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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Jul 13. 2016

감성 터치 미스터리






【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          미카미 엔 / 아르테(북21)  

  

“하얀 암고양이가 바닥에 놓인 접시에 주둥이를 박은 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책 제목에 ‘비밀’을 넣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도대체 무슨 비밀? 고양이의 생각과 시선을 좇아간다. 고양이에겐 인간이라는 생물은 ‘발’그 자체라는 부분에 공감한다. 개와 달리 고양이는 위를 올려다보는 경우가 별로 없다. 높은 데를 뛰어오를 때를 제외하곤..     



에노시마라는 섬이 소설의 무대이다. 주인공 마유의 외할머니는 이 섬에 있는 에노시마 니시우라 사진관의 주인이었다. 백 년 넘게 영업해 온 이 사진관의 마지막 주인이 세상을 떠나자 마유가 그곳을 정리하기 위해 도착했다. 마유는 할머니의 유품이자 사진관에 남겨진 물품들을 정리하다가 ‘미 수령 사진’들을 발견한다. 언제 그 사진의 주인들이 찾으러 올지 모르기 때문에 정갈하게 보관이 되어 있었다.     



네 개의 사진 봉투 속 남자들의 공통점은 동일 인물 같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시대와 복장이 각기 다르다. “남자들은 모두 오른쪽 눈꼬리 밑에 커다란 점이 있었다. 우연히 같은 곳에 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네 명 모두 같은 점이 있다는 건 우연치고는 너무 기묘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사진 속 인물과 닮은 남자가 사진관을 찾아온 것이다. 마유는 그 남자 마도리와 함께 이 사진들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이 책의 지은이 미카미 엔은 고서(古書)에 얽힌 비블리오 미스터리 『비블리오 고서당 사건수첩』으로 일본에서 가장 사랑을 많이 받는 작가 중 하나가 되었다.  『비블리오 고서당 사건수첩』은 일본에서 66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미카미 엔의 소설들은 국내에도 많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미카미 엔은 잡지 「스토리박스」와의 인터뷰에서 고교 시절 후배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사진관에 방문했다가 그 분위기에 매료되었고 언젠가는 오래된 사진관 이야기를 쓰겠다는 소망을 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카미 엔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비블리오 고서당 사건수첩』에선 책을,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에선 사진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미지(사진)를 힌트로 수수께끼를 푸는 방식이 활자일 때와는 대조적이라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사진, 사진관이 점점 유물(遺物)화 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 이 소설은 아날로그적 감상에 젖게 하는 면도 있다. “사진은 과거의 순간을 잘라낸 것이잖아요. 누군가 죽어도 그 사람의 사진은 오래도록 남고요.”  우리는 모두 삶의 여정에서 크건 작건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게도 각기 트라우마가 있다. 과거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사람,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 소설 속에서 그 매개체는 ‘사진’이다. 감성적인 미스터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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