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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Mar 07. 2018

책 이야기 [과학자의 철학 노트]





【 과학자의 철학 노트 】 - 철학이 난감한 이들에게 

_곽영직 (지은이) | Mid(엠아이디) | 2018-02-22      



서양철학의 흐름, 철학 사조(思潮)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기도 했다. 읽고 나면, 신통치 못한 기억을 입증하듯 철학자나 사상가의 이름만 남는다. 비록 이번에도 그러할지라도 다시 한 권을 손에 펼친다. 자꾸 읽다보면 뇌 어느 곳에 흔적이 남으리.



이 책은 다른 철학관련 책과 다른 점이 있다. 인문학자가 아닌 과학자(물리학자)가 정리한 철학이야기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과학자가 과학과 무관한 철학에 관한 글을 쓴 이유를 적었다. 마치 등산가가 산을 오르는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유를 든다. 영국의 등산가 조지 맬러리는 누군가 왜 산을 오르냐고 묻자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따라서 저자는 “철학이 거기 있기 때문에” 철학에 관한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가 처음 글을 쓸 때 책을 내겠다는 마음으로 쓴 것이 아니라고 한다. 저자 자신이 철학에 대한 큰 그림과 골목길까지도 그려놓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을 위한 글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철학과 관련된 인물들과 그들의 생각을 써나갔다. 언젠가는 잘 정리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순서도 없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모았다.” 



고전시대인 밀레토스 학파 탈레스에서 현대의 과학사학자 토마스 쿤까지 소개된다. 주로 동질 또는 동시대에 활동한 철학, 사상가들을 묶어 정리한 12개의 챕터로 편집되었다. 각 챕터마다 5개 내외의 글이 실린다. 각 글들은 3~4쪽 분량인지라 칼럼을 읽듯이 쉽게 나아갈 수 있다. 



철학이야기에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빠질 수 없다. 소크라테스는 그리스 철학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존재감이다. 단지 그가 남긴 저서는 전혀 없다. 현재 우리가 읽는 소크라테스에 대한 책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던 플라톤이 쓴 여러 권의 「대화편」이다. 그러나 대화편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가 실제의 소크라테스인지 플라톤이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인지 알 수 없다. “소크라테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기 위해선 기록들을 비교하면서 조각 그림을 완성해가듯이 맞추어 보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신학의 시대》라는 챕터를 관심 깊게 읽었다. 신학이 철학과 만나는 이야기다. 중세는 ‘신학의 시대’이기도 했다. 신학은 철학과 다른 학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신학도 세상의 근원과 인간이 누구인가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철학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 예수가 누구인가?를 화두로 삼은 ‘삼위일체론’이 서구사회에서 300년 이상 동안 논쟁을 벌였다는 사실(史實)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서양철학사 2,500년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저자는 70여권의 철학서적과 여러 곳의 웹사이트 자료를 참고했다고 한다. 책 제목 그대로 『과학자의 철학노트』인 이 책은 과학자가 철학을 공부하며 정리한 철학의 ‘족보’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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