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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May 25. 2024

글로 보는 '인류 사고의 역사'




< 오늘의 책 >



[ 글이 만든 세계 ] - 세계사적 텍스트들의 위대한 이야기 

  _마틴 푸크너/ 까치



인류가 문자를 남긴 때 즉, 문명의 시기는 언제였을까? 인류, 역사학자들과 문화사학자들은 이를 ‘청동기 시기’라고 한다. 물물교환시대를 거쳐 물자가 풍부해지고, 교역이 늘어나면서 불가피하게 문자가 발명되었다. 문자의 모양을 통해 각 지역이 처한 지리적, 환경적 특성을 유추해볼 수 있다. 농경사회가 발전했던 메소포타미아에서 개발된 문자는 벼이삭을 닮은 쐐기문자가 사용되었다. 최초의 문자는 세금, 임금, 물품 거래 내역 등을 기록하는 수단으로 쓰였지만, 곧 다양한 목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영문학과 비교문학 전공이지만 문학은 물론 철학, 예술까지 어우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 마틴 푸크너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인류가 문자로 남긴 텍스트가 결국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형성했다고 한다. 즉, 오늘날의 세계는 앞서 살다 간이들이 남긴 많은 글과 이야기들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책의 역사’ ‘인류 사고의 역사’ 라는 부제를 붙여도 좋을 듯 많은 텍스트들이 소개된다. 위대한 텍스트와 발명들이 처음 기원한 곳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참 많이도 다녔다. 베이루트에서 베이징으로, 자이푸르에서 북극권으로 이동했다. 트로이와 치아파스의 문학의 유적들을 뒤졌고 카리브 해에선 데릭 월컷(카리브해 지역의 대표시인이자 극작가, 199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이스탄불에서는 오르한 파묵(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을 찾았다. 고고학자와 번역가, 작가들에게 말을 걸었다. 또한 저자는 문학이 파묻히거나 불탄 곳들, 재발견되어 소생한 곳들도 갔다. 여행작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기도 했다. 괴테가 세계문학을 발견하기 위해 찾았던 시칠리아에서는 괴테의 흔적을 찾아봤다. 사파티스타 봉기의 지도자를 찾으러 멕시코 남부에도 갔는데, 그가 옛 마야의 서사시 [포플 부]를 저항과 반란의 무기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길에서 어떤 형태로든 글로 쓰인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문학의 이야기와 문학이 어떻게 우리의 행성을 글로 만들어진 세계로 탈바꿈시켰는지를 들려줌으로써 내가 겪은 경험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1440년경, 뛰어난 금속세공 실력자인 구텐베르크가 등장한다. 구텐베르크가 가동 활자를 이용할 생각과, 가동 활자를 조합하여 인쇄를 할 수 있는 판을 만들 생각을 처음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그는 세상을 변화시킬 발명을 위해 그의 작업장에 함께 했던 금속세공인들에게 모두가 비밀을 지키도록 맹세를 받는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을 그의 특허로 명명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아이디어 이전(transfer)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에 구텐베르크를 가동 활자 인쇄의 발명가로 기렸던 구텐베르크 박물관은 그에 따라서 전시의 방향을 조정했다고 한다. 이제 박물관은 동아시아 인쇄술에 할애된 별관을 추가하여 마인츠에서 이루어진 것이 재발명, 즉 다른 지역에서 이미 발달했던 기법의 개조임을 인정한다. 그의 첫 인쇄 작품들은 라틴어 문법책과 면죄부, 선전책자에 불과했지만, [성서]인쇄라는 엄청난 과제에 도전한다. 



저자는 알렉산도로스 대왕의 정복여정을 따라 퍼져나간 ‘일리아스’를 시작으로 ‘길가메시 서사시’, ‘히브리 성서’, 부처와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의 가르침이 인류 사상에 미친 영향을 들려주며, 무라사키라고 알려진 일본 여성이 쓴 위대한 소설 ‘겐지 이야기’, 셰에라자드의 ‘천일야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솔제니친의 위대한 소설들을 지나 해리포터와 인도의 문학으로 마무리하면서 과거와 오늘날의 문학도 들여다본다. 책 중간에 삽입된 컬러 인쇄된 도판들도 유용한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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