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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Mar 16. 2021

우리 선조들의 지혜



“우리 선조들의 지혜”


이 책을 읽기 전 제목만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 과학이라고 내세울 것이 뭐가 있으려나?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던데, “이것이야말로 우리 것이요”할만한 것이 과연 무엇일까? 그러나 책을 읽다보니 우리 것, 우리만의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것이 의외로 많다는 것에 놀랐다. 과학이라는 영역의 폭을 좁게 생각한 탓도 있고, 오랜 기간 한자문명권에서 순수하게 우리의 창작물이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좁은 소견이 있었음을 고백해야겠다. 


이 책의 저자 신동원 교수는 한국과학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문화재위원, 한국과학사학회 회장 등 과학 분야에서도 특히 한국과학문명을 위한 연구 및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국과학사를 ‘하늘의 과학’, ‘땅의 과학’. ‘자연에 관한 과학’, ‘몸에 관한 과학’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후반부엔 ‘기술과 발명’, ‘한국 근현대 과학사’를 소개하고 ‘세계과학문명 속의 한국과학문명’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책 서두에 정리한 그간의 〈한국과학문명에 대한 이전의 주요연구〉도 중요한 자료이다. 한국과학문명은 수천 년 전으로 올라간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청동기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국가 고조선이 천여 년 이상 지속되었다. 우리에겐 한국 고대 과학문명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유산이 있다고 한다. 5~6세기에 축조된 고구려 고분 가운데 90기 정도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 고분벽화에 그때까지 이룩한 과학문명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는 이야기다. 


책을 읽다가 만 원짜리 지폐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 동안 ‘만 원’이라는 액면가만 신경을 썼을 뿐인데, 뒷면 배경의 별자리 그림(혼천시계에 의해 가려져 있지만)인〈천상열차분야지도〉(국보 228호) 때문이다. 천상(天象)은 ‘하늘의 모습’을 뜻하고, 열차(列次)는 ‘차례대로 늘어놓았다’는 뜻이다. 분야(分野)는 오늘날 사용되는 분야와 똑같은 말인데, 원래 뜻은 ‘구획된 땅’이다. 마지막 글자 도(圖)는 당연히 ‘그림’을 뜻한다. 따라서 전체 뜻은 ‘하늘의 모습을 차례로 늘어놓고 그 하늘 아래 땅을 배당한 그림’이다. 천문도에 이런 이름을 붙인 건 처음이라고 한다. 현대 학자들은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중국 한나라와 당나라의 관측치를 반영한 것임을 밝혀냈다. 그렇지만 별의 밝기에 따라 별의 크기를 달리했고,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도인〈순우천문도〉보다 8백여 년 앞선 별자리 모습을 담고 있다고 한다. 




「땅의 과학」분야에선 지도와 지리, 그리고 광물질 이야기가 이어진다. 조선이 만든 세계지도〈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이야기는 꽤 여러 해 전 KBS 기획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문명의 기억, 지도]가 오버랩 된다. 〈천상열차분야지도〉가 하늘지도라면〈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땅 지도이다. 1402년에 제작된 이 지도는 지구상에 딱 한부가 남아있는데, 일본의 한 사찰에서 보관하다가 현재는 일본 류코쿠 대학에 소장되어있다고 한다. 이 점 안타깝기도 하고 분통이 터지는 대목이다. 아마도 일제시대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일본으로 넘어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들기 때문이다. 이 지도의 특징은 그 당시 유럽인들은 아프리카 대륙은(열대지역인지라)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라고 생각해서 지도에 그리지도 않았는데, 학교의 칠판 크기 정도 되는〈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엔 아라비아 반도는 물론 아프리카의 나일강 지류와 나일강 수원의 근원지인 ‘달의 산’까지 그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외에도 첨성대, 자격루, 오목 해시계 앙부일구, 독자적인 역법 ‘칠정산’, 혼천시계, 대동여지도,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되어있는「훈민정음」허준의「동의보감」등과 이제마의 ‘사상의학’, 수학적계산과 지혜의 산물인 석불사(석굴암), 고려청자, 금속활자, 한지. 거북선 등등 수많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880쪽이나 되는 벽돌책이지만 청소년들에겐 훌륭한 학습 자료집으로, 성인들에겐 소장본 교양도서로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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