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Feb 17. 2023

라이브웨어, 인간의 뇌




#오늘의리뷰     


【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 - 뇌과학과 신경과학이 밝혀낸 생후배선의 비밀 

   _데이비드 이글먼 / 알에이치코리아(RHK)          




“인간의 시스템은 처음부터 완전히 프로그램화된 채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스스로를 형성해나간다는 것이다. 성장하는 동안 인간의 뇌는 회로를 끊임없이 바꿔가며 어려운 과제와 씨름하고, 기회를 이용하고, 사회구조를 이해한다.”     



세 살짜리 소년 매슈가 어느 날, 공연히 바닥으로 쓰려져 깨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발생했다. 아이는 응급실 진료에 이어 오랫동안 병원을 드나들어야 했다. 명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았다. 발작이 이어졌다. 1시간 간격이 2분으로 줄어들었다. 병원에선 심장질환, 간질 등으로 초기진단이 나오긴 했으나 증상의 호전이 없었다. 구급 항공기를 타고 전문병원으로 옮겼다. 진단결과가 나왔다. 희귀성 만성 염증성 질환인 ‘라스무센 뇌염’으로 판명되었다. 뇌의 작은 일부가 아니라, 반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유일한 치료법은 반구절제술, 즉 뇌의 반구하나를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매슈의 부모는 몇 달 동안 심사숙고한 뒤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수술에 동의한 것이다.      



매슈는 뇌의 반구 하나를 완전히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뒤, 몸을 제어하지 못해서 걷지도, 말하지도 못했다. 부모가 두려워하던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매일 물리치료와 언어치료를 받은 결과 매슈는 서서히 언어를 다시 익힐 수 있었다. 학습의 단계는 유아 때의 단계를 그대로 따라갔다. 처음에는 한 단어, 그 다음에는 두 단어, 그 다음에는 짧은 구를 익히는 식이었다. 석 달 뒤 매슈는 적절한 발달단계에 도달했다. 다시 말해서, 원래 그의 나이에 맞는 발달단계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세월이 흐른 지금, 매슈는 오른손을 잘 쓰지 못하고 걸을 때 다리를 살짝 전다(매슈는 왼쪽 뇌 절제술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평범하게 살고 있다. 그가 그토록 엄청난 모험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가 힘들 정도다. 장기적인 기억력도 훌륭하다. 대학도 3학기 동안 다녔지만, 오른손으로 필기하기가 힘들어서 그만두고 식당에 취직했다. 그가 맡은 일은 전화응대, 고객 서비스, 서빙 등 식당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일이다. 그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의 뇌 반쪽이 텅비어있다는 사실을 짐작도 하지 못한다.      






이 책의 지은이 데이비드 이글먼(뇌과학자이자 베스트셀러작가)은 매슈의 사례를 통해 이 책을 쓸 모티브를 잡았으리라 추측된다. “남아있는 매슈의 뇌가 역동적으로 회로를 재편해서 사라진 기능을 맡았다. 그의 신경계가 스스로 청사진을 바꿔 반쪽짜리 기계로도 삶을 온전히 담당할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에서 전자장치를 절반이나 잘라내고서도 전화가 제대로 걸리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드웨어는 연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브웨어는 견뎌낸다.” 이 대목은 AI의 한계를 생각하게 해준다.      



지은이는 매슈의 사례 외에도 뇌와 뇌 관련 미래기술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발전하고 변화하는 뇌가 주제이다. 전문용어대신 쉬운 단어를 사용한 것에도 점수를 준다. 선뜻 이해하기 힘든 뇌가소성(뇌세포와 뇌 부위가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이라는 용어대신에 ‘생후배선(Livewired)’이라는 용어를 만들어서 뇌신경의 확장된 개념을 탐구하고 설명해준다. ‘뇌를 훌륭하게 기르는 법’도 흥미롭다. 이미 1815년에 생리학자 요한 스프루츠하임은 근육처럼 뇌도 운동을 통해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은이는 인간의 뇌가 처해있는 환경에 따라 뇌의 섬세한 구조가 달라진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이들 양육에 도움이 될 이야기다. 즉, 다양한 환경에서 많은 일을 겪을수록 뇌도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경험’이라는 조언엔 함정이 있다. 성인이 되어갈수록 개개인의 일상은 단조로운 하루가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평생이 된다. ‘많은 경험’의 대안으로 나는 독서를 생각한다. 폭넓고 꾸준한 독서가 뇌를 활성화 시키고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도서협찬  #우리는각자의세계가된다  #뇌과학  #과학책  #책추천  

#추천도서   #책리뷰  #북스타그램  #RHK북클럽  #쎄인트의책이야기2023



                    

작가의 이전글 소나기는 하루 종일 내리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