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고플 때 하나씩 꺼내어 보는 것들 : 마음채움 책과 서평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인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의 왕자.
어린 시절 그림책으로 읽었던 행복한 왕자를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읽게 되었어요.
이상하게 어린 시절에도 이 책을 좋아하여 10번 이상 읽었던 기억이 나는 개인적으로도 소중한 책입니다.
곱고 부드러운 황금 잎으로 온 몸이 둘러싸인 행복한 왕자 동상은 커다란 루비로 장신된 멋진 칼과 사파이어의 빛나는 두 눈을 가진 아름다운 동상입니다. 이 동상을 보기 위해서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고 관광 명소가 되지요. 아마 지금 시대였으면 인스타 갬성 사진을 찍기위해 셀기꾼들이 구름 같이 몰려 들었을거에요.
어느 날 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이집트로 날아가던 작은 제비 한 마리가 왕자의 동상 발치에서 쉬어가다가 도시 사람들의 슬픔으로 슬퍼하는 왕자의 부탁들을 들어주게 됩니다. 왕자는 동상이 되기 전, 사람의 심장을 가졌을 때 아주 멋진 왕궁에서 살았고 매일 매일 파티가 계속 되는 화려한 삶을 살며 행복했어요. 그 때 왕자는 정말 행복했고 자신의 백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이 없었다고 해요. 왜냐하면 왕자는 자신만 행복하면 그걸로 만족하였고 그걸로 좋았거든요.
그러나 아름 다운 동상이 되어 도시를 바라보게 된 왕자는 이전에는 몰랐던 사람들의 슬픔이 보이게 됩니다. 아픈 아들을 간병하며 재봉일로 간신히 끼니와 약을 사는 어머니의 슬픔.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어 대본 집필을 마무리 하려고 하지만 추운 날 불을 지필 장작을 살 돈도 없는 예비 작가 청년의 슬픔. 팔고 있던 성냥을 시궁창에 빠뜨려 성냥을 팔지 못해, 집에 가져갈 돈이 없어 아버지에게 혼이 날까봐 걱정하는 성냥팔이 소녀의 슬픔. 그리고 도시에 만연해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슬픔.
이 사람들의 슬픔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왕자는 제비에게 부탁하여 자신의 칼에 있는 루비와, 사파이어 두 눈, 그리고 자신의 몸을 덮은 황금 잎들을 전해줍니다. 다른 사람들의 슬픔에 공감하며 자신의 겉모습을 아름답게 치장하던 것들을 나누어주는 왕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볼품이 없게 되고 이런 왕자를 사람들은 더 이상 좋아하지도,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도 않게됩니다.
"하지만 이제 도시를 바라보고 있으니 내가 몰랐던 슬픔이 보이는 구나."
"나의 소중한 제비야, 너는 정말 굉장한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었구나. 하지만 내게 중요한 건 사람들이 겪는 슬픔이란다. 세상에서 불행보다 더 슬프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없단다."
"이 황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렴. 사람들은 이 황금이 자신들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믿는단다."
이 과정 속에서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따뜻한 곳으로 날아가야 했던 제비는 왕자가 자신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로 자리잡아 떠나지 못하고 왕자의 부탁들을 들어줍니다. 그러다가 날씨가 너무 추워져 결국 제비는 행복한 왕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숨을 거두게 됩니다. 그 순간, 납으로 된 왕자의 심장이 둘로 갈라지게 됩니다.
도시의 사람들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은 왕자를 "필요없다"고 여기게 되고 녹여 버립니다. 그러나 왕자를 녹여도 두개로 갈라진 납으로 된 심장은 녹지를 않게 되고 사람들은 죽은 제비가 놓여 있던 쓰레기장으로 왕자의 심장을 버리게 됩니다. 그 이후 하나님이 천사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두 가지를 찾아오라고 하자, 천사들은 작은 제비의 몸과 행복한 왕자의 심장을 가져가게 되고 둘은 생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천국의 정원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게 됩니다.
제목인 '행복한 왕자'라는 타이틀이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찾고 싶어합니다. 무엇이 행복인지. 행복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행복이란 소중한 가족과 주변 관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행복은 꿈을 찾고 자아실현을 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것이 행복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 읽었을 때는 이 책이 주는 교훈이 물질적이고 겉으로 보여지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내면이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행복한 왕자 처럼 다른 사람을 돌아보며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어른이 되어 이 책을 읽어 보니 단순히 그냥 교훈을 주는 책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참 '행복한 왕자'라는 제목이 너무도 많은 뜻을 가지고 있고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더 나이가 먹으면 그 '행복한 왕자'라는 의미가 또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의 저에게 '행복한 왕자'가 주는 의미는 단순히 물질적인 것, 세상의 가치, 내면 이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더 초점을 맞추고 싶은것은 바로 '누군가에게 소중한 것의 존재' 입니다. 어린 시절을 지나 사회에 나와 보면서는 단순히 돈이라는 것이 좋고 나쁨의 성질로 이분법적으로 분리 되기 매우 힘든 존재라는 것을 미약하게 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데에 돈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돈을 쫓는 사람들을 단순하게 나쁘다 좋다로 분류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행복한 왕자가 동상이 되기 전, 풍족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생각하며 행복하였던 것을 나쁘다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왕자의 황금 잎들을 가지게 되어 행복해 하는 사람들을 나쁘다 할 수 없습니다. 단지, 현재 각자의 상황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사람들을 바라고 그것을 가졌을 때 행복하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상이 되기 전 행복한 왕자는 아마도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 였을 겁니다. 그러다가 동상이 된 후 사람들의 슬픔을 보고 나서는 도시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고 그들의 행복을 간절히 바랐을 것입니다. 또한 지나가던 손님에 불과했던 제비는 행복한 왕자가 자신에게도 너무나 소중한 존재가 되버려 그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의 곁에 남아 있는 선택을 했을 겁니다. 더불어서 재봉일 하는 어머니에게 소중한 것은 아픈 아들이고 그 아들의 치료를 위해서 치료비가 필요했을 겁니다. 작가가 꿈이었던 청년에게 소중했던 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글을 쓸 환경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따라서 소중한 '것', 그러니까 소중한 '대상'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가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가 행복과 슬픔을 가르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소중한 존재를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할 건지도 행복의 크기를 가르는 중요한 키가 되지 않을까요.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행복한 왕자는 그렇기 때문에 겉모습은 녹아도 그 마음은 영원히 지켜지지 않았을까요? 요즘의 청년들, 그리고 나이불문 하고 요즘의 대한민국 사람들 마음속에 가장 많이 드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지?'일 것입니다. 그 질문에 120년 전에 서거하신 오스카 와일드는 행복한 왕자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지금 너한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봐"
라고 말이죠.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최근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재밌었던 것은 일러스트가 매우 재치가 있습니다. 정형화된 행복한 왕자의 느낌에서 벗어나 왕자도 제비도 위트가 있달까요?
왕자의 과거 모습을 묘사하면서 그린 일러스트가 참 재미있다고 느끼며 웃음이 피식 났습니다.
따뜻한 곳을 꿈꾸며 상상하는 제비의 꿈을 표현한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같은 이야기이지만 다양한 작가의 삽화 버전으로 읽어보는 것도 매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행복한 왕자를 읽으며 제가 행복해졌습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덧!
저는 그림책을 매우 좋아하고 그림책에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심리치료 과정에서 그림책을 도구로 활용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 곳을 방문해주시는 여러분 중 인상깊게 읽거나 마음에 와닿았던 좋은 그림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여러분이 주시는 정보가 한 치료자의 성장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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