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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Jan 31. 2023

다음엔 무엇이 올 것인가?





#오늘의리뷰



【 AI 2041 】 - 10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읽는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_리카이푸, 천치우판 / 한빛비즈




어젯밤 꿈엔 뜬금없이 몇 해 전 돌아가신 큰형(나보다 17살이나 많았다)이 나타났다. 형은 위암수술을 받고 몇 해 동안 잘 견뎌내다가 앞서 가셨다. 그런데 꿈에선 치매환자로 등장했다. 형은 위암 투병 중에도 정신은 말짱했다. 동네 도서관에서 꾸준히 책을 빌려다 읽으셨다고 한다. 형수말로는 형이 긴 호흡으로 읽는 시리즈물, 대하소설 등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그런데 꿈에선 치매환자다. 방에는 형 혼자인줄 알았더니, 누군가 또 있다. 가만히 보니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간병로봇’이다. 환자가 일어나서 가스레인지 쪽으로 걸어가자 로봇이 참견한다. 정중한 듯 무게감이 실려 있다. “뭐 하시게요? 내가 해드릴게요.” 환자가 주춤한다. 그리고 문을 향해 발을 옮기자 뒤따라가면서 참견한다. “어디 가시게요? 그냥 저하고 공부하고 놀죠..” 치매환자는 나가려던 것을 포기하고, 아무 말 없이 다시 몸을 돌려 소파에 앉는다. 로봇이 가슴을 열며 모니터 스위치를 켠다. 치매환자를 위한 인지활동 프로그램이 잔뜩이다. 꿈이 얼마나 선명한지 아침에도 리얼하게 남아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꿈을 꾼 것이 이 책 『AI 2041』탓이다. 책을 거의 다 읽어가던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꿈을 복기하다 든 생각이 있다. 그 ‘간병로봇’이 왠지 편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세심하게 환자를 케어 하는 듯 하긴 한데, 등골이 싸하다. 로봇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좋은 말 할 때 들으십시오”로 들린다. 말 안 들으면 어쩔 건대?




로봇이 인공지능의 대표는 아니다. 그저 구체화된 하나의 형상일 뿐이다. 어쨌든 인공지능(AI)은 양날의 검이다. 두 가지 상반된 견해가 주어진다. 인간의 삶이 더욱 애매해질 것이라는 예측과 반대로 삶의 질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공지능과 함께 떠올리게 되는 단어는 단연 딥러닝(deep learning)이다. 딥러닝 기술은 수년 전에 개발되었으나 그 능력을 실제로 입증하기 위해 충분한 데이터를 모으는 시간이 필요했다. 앞으로 인공지능의 컴퓨팅 성능과 저장 비용은 더 향상되고 저렴해질 것이다.




이 책의 공저자 중 한 사람인 리카이푸는 (전)구글차이나 사장이자 (현)시노베이션 벤처스의 최고경영자, 베스트셀러《AI 슈퍼파워》의 저자이기도 하다. 리카이푸는 지난 40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에서 인공지능 연구와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 30억 달러에 이르는 기술투자도 관리했다. 저자는 인공지능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에 줄 혜택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시나리오가 많다고 믿고 있다. 저자는 책 제목에도 표현했듯이 근 미래인 2041년의 인류와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를 염두에 두고 책을 썼다.






책은 10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를 펼쳐나간다. 다가올 약 20년 후의 로드맵이다. 그 10가지 주제는 딥러닝, 딥페이크, 자연어 기반 인공지능,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확장현실의 윤리적 및 사회적 문제, 완전 자율주행차, 양자컴퓨팅과 자율무기,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퇴출의 해법, 인공지능이 던지는 행복에 대한 질문들, 새로운 경제모델과 풍요로움의 미래 등이다. 흥미로운 점은 공저자인 SF소설가 천치우판(구글에서 리카이푸와 함께 근무했고, 현재 작가이자 번역가. 프로듀서, 큐레이터, 콘텐츠 제작회사 CEO로 활동)이 쓴 20년 후 인간세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SF형식의 스토리 뒤에 기술분석(Analysis)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10가지 테마 중 특히 ‘접촉 없는 사랑’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팬데믹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초기 백신 접종 후에도 주기적으로 새로운 변종이 출현하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인간은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한다. 부분적으로 가정용 로봇이 외부와의 접촉을 줄여주고 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은 세상과 자신을 단절하려는 욕구가 지나친 나머지 사랑에 대한 추구와 접촉 기피 사이에서 갈등을 느낀다. 가정에 불과하지만 코로나19가 변이를 통해 계절성 바이러스로 수십 년간 계속된다는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했다. 기술분석(Analysis)에선 현재진행중인 프로젝트와 미래의 변화를 언급한다. 인공지능이 보건의료분야에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디지털 보건의료와 인공지능의 융합은 그동안 난치병이나 불치병으로 분류되던 질병들도 해결책을 제시해주리라 믿는다. 인공지능이 신역과 백신 개발의 속도를 크게 높이고 비용은 현저히 줄여 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밝은 면 뒤에는 어두운 곳이 있기 마련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함으로써 우리는 많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 문제를 지혜롭게 처리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호의적이든 아니던 간에 인공지능은 앞서 나갈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까 생각하다보면, “다음은 무엇인가?” “다음엔 무엇이 올 것인가?”라는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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