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공사 Jul 29. 2022

사이공 망고를 조심해!

식중독만큼 조심할 것

사이공에 갔을 때 사람들이 신신당부한 것이 있었다. 식중독을 조심할 것. 길거리에서 아무거나 먹지 말고 특히 얼음을 조심할 것.


베트남에서 3년 동안 살았을 때 꽤 자주 배가 아팠다. 그런데 식중독은 열에 두세 번이었고 대부분 '신 음식' 때문에 배가 아팠다.


베트남에 와서 신기했던 게 시큼한 국이었다. 한국에서 신 음식이라고 하면 김치 정도고 다른 음식은 시지 않은데 베트남에는 신 음식이 꽤 많다. 토마토를 넣거나 다른 신 재료를 넣어서 신 음식이 있는가 하면 신 과일도 많다.


특히 망고를 좋아하는데 베트남 망고 중에는 딱딱하고 신 망고가 많다. 처음에는 달달하고 부드러운 망고만 사다가 실수로 신 망고를 샀다. 그런데 이게 먹다 보면 중독성이 있다. 사과처럼 아삭하고 시어서 침이 고이는데 씹다 보면 달다.


모든 건 과유불급. 오랜만에 베트남에 와서 신이 나서는 신 망고를 한 끼에 하나씩 먹었다. 신 망고는 후식으로 딱이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상큼하고 아삭해서 뒷맛이 깔끔한 게 후식으로 딱이기는 하지만 한 끼에 하나씩 먹다 보니까 바로 배에 이상이 왔다.


원래 위에 산이 많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산이 더 나오는 체질이다. 배가 자주 아프고 장염에 자주 걸린다. 이런 체질이 신 망고를 한 끼에 하나씩 먹으니까 바로 신호가 왔다. 배꼽 주변으로 장기가 똘똘 말리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장염이었다. 배꼽 주변을 잡고 허리를 펴지 못했다. 식은땀이 나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처음에는 식중독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와 식사를 똑같이 한 M은 복통이 없었다. 이 정도 고통의 식중독이면 보통 한 식탁에서 먹은 사람들이 같이 아프길 마련인데 아니었다. 너무 신 것을 많이 걸려서 걸린 장염이었다.


장염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한동안은 자극적이지 않은 것을 먹고 커피나 차가운 것도 마셔서는 안 된다. 장이 쉬고 회복할 힘을 주기 위해 푹 쉬어야 한다. 나는 오랜만에 M을 보러 베트남에 가서 침대에 계속 누워있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어디를 갈 수가 없었다.


여행 가서 아프면 정말 아깝다.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이 산더미인데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니. 이번에도 과유불급의 교훈을 절실하게 느꼈다. 사이공 망고를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맛있어도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템플스테이의 피날레는 응급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