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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Mar 31. 2021

유럽문명의 씨줄과 날줄



【 문명의 그물 】- 유럽 문화의 파노라마   

     _조홍식 / 책과함께          


“유럽문명의 씨줄과 날줄”     


창세기에 기록된 바벨탑의 이야기는 유럽연합의 상황을 연상하게 한다. 바벨탑이 무너지기 전에 인간의 언어가 하나로 통일되어있었다는 부분에 주목한다. 실제로 유럽에선 인도유럽어가 강세였지만, 각 지역이 고유한 언어와 문명을 발전시키는 독자적 노선을 갖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 인종의 다양성이 더욱 분화되면서 서로 소통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유럽연합은 2018년을 기준으로 회원국이 28개국이었지만, 2020년 1월 31일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가 단행되면서 회원국은 27개국이 되었다. 언어적인 측면에서 유럽 여러 나라의 상황을 보면, 꽤 많은 나라가 다수의 국어를 보유하고 있다. 독일어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의 국어다. 벨기에에선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 독일어를 혼용해서 쓴다. 그리스어도 그리스와 키프로스에서 모두 사용하는 국어다. 유럽 국가 내에 워낙 다양한 언어가 혼재하다보니 서로 소통과 협력이 어렵다. 따라서 유럽연합에선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정치와 행정의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다. 실제 유럽의 언어교육정책은 3개 국어 사용을 목표로 한다. 중등교육과정에서 모국어 외에 두 개의 외국어를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 조홍식 교수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일찌감치 한국을 떠나 아프리카 가봉을 거쳐 프랑스에서 고교, 대학 과정을 마쳤다. 유럽에서 생활하는 동안 저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화두는 “다양한 민족과 국가가 어떻게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하나의 유럽을 이루었는가?”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유럽=유럽연합’의 통합의 뿌리를 찾는 것에서 시작해 언어, 종교, 표상, 음악, 대학, 지배, 전쟁, 도시, 자본, 평등, 교류, 축구 등 과거에서 현재까지 유럽을 형성했고 현재진행형인 씨줄과 날줄을 교차시켜 ‘문명의 그물’로 유럽의 이모저모를 풀어준다.     


유럽통합의 명암」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출범시킨 파리조약은 유럽 통합의 공식 시작을 알린 사건이다. 유럽이 석탄과 철강으로 통합을 시작한 이유는 이것이 당시 전략 군수산업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에 필요한 탱크, 군함, 비행기, 철도 등을 만들려면 석탄과 철강이 필수였다. 석탄, 철강 다음으로 유럽이 추진한 통합은 유럽방위공동체였다. 유럽이 군대를 하나로 합치면 내부에서 서로 전쟁이 불가능하고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의 군사 위협에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착상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미완성으로 남는다. 외교와 군사 분야에서 유럽 통합은 사실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국제 사건이 터지면 미국이 강한 군사력으로 힘을 과시하는 반면, 유럽은 여전히 국가별로 서로 생각이 틀리다보니, 통일된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문명의 그물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본 유럽의 역사는 획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이 지배하는 환경이었다. 다양성이 존재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실험이 가능했고 우수한 제도나 요소는 자연스럽게 주변 지역이나 단위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구성을 인과관계의 순서에 따라 기술하진 않았지만, (문명의)그물과 그물 사이에 존재하는 쌍방향 또는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다른 인과관계를 설명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부분과 부분의 세밀한 인과관계가 아닌 전체의 큰 그림으로 이해해야 할 듯하다. 각 챕터마다 보너스처럼 첨부된 ‘유럽 주요 언어의 인사말’, ‘유럽의 주요 성당과 교회’,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 ‘주요 공연장’, ‘주요 대학’, ‘주요 성과 궁전, 축제, 기차역, 축구 경기장’ 목록도 유럽을 이해하고, 여행하는 데 도움이 될 유용한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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