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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Jan 16. 2020

나라면 꽃밭을 가질 거야




【 마음에 심는 꽃 】  

   _황선미 (지은이), 이보름 (그림) / 시공사


한 작가 지망생이 있었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연필로 쓰고 지우개로 지워가며 고친 원고를 대학 노트에 옮겨 적은 것을 지인의 안부전화를 통해 다시 들여다보았다. 작가는 그 글들을 다시 보면서 비록 시간을 먹은 종이가 누렇게 변했지만, 흑연의 흔적은 선명해서 다만 뭔가를 쓴다는 것에 하루하루를 붙잡아 세우고 견뎌 냈던 서른 초반의 작가 자신의 모습을 다시 만나게 된다. 이 책의 저자 황선미 작가의 이야기다. 


작가의 데뷔작품이기도 한 『마음에 심는 꽃』은 그 당시 비록 책으로 엮어 나오진 못했지만, 작가의 프로필 맨 앞에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그 작품이 이번에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보름 작가의 고운 수채화 그림이 글 내용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이 작품은 스물하고도 네 해 전, 나의 시작 어떤 지점이다. 그런데 꽤 오래 걸어 온 나의 지금에 이것이 어떤 의미가 되려고 한다. 등을 구부려 손끝으로 발을 만지는 기분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까, 지방에 폐교되는 (초등)학교가 점점 늘어나면서 그 활용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상황을 전하고 있었다. 가정집이나 학교나 사람의 온기가 없으면 금방 폐가가 된다. 문제는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 폐교된 학교 건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 사람들이 그 폐교를 사용하고 싶어도 무척 까다로운 모양이다. 아마도 서로 그 관리를 미루고 있는 것 같다. 활용방법에 대한 고민보다 어떻게 하면 관여를 안 할까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관리자나 이용자나 서로 좋은 해결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 동화의 배경이 되는 시골의 작은 분교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화자인 수현이네 반은 일학년 네 명과 삼학년 세 명이 함께 공부를 한다. 어느 날 도시에서 민우가 이사를 왔다. 수현이 짝꿍이 되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수현과 민우가 주축이 된다. 둘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도 했지만 끝은 잘 마무리 된다. 민우는 아프다. 많이 아프다. 힘든 수술을 견뎌내야 한다. 비록 몸이 아프고 힘들지만 민우는 잘 견뎌내고 있다. 수현이가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있다. 수현이는 꽃밭을 잘 가꾸면 삼촌이 상을 주기로 했다는 말을 전하자, 민우가 묻는다. “뭘 갖고 싶은데?” “예쁜 옷이랑, 머리띠 그리고 동화책.” 그러자 민우는 “나라면 그런 것 안 갖는다”고 하자, 급 궁금해진 수현이는 민우에게 되묻는다. “더 좋은 게 있어?” 민우는 “나라면 꽃밭을 가질 거야”


황선미 작가의 대표작으로는 각각 100만부 이상 판매된 『나쁜 어린이 표』와 『마당을 나온 암탉』이 있다. 특히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애니메이션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예술 장르로 재탄생해서 어린이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음에 심는 꽃』은 작가의 오늘을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한 작품이다. 구름에 가려져 있던 태양이 서서히 그 모습을 다시 보여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다시 일어날 희망을 이야기 해준다. 여러 꽃들이 서로 어깨를 기대며 여러 빛깔로 웃으며  노래하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정원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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