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과연 무엇을 꿈꾸는가?
2025년 10월, 세계 경제는 다시금 ‘트럼프 리스크’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10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한 보복으로 11월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기존 평균 30% 관세에 더해 총 130% 이상의 초고율 관세가 적용될 수 있음을 뜻한다. 한마디로 “제2의 무역전쟁”이 다시 불붙은 셈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단순한 보호무역이 아니다.
그의 계산법은 명확하다. **정치적 압박과 경제적 응징을 결합한 ‘경제전쟁형 외교’다.
중국뿐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EU 등 주요 교역국에까지 보편관세(10~20%)를 부과하며, 특정 산업에는 50% 이상의 징벌적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철강·알루미늄·반도체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고관세 정책은 내부적으로는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외부적으로는 ‘전략적 힘의 과시’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그 대가로 미국 내 물가 상승, 농가 손실,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뒤따르고 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올해 미국 가계가 연평균 1,200달러의 추가 물가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은 더 이상 수세적이지 않다.
10월 9일, 베이징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며 미국의 기술·방위 산업을 직접 겨냥했다. 동시에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항만 서비스료 부과, 구글·퀄컴 인수에 대한 반독점 조사 등 경제 전반에 걸친 전면 보복을 개시했다.
트럼프 1기 당시의 ‘시간 끌기 전략’에서 벗어나, 이제는 대등한 맞대응으로 전환한 것이다.
캐나다는 USMCA 협정의 틀 안에서 트럼프 지지층이 많은 산업 품목—농산품, 가전, 오토바이, 종이제품—에 25%의 보복관세를 매겼다. 온타리오 전력 수출에 25% 할증료를 붙였다가 중단한 조치 역시, 경제보다 정치적 타격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이는 ‘정면 충돌보단 정밀 타격’을 택한 전략적 대응이다.
EU는 2018~2020년 보복관세 체계를 부활시켰다.
철강 분야의 무관세 쿼터를 47% 축소하고, 초과분에 대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의 부당한 관세는 결코 답변 없이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규범적 질서의 수호자로서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멕시코는 USMCA의 예외조치가 만료된 4월 이후, 과일·맥주·주류 등 미국산 소비재를 타깃으로 한 맞대응 관세 검토에 들어갔다. 이 역시 정치적 계산이 깔린 대응으로, 미국 내 중남부 농산업 지대에 타격을 주려는 전략이다.
확전의 조짐과 한국의 딜레마
문제는 이 무역전쟁이 단순한 경제 분쟁을 넘어 글로벌 패권 경쟁의 2막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내부적으로 연방기관 감축, 규제 완화, 제조업 지원을 밀어붙이면서, 외부적으로는 관세를 지렛대로 세계 공급망을 재편하려 하고 있다. 결국 ‘경제적 보복’은 그의 정치적 통치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그 여파는 한국에도 예외가 아니다.
한·미 무역협정 개정 이후 한국산 제품에는 이미 평균 1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철강 산업은 미국과 EU 양쪽의 50% 관세로 이중 타격을 받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한국의 중간재 수출 경쟁력은 점점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서 예정된 트럼프-시진핑 회담이 사실상 관세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그 시기를 앞두고 중국의 참여가 불투명해졌다.
두 정상이 실제로 마주 앉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지만, 회담이 무산될 경우 11월 1일부터 발효되는 100% 추가관세는 양국 관계를 걷잡을 수 없는 확전으로 몰고 갈 것이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의 웬디 커틀러 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이제 자신이 미·중 관계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믿고 있다. 양측 모두 긴장을 완화할 의지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는 단순한 관세의 전쟁이 아니라, 패권 구조의 재편을 둘러싼 근본적 대결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결합한 ‘경제적 군사외교’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려 하고, 중국은 희토류·기술·농산물 등 실질적 수단으로 대응한다.
트럼프의 이번 행보는 그의 1기 시절보다 훨씬 공세적이고 구조적이다.
그는 이제 개별 국가를 압박하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재조정하며 미국 중심의 경제 블록을 재건하려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물가 상승, 동맹국 불만, 금융시장 불안정이라는 내부 균열이 커지고 있다. 2025년의 무역전쟁은 과거의 단기 충돌이 아니라,
“힘의 시대”를 선언한 트럼프식 세계질서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는 민주주의의 시험대”라는 평가가 많다.
그는 정치적 반대세력을 “국가의 적(enemy of the people)”이라 규정하고,
언론 브리핑을 축소하거나 불리한 질문을 한 기자를 퇴출시킨 사례도 있다.
정치학자들은 이 현상을 ‘포퓰리즘적 독재화(populist authoritarianism)’라 부른다.
대중의 분노를 활용해 제도를 약화시키고,
국가의 효율과 자존심을 명분으로 권력을 집중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통치 스타일이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내기 때문에
대중의 피로감보다 일시적 만족감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결국 트럼프식 리더십은 민주주의의 구조적 피로감을 정치적 에너지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