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단편] 백일몽

by 유이지유

햇살보다 새하얀 웃음을 뱉어내는 금빛 모래 위를 맨발이 달리고 있다.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금빛 모래알들이 창공으로 튀어 오르며 부서진다.

스펙트럼처럼 온갖 색으로 반짝이며 너를 물들인다.

세상의 온갖 색으로 물든 네가 나를 돌아보며 물결친다.

바다보다 짙은 색의 머리카락이 너의 미소 위에 진공의 물결을 그린다.

그 모습이 나의 숨을 한 순간에 앗아 간다.


파도보다 높게 울리는 나의 고동 소리에 귀가 먹먹할 지경이다.

세상을 집어삼킨 진공의 세상을 관통하는 것은 너의 웃음소리뿐이다.



우리는 7월 4일의 꽃망울처럼 터진다.

온갖 색으로 물든 우리의 웃음이 바람의 언덕으로 너머로 퍼져나간다.


너의 숨결마저 움켜 안고 싶은 나는 언덕의 절벽 끝까지 차를 달린다.

끄트머리에 한 발씩 만을 걸치고 서 있는 우리는 불어오는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열정만으로 버틸 수 없는 현실을 깨닫고 부서지는 우리지만,

너를 끌어안을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살아 있다.

살아서 죽어 있던 영겁의 시간보다 곧 죽어 없어질 단 몇 분 몇 초를 살아간다.



붉게 물든 너의 입술이,

녹아나는 너의 향기가

나를 고동치게 하고

나를 떠오르게 만든다.

절벽 아래로 죽어가는 육신과 이상의 날개를 펼치는 영혼이 나를 너에게로 인도한다.


너와 있는 장면은 너무나 완벽하다.

내가 그리는 환상인지 실제인지를 알 수가 없다.

환하게 튀어 오르는 세계 속의 너는 나만의 여신이다.


따뜻한 남쪽 나라의 넘실대는 태양.

닻을 내리고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모랫사장을 내달리는 우리.

맞잡은 손의 온기와 흘러넘치는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는 그런 꿈.


맨살을 드러낸 아름다운 종아리와 복숭아빛 살결에서 흘러넘치는 젊음이 파도와 경쟁을 한다.

내달리는 걸음걸음은 거칠 것이 없어서 새하얀 모래가 튀어 올라 햇살에 금빛으로 부서진다.




*

원시 야만이 넘실대는 백일몽이 말갛게 번지는 오후였다.

대청마루에 책상머리에 놓은 노트가 휘리릭 바람결에 날렸다.

평소 같으면 단정히 정리하고 출타를 했을 주인의 그림자는 어디고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영영 주인을 잃고 만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그날 집은 나선 그가 어디로 사라진 건지 알지 못했고,

두 번 다시 집 대문을 밟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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