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병을 거부한 너에게

운명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by 사이에


​처음부터 "나는 완모를 할 거야!"라고 비장하게 결심한 건 아니었습니다.

저도 남들처럼, 아니 남들보다 더 효율을 따지는 엄마였으니까요.



자연분만 후 병원에서의 3일,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산후도우미 선생님이 계셨던 3주간 저는 '혼합 수유'의 평온함 속에 있었습니다.


폭풍 전야처럼 고요하게 흘러가는 나날,

엄마의 휴식과 아이의 영양을 모두 챙길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 믿었죠.



​그런데 생후 100일 즈음,

예고 없는 반란이 시작되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분유를 타서 입에 물렸는데,

아이가 젖병 젖꼭지가 입술에 닿자마자

자지러지게 울며 고개를 돌리는 겁니다.



배가 덜 고픈가 싶어 시간을 두고 다시 시도해 봐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심지어 육아의 구세주라는 '쪽쪽이(공갈 젖꼭지)'마저 퉤 하고 뱉어내더군요.
​그때 느꼈던 당혹감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왜 그래? 평소에 잘 먹던 거잖아."


달래도 보고 젖병 브랜드를 바꿔도 봤지만, 아이의 의사는 확고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것이 바로 육아 서적에서나 보던 악명 높은 '젖병 거부'이자 '유두 혼동'이었습니다.


​아이는 실리콘의 감촉 대신, 말랑하고 따뜻한 엄마의 살 냄새를 원했던 것이 아닐까요.


"엄마, 나는 그냥 이게 좋아."


아이의 그 단호한 울음이 제게는 그렇게 들렸습니다.


어쩌면 완모는 엄마의 결심이 아니라,

아이가 엄마를 온전히 독차지하고 싶어서 내린 '본능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저는 아이의 선택에 이끌려,

11개월이라는 긴 완모의 대장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