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자리~!
[잠 자리~!]
소복이 쌓이는 눈길을 홀로 간 자의 발자취가 남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세상은 빨리도 변해갔다. 가슴에 머물렀던 사랑은 그들의 시간보다 오래 이야기로 남았다.
누군가의이야기인지도 희미해져서, 이제는 전설처럼 동화처럼 회자되는 그 얘기를 듣는 네가 있다.
너의 이야기를 너는 알지 못한 채, 애달픈 사랑에 눈물지었다.
애써도 끝에 닿을 수 없었던 우리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바람을 담았다. 각각의 소망이 담긴 이야기는 크리스털같이 조각조각 반짝였다. 사람들 속에서 반짝였다.
나는 100년 후, 혹은 더 먼 어느 시절에 우리를 품을 날들을 꿈꿨다.
이야기의 끝에서 시작을 꿈꾸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부서지는 이 몸이 작은 싹을 틔울 대지가 되기를 바랐다. 눈물만 가득한 세상을 조금은 풍요롭게 하길 바랐다. 네가 홀로 오래 쓸쓸할 시간이 아니기를, 계절이 바뀔 때마다 견뎌야 하는 세상이 아니기를, 주름으로 새겨지는 시간이 너를 아주 오래 붙잡아 너의 모든 시간이 평안하기를. 네 곁에 숨이 붙은 것들은 모두 너를 따스한 게 바라봐 주기를 바랐다
온 우주의 유일한 나의 태양이여!
너를 위해피고 진 생명이 먼 날을 기약하며 너를 꿈꿨다. 어둠 속에 삭아들며 눈을 감고 꾸던 꿈은 너였다. 육신을 부여받지 못한 영혼은 따뜻한 시절에 새로 태어나올 시절을 꿈꿨다. 그 시절 속에 언제나 너와 사랑을 꿈꿨다.
"우리가 마주할 세상은 한숨으로 버티던 세상이 아니길 바라.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전해듣던 날들로 가득했던 세상이 아니길 바라.
죽음이 흔하디흔해서 너무도 빨리 잊히는 죽음들. 눈물이 가득해서 더 흘릴 눈물도 말라버린 세상.
너를 붙잡지 못하고 보내야 했던 ‘그날’이 없는 세상이길 바라."
그리움을 오래 품을 수도 없는 시절에 바라고 바랐던 세상은 네가 아주 오래 사는 세상이었다.
아주 기쁜 일도, 아주 슬픈 일도, 별 대수로운 일도 없는 그런 세상.
언젠가 눈 뜰 때 비치는 세상은 그런 세상이길 바랐다.
*
석관 아래 묻힌 그의 육신은 대지 속으로 조각조각 녹아 없어졌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운명의 수레바퀴를 굴러가지 못하고 그곳에 그대로 머물렀다.
어딘지 누군지도 다 잊은 세상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모두에게 잊힌 그는 아주 오래 홀로 잠들어 있었다.
고집이 얼마나 센지 자기가 뱉은 약속을 잊지 못해서 홀로 남았다.
“아무도 그 애를 기억해주지 않았어. 신도 어쩔 수 없었지. 그래서 끝내 그 애 마저도 자신을 잊고 말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