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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자코 Dec 16. 2018

D+6 비 오는 날, 낭만의 트레비 분수

동전 던졌으니, 다시 오게 해 주세요.

투어에 돌아와,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다시 찾아주어 고마워서 그랬는지, 3인용 큰 방을 주었다.

고급 호텔 느낌의 으리으리한 숙소는 아니지만, 이 숙소만의 따뜻하고 정감 있는, 아기자기한 느낌이 있다.


엄마는 이 숙소를 참 좋아했다.

여행에 돌아오고 나서, 이 숙소를 유독 자주 얘기했다.


넓은 방을 주어 신났다.
나는 2층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조식은 여전히 맛있고, 엄마는 첫째 아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어 신나 했다.

엄마가 빵이 맛있다고 칭찬하니, 본인이 직접 케이크를 굽는다고 했다.


커피랑 같이 먹으면 꿀맛이다.


오늘은 로마 마지막 날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관광지가 많은데, 믿을 수가 없다.

비 예보가 있는 데다, 엄마가 오래 걷기 힘들어하기 때문에  동선을 고려한 최소한의 관광지를 가기로 했다.


구글 맵을 들여다보며, 찬찬히 관광지 위치를 살펴보았다.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진실의 입),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나보나 광장, 스페인 광장, 판테온,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산탄젤로 성(천사의 성).."


동선이 좀 어색하다.

[나보나 광장 - 판테온 - 타짜도르 커피 - 트레비 분수 - 스페인 광장 - 산탄젤로 성 순]으로 가기로 하고,

아쉽지만 진실의 입과 2세 기념관은 포기하기로 한다.(결과적으로 산탄젤로 성도 가지 못했다.)


구글 맵으로 나보나 광장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분명 인터넷 예습을 했을 때, 타바키라는 담배 파는 곳에서 버스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근처에 마켓이 없어 퍽 당황했다.


다시 둘러보니, 저 멀리 슈퍼마켓이 있어, 엄마를 세워 두고 마켓에 다녀왔다.

티켓은 1인 기준 1.50 유로로, 총 3유로 현금으로 지불했다.


나보나 광장으로 갈 수 있는 버스 티켓 구입


버스를 탑승하면, 승차권을 넣는 기계가 있다.

여기에 티켓을 넣었다 빼는 펀칭을 몇 번 시도했는데 결국 못해서, 결국 옆에 서있던 젊은 여자분께 부탁했다.


흐린 날씨에 버스는 만석이여서 여행 시작부터 지치는 느낌이었지만, 엄마는 누군가의 양보 덕분에 앉아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몇 정류장을 지나쳐, 나보나 광장에 내린다.


[나보나 광장]
1. 오래전에 경기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인 만큼, 광장의 규모가 큼
2. 거리 예술가,  레스토랑, 기념품 상점도 많아 반드시 가봐야 할 공간


나보나 광장에는 수학여행 중인 학생들이 많이 모여있었고,

엄마의 목발을 처음 보는지, 동양인이 신기한 건지, 우리를 슬쩍슬쩍 쳐다본다.

(실제 유럽 사람들이 사용하는 목발은 엄마가 가져간 것과 다른 모양이더라.)


나보나 광장에는 조각상들과 분수가 많았다.

가까이서 보면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 작품처럼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조각상의 건축물 배경과의 조화 역시 무척 아름다웠다.


나보나 광장을 휙 둘러본 후 판테온으로 천천히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주변을 둘러보며 판테온에 도착했고, 한 젊은 여자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름다운 노래 선율에 눈과 귀를 빼앗기다 판테온으로 들어간다.


[판테온]
1.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의 의미로 만들어짐.
2. 600년대에 가톨릭 성당으로 바뀌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음. 돔 형태의 지붕이 신비로움


판테온은 라파엘로의 무덤을 비롯하여 둘러볼 만한 내용들이 많았다.

판테온에 있는 조각들만 보더라도 그 디테일이 대단하다.

특히 천장의 돔은 바라보기만 해도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엄마 역시 목발로 불편한 몸이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소중하게 모두 담아가려는 듯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천천히 한 바퀴를 둘러본 후, 5분 거리에 위치한 유명한 타짜도르 커피숍에 들렀다.


나는 인터넷에서 유명한 콘파냐를, 엄마는 따뜻한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판테온을 열심히 돌아다닌 덕분에, 다리가 아파서 몇 개 없는 의자에 몸을 기대어 잠시 쉬기로 했다.


커피 마시는 동안 잠시 타짜도르 화장실을 들렀는데, 화장실에서 나오니 엄마의 얼굴이 발그레 상기되어 있다.

"어떤 외국인이 엄마 목발을 보더니 박수를 쳐주더라고!"

아마도 그 외국인의 눈에 비친 엄마는 중년의 동양인 여성일 테고,

머나먼 유럽에 목발을 짚고 온 그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을 듯싶다.


엄마의 상기된 모습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나오는 길에 타짜 도르 원두도 구입했고, 한국에 돌아와서 맛 본 커피의 맛은 일품이었다.

캐리어의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더 사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맛있는 커피로 몸도 마음도 쉬었겠다, 걸어서 천천히 트레비 분수로 이동하기로 한다.

걷다 걷다 드디어 왔다.

트레비 분수다.

사람이 정말 어마 어마하게 많다.


저 우측의 인파 행렬은 끝이 없고, 모두가 사진을 찍기 위해 혈안이다.

그냥 멀리서 바라만 봐도 좋은 걸, 아무 생각 없이 트레비 분수를 눈에 담아 본다.

