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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Aug 08. 2015

세 여인의 이야기 [걸 온 더 트레인]

『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  북폴리오        

 

흡인력이  대단하다.  특급열차처럼  멈출 수가 없다.  스피디하다.  작중  인물들의 감성적인 면과 어둠의 내면이 잘 그려져 있다.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는 일들일 수 있기에 공감도 또한 높다.       



“기찻길  옆에 옷 뭉치 하나가 버려져 있다.  셔츠처럼  보이는 연한 파란색 천이 더러운 흰색 옷과 뒤죽박죽으로 엉켜 있다.  아마도  철둑의 작은 덤불숲에 불법으로 버려진 화물에서 빠져나온 쓰레기겠지,  아니면  이 구역 선로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이 남기고 간 것일 수도 있다.”     



작가는 이 첫 문장을 통해 독자를  긴장시킨다.  서스펜스소설의  애호가들은 일단 추측안테나를 뽑아낼 것이다.  그  옷 뭉치는 남자의 것일까?  여자의  것일까?  여자일  가능성이 높다든가.  단순  사고일까?  살해되었을까?  옷은  그렇다 치고,  몸은  어찌되었을까?  그리고  그 여자의 주변인물이 서서히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의외의 인물이 범인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 등등의 촉수가 자극을 받는다.  간간히  이 ‘옷  뭉치’가  등장한다.  마치  독자에게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추측의  안테나를 끝까지 접지 말고 잘 유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차에 타고 이 옷 뭉치를 내다보는  레이첼이라는 여성이 있다.  이  소설의 중심역할이기도 하다.  레이첼에겐  쉽게 떨어뜨려지지 않는 습관이 있다.  음주  습관이다.  거의  알코올 중독수준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이혼하고,  그리  친하지도 않았던 친구 집에 얹혀산다.  친구에겐  술과 관련된 실수 때문에 해고당한 사실을 숨겼다.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그래서  출근하는 것처럼 나와서 매일 기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보낸다.       



소설은 기차에서 시작해 기차로  끝난다.  기차는  참 특이한 존재감이다.  레일이  있어야만 달릴 수 있다.  선로에서  벗어나면 끝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차의 공간은 특이하다.  승용차나  버스처럼 제한 된 공간이 아니다.  움직임이  가능하다.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이동하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미스터리,  서스펜스  작품에 기차가 자주 등장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푸른  열차의 죽음」  이  생각난다.  기차에선  안 좋은 사건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긴 하다.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  같이  달달한 작품도 있다.     



사건은 기차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밖에서  일어난다.  몸과  마음의 상태가 복잡한 것은 레이첼이다.  기차를  타고 왔다갔다하다보면 늘 보는 풍경이 그대로다.  기차가  정지신호에 묶여 있으면 더욱 잘 볼 수 있다.  레이첼은  기차에 앉아 차창을 통해 보는 사물이나 인물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한다.  혼자서  스토리를 만들기도 한다.       



기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하며,  술도  마시고,  술을  끊어야지 하는 자책감에 젖어 또 마시고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역시  창밖을 바라보던 중 늘 관심 깊게 눈에 담아두었던 어느 집 파티오(식사나  휴식을 위해 집에 인접하여 만든 옥외 공간)에서  여느 때와 다른 일상을 목격한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집에 사는 여인이 실종된다.  레이첼은  그 여인을 한 번도 직접 만나보지는 않았으나 왠지 낯설지가 않다.  이미  오랜 친구 같다.  그런데  사라졌다고?       



소설은 레이첼 외에  매건,  애나라는  여인이 교대로 등장한다.  물론  남자들도 다수 등장한다.  한  여인의 실종,  그  여인을 위해 뭔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사건 속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 버린 레이첼.  왠  오지랖인가?  그러나  레이첼이 제공하는 정보는 신뢰감이 없다.  이혼녀에  실직자,  알콜  중독,  거짓말쟁이가  그녀의 이미지다.  그러나  다행이다.  술에  취해 끊겼던 테이프를 힘들게 이어붙이면서 반전이 일어난다.       



이 소설은 전미대륙에서  6초에  한 권씩 팔릴 정도로 대단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매일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고 한다.  작품성과  대중성이 잘 결합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  역시 콜이다.  작가  폴라 호킨스는 짐바브웨에 태생이다.  아버지는  저명한 경제학 교수이자 금융 저널리스트이다.  가족과  함께 열일곱 살에 런던으로 이주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정치학,  철학을  공부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익명으로 소설을 발표했으나 별 관심을 못 받았다.  로맨스소설은  그녀의 것이 아닌 듯 했다.  “작품들이  점점 더 어둡고 우울해졌다.  나는  내가 희극보다는 비극에 더 소질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제대로  길을 잘 찾아들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폴라  호킨스.  당신을  기억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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