만타와 사랑에 빠져 다이버가 됐다. 사실 됐다고 해야 하나 의문스럽다. 좌우지간 만타를 볼 수 있는 수심까진 들어갈 수 있는 라이센스가 지금 내게 있다. 바다수영은 좋아하지만 만타가 사는 바닷속 세상은 아직 낯설다. 4일 동안 10번의 다이빙을 했는데 매번 바닷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심호흡과 함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입으로 되뇐다.
모든 순간이 쉽진 않았지만 만타로 시작된 바닷속 세상이 이젠 새롭게 다가온다. 만타와 만타 친구들이 사는 그곳에 나를 둘 수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발리 만타베이에 가면 깊은 수심에 가지 않아도 스노클링만으로 만타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단다. 라이센스를 따고 안 사실이다. 그래도 '만타'가 계기가 되어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블랙 슈트를 입고 '만타'를 만나러 가야겠다.
짧은 다이빙 경험이지만 팁을 하나 드리자면 다이빙 땐 이퀄라이징, 중성부력, 안전정지 3가지만 기억하세요. 그리고 그 외 모든 걸 바다에 맡기세요.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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