엄마는 물에 미끄러질까, 저 멀리서 풍경을 눈에 담기로 하고

나는 밑으로 내려가서 셀카도 찍고, 물에 손도 담가 보고, 그리고 동전도 하나 던졌다.

"꼭 다시 오게 해 주세요."

근데 한참을 보고 나니, 더 이상 할 게 없다.

엄마와 나는 출출한 배를 부여잡고, 근처 피잣집에 들어간다.


"응? 무슨 소리지?"

피자를 먹다가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고개를 홱 돌려 밖을 바라본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피자를 천천히 먹으면서 비가 멈추기를 기다린다.

빗방울이 잠잠해질 즈음,  우리의 마지막 행선지, 스페인 광장으로 이동한다,

빗물에 미끄러지기 십상이니,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걸어서 이동한다.

[스페인 광장]
1.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유명한 장소로, 주변 건물과의 조화가 아름다움
2. 나보나 광장과 스페인 광장 주변에는 메트로가 없으므로 한참을 걸어가야 함

"어?"

"스페인 광장 공사 중이네."

로마의 휴일에 나온 계단 길이 공사 중이다.

흐린 날에도 열심히 걸어왔는데 맥이 빠진다.


맥이 빠져버리면서 동시에 빗길에 무리한 탓인지, 엄마도 쉬고 싶은 기색이 역력하다.

근처 분수대에 앉아서, 사람 구경을 조금 하다가,

근처에 유명한 티라미슈 폼피에서 딸기 티라미슈를 사서 집에 가기로 했다.


우버를 불러 숙소로 돌아가는 길,

창 밖에 비친 로마 거리를 바라보면서

날씨가 화창했으면 더 좋았을걸, 아쉬운 마음이 들다가도


불현듯,

흐린 날의 트레비 분수도,

비 오는 날의 로마도 여전히 아름답고 낭만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으, 떠나기 싫다, 로마."

이렇게 로마의 마지막 날이 끝났다.


4/28D+6 엄마의 일기

로마에 도착하니 처음으로 떼르미니 역 앞에서 70번 버스를 타고 세나토 역에 도착했다. 시내버스에서 방송 안내를 하지 않아서 10 정거장에서 내려야 하는데 세고 있었고, 내릴 때 젊은 여자 학생에게 물어봤다.

내려서 걸어서 나보나 광장에 도착했다. 사자 머리, 말머리가 지금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했다. 분수가 2개가 있고 성당이 있었다. 관광객이 제법 아침 9시경에 많이 모여있었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내 목발이 신기한지 눈동자들이 내 목발에 집중했다.

시간을 조금 보내고 판테온 신전으로 갔다. 무료입장이고 멋진 여가수가 자전거 위에 앉아서 기타 치면서 서정적인 느낌의 노래를 부르는 게 너무 좋았다. 판테온 신전의 돔에서 햇빛이 보여서 밝게 내부가 보였다.

웅장한 대리석에 8개 정도의 조각상이 있고 라파엘로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사람이 적었는데 점심시간 정도에는 많은 듯했다.
부지런히 보고 100년째 운영 중인 커피숍에 가서 커피와 생크림에 얼음이 토핑 된 맛난 것을 의자에 앉아서 먹었다. 다른 사람들은 거의 서서 먹고 장의자가 2개 정도 있었다.
커피 원두 250g에 6유로 정도 하는데 부피가 커서 125g 2개 샀다.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내가 목발로 나오니 박수를 쳐주면서 미소를 보내주었다.

다시 걸어서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에 도착했다.
트레비 분수는 웅장해 보였다. 뒤로 모습을 잡고 동전을 던지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다.
난 혹시나 넘어질까 봐 모퉁이에 서서 사람들을 구경했다.
유경이는 앞에 가서 사진도 찍고 동전도 던지고 했다. 한번 동전을 던지면 다시 한번 더 로마에 올 수 있다고 했다. 한참을 보고 피자 유명한 집에 가서 피자를 2조각씩 먹고 가져간 맥주를 꺼내서 맛있게 먹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유경이가 주문하는데 오래 걸렸다.

열심히 먹고 나와서 스페인 광장으로 갔다. 고기 모양의 분수가 인상적이고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계단은 보수 공사하느라 못 들어가게 장치를 해놨다
한참을 걸어서 그런지 다리와 머리가 아파서 더 이상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스페인 광장에서 조금 걸어가면 딸기 티라미슈가 유명한 곳이 있다 해서 시키고 우버택시를 타고 왔다. 우버택시 아저씨를 두 번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 영어를 너무 잘해서 계속 말을 하는 게 알아듣지 못해서 아는 척 대답만 했다.
아씨시에는 우버가 없다고 한다.

다리가 낫고 몸도 날씬해지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로마에 왔다면 좋겠다.
로마에 금요일에서 그다음 주 일요일에 오는 것으로 계획을 세워서 열흘 정도 있다가 갔으면 좋겠다.
오자마자 유경이는 티라미슈를 먹고 2층에 올라가 자는 듯하다. 나도 핫팩을 하고 누워서 일기를 쓴다. 행복한 하루였다.
여행은 즐거운 모험이다. 내가 다리만 안 접질렸으면 얼마나 기쁨이 배가 될까 아쉽다. 일 년에 한 번씩 여행을 다녀야겠다.
내 나이 58세, 올해 유경이랑 해피하게 여행하는 게 감사하다.

천사의 성까지 가기 힘들어서 야경투어로 보자 하고 들어왔지만 내일 아씨시로 떠나야 해서 조금은 힘들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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