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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Apr 19. 2017

사이보그는 어디까지 질주할 것인가?





쎄인트의 冊이야기 2017-072  


【 바이오닉맨 】 - 인간을 공학하다   

 _임창환 (지은이) | Mid(엠아이디) | 2017-04-05      


1.

인간 뇌의 신경가소성(뇌의 기능이 뇌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바뀌는 현상)을 설명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사례가 있다. 2006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이 발표한 ‘런던 택시 운전기사’와 관련된 연구이다. 런던에서 택시 운전기사 면허를 따려면 머리가 매우 좋아야 한다. 아니, 좋아지지 않고는 못 배긴다. 런던 택시기사들은 거미줄처럼 얽힌 도로망과 지명을 모두 외워야한다. 연구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런던 택시 운전기사와 일반인의 뇌를 비교해봤더니, 택시 운전기사는 일반인에 비해 장기기억과 공간지각을 관장하는 해마 영역의 회백질이 더 두꺼웠다고 한다.   


2.

이제 뇌 연구 분야는 지나간 시간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무척 앞서가는 혁신가 일론 머스크는 2017년 3월에 바이오 인공지능 기업인 뉴럴링크(Neuralink)를 설립했다. 뉴럴링크는 ‘뇌-컴퓨터 접속’기술을 기반으로 사람의 뇌를 기계와 직접 연결하여 뇌 속의 정보를 컴퓨터로 업로드 하거나, 컴퓨터의 정보를 뇌로 다운로드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SF 영화 속 장면들이 현실화되는 모습이 상상된다.   


3.

이 책의 지은이 임창환 교수는 뇌 공학, 특히 뇌 - 컴퓨터 접속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생체공학자이다. 전작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 (2015, MiD)에서 이미 뇌공학을 소개한바 있다. 두 번째 저서인 『바이오닉맨』을 통해서 뇌공학을 포함한 생체공학의 현재와 미래를 흥미진진한 여러 이야기들을 소개하며 풀어준다.  


4.

인간의 육체에 기계가 결합된 초인적인 캐릭터를 보통 ‘사이보그’라 부른다. 미국과 소련이 치열한 우주경쟁을 벌이던 1950년대 후반, 미국의 생체공학자와 임상의사 두 사람이 만나 「우주유영」을 공통관심사로 삼았다. 그들은 역시 ‘우주유영’이라는 뜻을 가진 『에스트로노틱스』라는 잡지에 기고한 5쪽 분량의 글에서 “인간을 우주에 보낼 때 그의 주위 환경을 지구환경과 유사하게 만들려고 할 것이 아니라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해서 우주공간에서도 호흡하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했다. 1950년대 후반 대중들과 전문가그룹들의 반응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로 들렸을까? 그러나 어쨌든 이들은 ‘기계장치와 하나가 된 생명체’를 의미하는 ‘사이보그’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킴으로써 일약 세계적인 유명인이 된다. 그러나 그들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TV나 영화에서 수많은 사이보그(더욱 업그레이드 되어가는)를 만나게 된다.   


5.

뇌신경이나 척추신경의 손상에 의한 인간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생체공학은 연구 및 발전을 거듭하면서 더 큰 바람을 갖게 된다. 물론 일부 생체공학자의 욕심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머지않아 같은 길에 서있게 되지 않을까? 브레이크를 없앤 ‘인간증강’의 질주는 어디까지일까? 그 욕심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질병은 잡혀가니까 이제 다음 목표는 ‘죽음’이다. 즉 죽음마저도 통제하겠다는 이야기다. 영생을 꿈꾼다. 지구별에 잠시 살다가면서도 온갖 문제와 해악을 남기고 떠나는 ‘인간종자’도 많은데, 영생을 노린다? 그 중심에는 극단적인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이 있다. 지은이는 인간 존엄성 상실, 빈부격차의 심화, 슈퍼 솔저의 탄생 등 트랜스휴먼 기술이 초래할지 모르는 여러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정작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우리는 트랜스휴먼 연구가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만 나아가도록 감시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류는 스스로가 만든 기술에 의해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잃어버리는 우매한 종족이 될지도 모르니까.”  



#바이오닉맨 #인간을공학하다 #임창환 #엠아이디 #M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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