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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Jan 23. 2023

다시 겪지 말아야 할 역사의 사간들





#오늘의리뷰


【 일본의 한국경제 침략사 】- 쌀·금·돈의 붕괴 

     _김석원 / 한길사



타인에게 물건을 강탈당하거나 신체에 해를 입었을 경우,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이치이다. 그러나 간혹 피해자를 탓하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물건을 잘 간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거나, 당할 만하니까 당했다고 하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지 않는가? 내가 직접적인 피해자일 경우에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가해자에 동조하는 심리가 스며들어서 그런가?



이러한 문제가 개인과 개인 간의 경우가 아니라 국가와 국가 간의 이야기라면 더욱 심각하다. 일본이 한국을 30여년(조선이 일본의 강압으로 강화도 조약으로 개항을 한 187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근 70년이 된다)지배하는 동안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아예 이 땅에 거대한 빨대를 꽂아놓고 흡입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오죽하면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베라 버드 비숍은 동학 농민운동이 일어났던 1894년부터 4년간 조선에 머물며 여행기를 썼는데, 당시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쌀에 관한 한, 조선은 일본의 창고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서 피해자를 탓하고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을 ‘식민사관’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한 술 더 떠 일본 덕분에 한국의 경공업 발전이 일찍 이뤄졌다는 말을 일본인이 아니라 같은 한국인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은 심히 불쾌한 일이다. 경공업 발전도 일제가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었다. 한국을 위한 일이 아니었다. 한국침략과 식민지배의 학문적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 조작해낸 역사관인 식민사관(植民史觀)은 19세기말부터 시작된다. 






일본이 이 땅에서 훑어간 것이 쌀뿐이었을까? 경영학자인 이 책의 저자 김석원 교수는 일제강점기 역사에 대해 소홀했던 것에 무거운 마음을 갖고 있던 중 작고하신 저자의 할아버님 김준보 교수(해방 후 한국에서 경제학, 농업학, 통계학의 기초를 세운 저명한 학자)가 남긴 ‘식민지 조선’에 관한 자료를 접하고 논문을 재구성했다. 식민지 조선의 역사 중 특히 경제사 부분을 책으로 만들게 되었다. 경제학과 통계학 등이 버무려진 저자의 전공인 금융학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뜻 깊은 작업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일제가 강점기 중 이 땅에서 강탈해간 쌀과 금과 돈에 대해 이야기한다. 쌀과 금이 강탈의 대상이었다면 돈은 조선의 경제를 바닥부터 무너뜨리는 원인을 제공했다. 조선은 말기까지 화폐대신에 쌀이나 면포가 그 기능을 메웠다. 화폐(주화)를 만들지 못한 것은 은이나 구리가 귀했기 때문이다. 구리의 용도는 화폐보다 무기 등 다른 쓰임새가 더 많았다. 그 틈새를 일본의 엔화가 치고 들어왔다. 일본의 화폐 경제에 조선 경제가 묶여버린 상황이 된다. 더군다나 조선 화폐의 재료인 구리를 일본에서 수입하다보니 통화량을 일본이 미리 알고 이용하거나, 심지어 일본에서 위조화폐를 만들어서 조선에 들여와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일제시대 주요 개항장은 원산항, 인천항, 부산항이었고, 주요 금 수탈지는 운산과 영흥(현 금야), 위조 화폐의 온상지는 일본 외에 남포와 인천이다. 풍년이 들어도 조선백성은 굶어죽는 상황이 된 쌀 수탈지의 대표적인 곳은 군산과 나주이다. 이 책을 통해 일제강점기 식민 통치의 역사를 재정립하는 시간이 된다. 두 번 다시 겪지 말아야 할 역사의 시간들이다. 정규 교육과정에서도 미흡한 이 부분의 역사를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숙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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