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의 피날레는 응급실
응급실에 좀 데려다줄 수 있으세요?
서산 부석사의 템플 스테이 마지막 날, 아침을 먹고 방에 들어갔다. 여전히 몸이 좋지 않아서 양치를 하고 잠시 누웠다. 갑자기 위를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위경련'이라는 말이 머리를 스쳤다. 위경련을 겪은 적은 없지만 지금 겪는 고통이 바로 위경련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치 쪽이 쥐어짜듯이 아팠고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앉아도 서도 누워도 아팠다. 좀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결국 부석사의 관리자님께 전화를 했다.
응급실에 좀 데려다줄 수 있으세요?라고 물었을 때 관리자님은 굉장히 당황했다. 그러고는 이내 차를 끌고 숙소 앞으로 왔다. 서산의료원으로 향하는 길에 자꾸 속이 메슥거려서 너무 괴로웠던 기억이 난다.
응급실에서는 장염과 위경련이 맞다고 했다. 수액과 주사를 맞느라고 침대에 한 시간쯤 누워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옆에 누운 할아버지가 여기저기 전화하는 소리가 들었다. 아마 누군가 데리러 와야 하는데 오지 않아서 기다리는 중인 것처럼 보였다. 괜히 마음이 서글퍼졌다.
아프면 사람 마음이 약해지는 게 맞는 것 같다. 응급실에는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있었는데 그분들을 보면서 나의 노년은 어떨지 생각했다. 노년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앞서서 마음에 먹구름이 진다.
수액을 맞고 밖으로 나갔다. M이 기다리고 있었다. 불편한 병원 의자에 앉아서 불평하지 않는 게 신기했다. M은 투덜거리기를 좋아하는 데 말이다.
조제처에서 약을 한 바가지 받고 왔다.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에서는 통잠을 잤다. 지하철에서도 앉기만 하면 꾸벅꾸벅 졸았다.
집에 오니까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이제는 아파도 마음껏 아플 수 있구나! 란 느낌이 들었다. 약을 한 바가지 더 먹고, 엄마한테 아프다고 투정 부리고는 소고기 뭇국에 밥을 말아먹었다. 어려서부터 장염을 달고 살아서 엄마는 내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먹지 말아야 하는지 꿰고 있다.
약을 먹고 다시 한숨 잤다. 자고 일어나서 여전히 배는 아팠지만 기력을 회복한 느낌이 들었다.
마음을 씻으러 간 템플스테이의 피날레가 응급실이라니 참으로 인생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