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완펜!

12월 31일 - 오늘의 삶쓰기

by 유이지유

완펜!


게으름의 아이콘 유짱이 그래도 요 한 달 꽤 꾸준하게 뭔가를 끄적여댔다.

‘오늘의 삶그림’이라 일단 명명해두고.


안 그래도 흩어지는 생각이, 건강 문제로 인해 더욱 흩어지는 시기라서 통 집중할 수 없었다.

‘머리를 비워야겠다.’

손을 놀리는 게 도움이 된다.

뭔가를 끄적거리기라도 하면 뭔가를 했다는 기록이 남으니,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를 날렸다는 자기 비하를 덜 하게도 된다.

그다지 목적을 가지고 한 것도 아닌데 하다 보니 재밌네.

생각도 비울 수 있고, 그리면서 동영상을 보거나 딴생각을 채울 수도 있고, 그래서 생각 전환도 되고.


“올해 말까지는 하루에 하나씩을 꼭 그리자!”

(그래 봤자 한 달 정도지만)

목표를 세웠다.

목표를 안 세우는 것을 목표로 정한 삶인데….


다행히도 목표를 지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 사정, 생활방식, 가치관, 취향 등등 변한 거 하나 없다.

노력의 대가가 금전 등 외부의 척도로 드러나서 성과가 확실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 인생 그리 만만하지 않지. 하하”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선을 그릴 수 있지만,

종이에 펜으로 일부러 밑 선을 그렸다.

글 안 써지고, 졸릴 때 손 놀리는 게 짱이다.


비싸고 좋은 펜 놔두고 다이소에서 산 1,000원짜리 펜으로 그렸다.

메모용으로 늘 들고 다니기만 했다.

싸고 잘 미끄러져서 몇 개나 샀지만 한 번도 다 쓴 적이 없었다.

어째서일까?

펜이란 물건은, 늘면 늘었지 결코 주는 법이 없다.

쓰기도 전에 늘 새로운 놈이 도착해 있다.

요물이 분명하다!


살면서 ‘완(전 다 쓴)펜’이 몇 번이었던가?

거의 기억에 없다. 그랬는데,


한 달 만에 완펜!

노력의 결과를 이렇게 마주할 수 있어 나름 뿌듯했다.

오늘, 내일의 오늘을 위한 팬 또 하나를 마련해야겠다.



*

각자의 사정이 모두 다르고, 처한 사정 말 못 하며 살아간다.

“내가 더하네, 네가 더하네.”

하기에 들어보면 별 대단할 것도 없는데 ‘죽네 사네.’ 한다.

자신에 비하면 나은데 별꼴 난리란 생각이 든다.


근데...

.

.

.

오두방정이면 어떤가,

그걸 누구의 기준으로 ‘더하다 덜하다’ 평할 수 있는데?


누가 더하고 누가 덜 한 게 아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고해’라 했다.

깨달음 깊은 분의 말씀이니 맞을 거다.


“우리 인생살이, 곡절이 얼마나 많은가.
그 많은 곡절이란 결국 여러 가지 요소들이 인연 따라서
복합적으로 엮이고 풀리고 하는 동안
일어나는 변화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생은 무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무상성의 전개는 탄력이 붙으면 더욱 가속화합니다.
변하면 변할수록 가속도가 붙어 더욱더 맹렬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합니다.
그 결과 삶은 더욱 치열...
(중략)
갈등에 쌓인 삶은 불만스럽고 고통스러운 것.
소위 ‘행복’이니 ‘기쁨’이니 ‘즐거움’이니 하는 것들도
막상 그 본질에서는 얼마나 많은 갈등을 내포하고 있는가?
그렇게 보면 행복도 그대로 고(苦)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행이 치열해질수록 고도 더 치열해지는 것이 인생살이’
그런 중생들이 모여 온갖 고를 연출하는 이 사바세계야말로 고해(苦海)인 것입니다.”

-홍천 ‘수타사(壽陁寺)’에서 얻은 「고요한 소리」 책자에서-


*

휘몰아치는 바람과 파도의 난바다를 견디는 게 삶이니.

생을 붙들고 삶을 영위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대단한 거다.


그러니 뭐가 바뀌었다거나

뭐가 생겼다거나

인정을 받는다거나 하는 결과가 하나 없다 해도 패배가 아니다.

매일을 지켜낸 것만으로 자신에게 ‘수고’의 말을 건네야 한다.

남이 뭐래도, 누가 뭐래도.



2020년을 살아낸 모두를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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