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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Sep 24. 2015

살아가야 할 이유
​[사람으로서 소중한 것]







『사람으로서  소중한 것』  와타나베  가즈코 /  21세기북스       


“사람은  모두 인격이라지만 진정한 인격이란 스스로 판단하고 판단에 기초해 결단하고 그 결단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는 존재다.  부화뇌동한다면  단순한 인간일 뿐 인격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  책의 키워드는 ‘인격’이다.  이  책의 저자 와타나베 가즈코가 대학에서 ‘인격론’  강의를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제자  중 한 사람이 강의의 내용을 녹음해서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요청에 응한 것이 15년  전이었다.  1988년에  발간된 후 몇 번인가 중판을 거듭하다 절판되었던 것을 이번에 다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대는  좀 변했지만,  오히려  ‘인격’은  옛글과 생각에서 찾는 방법도 좋겠다.  요즘의  글들은 때로 상한 마음을 위로한답시고 무조건 괜찮다,  괜찮다  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로  “기본이  안 돼 있어”라며  고개를 돌린다.  그  ‘기본’은  무엇인가?  

이  책은 그 마음의 기본을 점검해보는 시간을 주고 있다.       


'인격(person)'  이라는  단어는 라틴어의 페르소나(persona)란  단어에서 만들어졌다.  마스크,  가면,  얼굴을  의미한다.  인격은  때로 위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말이 붙었다고 생각한다.  가면은  역할로 변하기도 한다.  무대의  배우들에게서 볼 수 있다.  고대  연극은 영웅이나 귀족을 중심으로 한 궁정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셰익스피어  극에도 왕후와 귀족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연유로 페르소나라는 단어가 귀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바뀌어 이성과  자유의지를 가진 귀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나타날 때 사용하게 되었다.  


인격에는  두 얼굴이 있다.  “인격이란  귀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나타내는 의미도 있고,  또한  가면을 쓴 사람의 외관을 보고 ‘아,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은 뭔가 새로운 것,  독자적인  것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은 자신과 똑같은 존재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만약  똑같은 존재가 있다면 그 사람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은 그 사람밖에 할 수 없는 사명을 완수하고자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사명(使命)이라는  단어가 있다.  명(命)이라는  단어는 목숨,  운(運)이라는  의미가 있다.  우리는  자신의 명을 사용하는 존재다.           



“삶의  ‘이유’가  있는 사람은 삶의 방법이 ‘아무리’  힘들어도  견뎌낼 수 있다.” 니체가  한 이 말의 의미가 깊이 담긴 작품으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가  생각난다.  빅터  프랭클은 인간을 살게 하는 것은 의미를 추구하는 의지라고 했다.  ‘의미적  존재’라는  표현도 했다.  그는  이를 로고테라피(logotherapy)라고  이름 붙였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 때는 중노동이나 언제 가스실로 끌려갈지 모른다는 공포도 견딜 수 있다.  빵  한 조각과 묽은 수프로도 살아나갈 수 있다.  당장  이 달에 월세 낼 걱정 때문에 잠이 안 오더라도 긍정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소노 아야코의  『부재의  방』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한 대목이 주는 울림이 크다.  가톨릭  수도원의 내부를 파헤친 책이다.  수도원  생활이 조금 자유로워지자 한 수녀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고민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그 수녀의 남동생 부인인 리에코가 신체장애아를 낳는다.  어느  날 면회를 온 리에코에게 수녀인 다에코가 수도생활을 하며 생긴 고민과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그러자  리에코가 이렇게 말한다.     


“언니,  힘들겠어요.” 

작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말아주세요.  언니한테는  사는 목적이 없는 것처럼 보여요.  이거  비꼬는 거 아니에요.  정말  언니의 책임은 아니에요.”  다에코의  뺨으로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나는  언니보다 약한 사람이라서,  신이  정말 단순한 목적을 주셨구나 하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나는  젊었을 때 불면증이 있었어요.  엄마  입장을 생각하거나 아버지를 원망하거나 하느라고 언제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태어난 후에 불면증이 거짓말처럼 나았어요.  오늘  하루 아이가 살게 하는 것 외에는 다른 여유가 없었죠.  다른  일을 생각하거나 의심할 여유가 없어요.  하루  종일 기저귀를 빨고 밥을 먹이고 무거운 아이를 남편과 함께 목욕시키고,  그렇게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면 부끄럽지만 1분도  안 돼서 남자처럼 코를 골면서 자요.  정말  힘든 생활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언니 얘기를 듣고 있자니 흔들림  없이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언니는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힘든 거라고 생각해요.”     



사는 게 재미없다는 생각이나 이렇게 구차하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마음이 고개를 디밀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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