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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Oct 19. 2015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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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유영소  글,  김혜란  그림 /  샘터       


1. “옛날에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꼬부랑 길을 나섰대.  꼬부랑  열두 고개 꼬불꼬불 산길을 꼬부랑꼬부랑 넘는데,  얼마나  힘든지 몰라.  꼬부랑  열두 고개를 어찌어찌 다 넘으니,  꼬부라진  오두막이 보이지 뭐야.”  요즘  아이들에게 꼬부랑 할머니의 이미지가 잘 그려질지 모르겠다.  요즘은  어르신들이 더 꼿꼿한 자세를 취하며 살아가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도시를 벗어나면 아직도 꼬부랑 할머니들이 종종 눈에 띄긴 한다.  꼬부랑  할아버지보다 꼬부랑 할머니가 눈에 더 자주 들어오는 것은,  아마도  할머님들이 밭일을 많이 해서 그럴 것이다.       



2.  꼬부랑  할머니는 꼬부라진 오두막집 툇마루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아무도  집에 없는 것 같다.  조금만  쉬었다 가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벌써  해가 저문다.  배가  고프다.  부엌으로  들어가 봤더니 거미줄만 쳐있다.  어쩔  수 없이 굶고 잤다.  그리고  날이 밝자마자 아마도 오랫동안 사람의 온기가 끊긴 듯한 오두막집을 사람 사는 집으로 만드는데 팔을 걷어붙였다.       



3.  “오늘부터  이 집은 내 거여.  주인이  와도 배 내밀고 안 비킬란다.  누가  집 비우고 어디 가랬나?  예는  인자 내 집이여.  방구들도  데우고,  뜨신  물부터 좀 마시자고.”  그러나  웬걸,  이른  아침부터 손님이 찾아온다.  가래떡,  소고기,  사과,  배,  도깨비가  들고 온 달걀,  김치뚝이가  가져온 김치,  감나무골  배 선비가 지고 온 쌀,  개똥이가  가져온 단감 한 바구니,  다람쥐가  가져온 모아 온 알밤,  칡을  잔뜩 캐 온 오소리 등등 하도 찾아오니까,  꼬부랑  할머니는 참말로 짜증이 났다.       



4.  그런데,  희한한  일은 그 누구도 ‘어!  그  꼬부랑 할머니가 아니네?’하면서  의문을 품지 않았다는 것이다.  잠시나마  고개를 갸우뚱 한 손님도 없진 않았으나,  대부분  바로 어제 보고 오늘 만난 듯 그렇게 살갑게들 대하는 것이다.  두  꼬부랑 할머니의 성품은 사뭇 다르다.  이  오두막집의 원조 꼬부랑 할머니는 베풂의 천사였던 듯하다.  베푼  만큼 돌아온다는 말을 생각나게 해주는 인물이다.  그러나  얼떨결에 그 자리를 차고앉은 꼬부랑 할매는 베풂이 익숙하지 않다.  “이노무  할망구 대체 뭔 짓을 하고 살았기에 이렇게 손님들이 찾아오누.  아직  떡국을 얼마 먹지도 못한걸.”  아무리  음식이 많아도 내 입에 안 들어오면 아무 소용없는 것.  떡국이라도  한 그릇 배불리 먹고 나서 어찌 좀 움직여볼까 하는데,  연신  들이닥치는 손님(바리바리  싸들고 오는)들  때문에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다보니,  무심결에  툭 튀어나온 말이다.  이  할매의 성품이 그대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5.  할매는  공연히 오금이 저린다.  “지금이라도  도망을 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손님  중에 하나라도 가짜 꼬부랑 할머니라고 알아채면 어째!  박박  우겨도 다 알아채면 어째!  그런데  가면 또 어디로 가누.  꼬부랑꼬부랑  도망쳐서 어디로 가누.  무엇보다,  무엇보다,  저  맛난 떡국은 어쩌고?”       



6.  할매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리고  손님들이 감춰둔 마음들도 보여 진다.  할매는  뒤늦게나마 철이 든다.  “....내가  그 할망구처럼,  예서  살면 어쩔까?  진짜  꼬부랑 할망구처럼,  그리  곱게 살아보면,  어쩔까?  (......) 그런데  이노무 꼬부랑 할망구는 대체 어디 간 게야?”       



7.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동화 그림책이다.  아이들에게  고운 꿈을 만들어주는 이야기다.  이어지는  두 편의 이야기는 각기 따로 인 듯 이어지는 스토리다.  ‘나랑  같이 살 사람 여기 붙어라’,  ‘신통방통  인절미 대작전’  두  작품도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겠다.  이  책은 제4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문학상  심사위원을 맡았던 이상배는 이 책(작품)을  이렇게 평했다.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를  읽으면,  우리  사람 사는 세상에서 서로 간에 어떻게 미덕을 나누고 지켜야 되는지를 알 수 있을 거예요.  그것도  아주 색다른 방식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풋풋한 인정과 나눔이 무엇인지를 생생한 감동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책  말미엔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라는  글이 실려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옛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좀 더 친숙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어 볼만한 이야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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