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발달한 문명 시대를 맞이한 인류는 이제 우주 너머 어디에도 가지 못하는 곳이 없었다.
인류는 자신들의 발자국을 세상을 넘어 우주 끝 어디로도 옮길 수 있게 되었다.
차원을 넘는 것은 이제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무슨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일들이 우리 시대에서는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진귀한 일이 더 이상 진귀하지 않아 진 세상에서는 진부한 것들이 진귀하게 여겨진다.
그들의 조상들이 세대를 이으면서 남긴 것들이 진귀한 것이 되어 전설로 남았다. 그렇게 몇 세대를 넘는 동안 전설은 인류의 신화로 자리 잡아 이야기로 정신 속에만 희미하게 남았다.
인류의 점정에 도달했다 믿는 그들의 오만이 더 이상 신화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잠자리 머리맡에서나 읊으면 그만인 신화라면 상관이 없을 테지만 그것은 역사였다.
인간이 몇 번이나 되풀이했던 과거였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과거를 잊으려 했던 것뿐이다.
다시금 지옥의 문을 열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선대가 그렇게 과오를 범해왔건만,
자신들은 과오를 더하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신화의 어리석음으로 둔갑을 시켜서 자신들과 상관이 없는 우화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을 뿐이다.
신화와 달리 역사가 놀라운 건,
결코 과거 속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힘을 잃고 미래를 따라잡을 수 없는 뒷방 늙은이로 물러나지 않는다.
인간은 그만큼 대단한 진화를 반복하지 않았다.
항상 같은 시점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역사를 반복했다.
반복의 시점은 대부분이 비슷했는데,
오만의 장막이 밤처럼 내려앉은 시대에 그 일은 총성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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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가 아니라 역사였다.
역사가 놀라운 건 항상 반복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