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끊지 못해 내가 방을 나갔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장 고민한 가구는 '침대'였습니다.
남편은 가장 딱딱한 매트리스를, 저는 무조건 푹신한 매트리스를 원했기 때문에 각각 퀸과 슈퍼싱글 매트리스를 골라 붙여 만든 패밀리 침대를 들였습니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고른 침대는 하루의 피로를 푸는 성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넓은 자리는 0세 아이 차지가 되어버렸죠.
아이가 4개월이 되면서 원래 사용하던 아기 침대는 치우고, 패밀리 침대에서 다 같이 오손도손 자는 모습을 꿈꿨습니다.
어차피 초등학교 가면 스스로 분리 수면을 할 텐데, 하루라도 더 같이 자고 싶은 욕심으로 패밀리형 침대를 구상했던 거죠.
아이는 생각보다 잘 잤습니다.
오후 8시에 잠들면 어른들은 새벽에 슬금슬금 들어가서 누워도 깨지 않았죠.
하지만 문제는 새벽 수유였습니다.
이유식을 시작하는 6개월부터 새벽 수유를 과감히 끊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마음을 굳게 먹다가도, 새벽에 스르륵 일어나 가슴을 찾는 아이를 뿌리치기에는 제 마음이 너무 약했습니다.
새벽 2시, 4시가 고비입니다.
새벽 수유를 계속하게 되면 충치 문제도 생길 수 있고, 수면 사이클에도 안 좋습니다.
하지만 새벽에 저를 찾은 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제 잠옷을 양옆으로 벌리며 고래고래 악을 썼습니다.
'줄 수 있는데 왜 안 주는 거야.'
아이 울음소리가 너무 서글퍼 낮에 남편과 했던 '새벽수유 중단' 약속도 물거품이 되어버립니다.
결국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아기의 통잠과 우리의 정신 건강을 위해, 누군가는 방을 나가야 한다고 말이죠.
중간에 감기도 두 번 걸리고, 어영부영 새벽 수유를 유지해오다가 아이가 8개월쯤 되었을 때 제가 자진해서 거실로 나왔습니다.
그렇게 저는 '거실 살이'를 시작했습니다. 베이비룸에 온수 매트와 얇은 매트 한 장.
새벽 2시.
캄캄한 거실 천장을 보고 누워있자니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내 집인데, 내가 산 침대인데... 왜 나는 여기서 이러고 있나.'
안방 문은 굳게 닫혀 있고, 그 안에서는 몸무게 9kg도 안 되는 아기가 세상 모르고 대자로 뻗어 자고 있겠죠.
안방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규칙적인 숨소리를 홈캠(CCTV)으로 확인하며, 거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캔맥주(물론 무알콜)를 따는 여유까지 부려봅니다.
새벽녘에 아이가 "으엥~" 하고 울면 바로 달려가기보다는 아이를 기다려줘야 합니다.
실제로는 깨지 않고 얕은 잠에서 울음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새벽 6시와 7시 사이, 아이의 배고픔을 알리는 진짜 울음소리가 알람이 되어 저를 깨웁니다.
동이 트기 시작하는 푸르스름한 거실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후다닥 들어갑니다.
그 짧은 시간이지만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보니 어서 밥을 먹이고 싶습니다.
모유의 장점, 바로 먹일 수 있다는 점. 이렇게 하루가 또 시작됩니다.
언젠가 아이가 커서 "엄마, 내 방 들어오지 마!"라고 방문을 닫아버릴 날이 오겠죠?
그때는 내 침대를 되찾겠지만, 왠지 오늘 밤의 이 쫓겨난 기분이 사무치게 그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저는 안방 문지기가 되어 거실 바닥에 눕습니다.
"잘 자라, 우리 집 상전. 엄마가 여기서 지키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