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Mar 15. 2021

오래된 식당의 저력



“오래된 식당의 저력”           


대(代)를 이어 장사가 잘 되는 음식점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비용, 이론, 효율적인 면에서 그 위대한 역사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록의 요리사 박찬일이 '노포 탐사 프로젝트' 10년의 결정판으로 이 책을 내었다. 서울 중구의 전설적인 평양냉면집 ‘우래옥’부터 3대째 이어지는 해장국집 ‘청진옥’, 음식자재에 까칠한 대구 ‘상주식당’(겨울엔 문을 닫는다), 하루 삼천 그릇을 판다는 서울 ‘부원면옥’, 세대 초월 사랑받는 부산 ‘마라톤집’, 주인의 굳은살이 증명하는 최고의 갈비 맛 서울 ‘연남서서갈비’, 위치가 바뀌어도 손님이 끊어지지 않는 서울 ‘열차집’ 등등 20곳의 오래 된 식당들이 소개된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변화를 뒤로 미루는 우직함이다. 단골집이라는 것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한결같다는 느낌이 들어야만 진짜 단골집이다. 음식 맛은 물론이거니와 간판모양이 바뀐다던가, 실내외 인테리어가 바뀐다던가 하면 "어! 주인이 바뀌었나?"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자주 바뀌지 않기 때문에 오랜만에 가도 얼굴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해준다는 것도 단골집의 특징이다. 백년 식당은 대체적으로 식자재 거래처를 잘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 그 만큼 서로 신뢰감으로 함께 간다는 이야기다. 웬만해선 음식 값도 잘 올리지 않는다. 초심을 잃지 않고 대를 이어 간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노포'라는 단어 자체가 복고풍 분위기를 흠씬 풍겨준다. 새로운 트렌드에 밀려 '노포'가 많이 사라져갔지만, 최근 유명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노포 순례'가 유행하게 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식당 개업 후 3년 내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 요즈음이라 더욱 그렇다.          


장사가 잘 되는 집들은 잘 되는 데로, 안되면 안 되는 데로 다 이유가 있다. 오래 전 직장 근처(서울 안암동)에 만둣국집이 새로 생겨서 직원들과 자주 점심식사를 그 집에서 했다. 그리고 모두들 가까운 곳에 먹을 만한 집이 생겨서 좋다고 했다.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식당인 그 집은 개업 후 한 달도 안 되어서 줄을 서서 먹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6,7개월?) 음식 맛이 변하기 시작했다. 국물이 처음과 달리 영 아닌 것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물탄 육수국물이었다. 밍밍한 국물 맛에 더 이상 그 식당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 초심을 잃은 탓이다. 결국 그 식당은 1년도 못되어서 문을 닫았다. 왜 손님이 끊겼는지 알았을까?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때는 늦으리...     




“고 씨는 부원면옥의 카운터를 지키면서 하루 한 끼는 냉면으로 먹는다. 먹어봐야 팔 수 있다는 소박한 영업 방침이다. ‘먹어봐야 맛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체크되겠지요. 애들 가져서 입덧 할 때 빼고는 늘 먹었어요. 아마 세계에서 제가 냉면 제일 많이 먹은 사람 중 한 명일 거예요.’” 〈주인은 그 음식을 가장 많이 먹어본 사람이어야 한다 –서울 부원면옥〉 중에서          



#내가백년식당에서배운것들

#박찬일

#인플루엔셜

#쎄인트의책이야기2021     

작가의 이전글 은퇴 그 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