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고플 때 하나씩 꺼내어 보는 것들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서 가장 짜증나고 힘든 상황은 바로 '선을 넘는' 상황일 것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옛날 이야기인 것 같지만 초등학교 때 짝꿍이 책상에 그어진 선을 넘었을 때
친구가 말도 없이 내 볼펜을 빌려 갔을 때
가족들이 내 옷을 말도 없이 입었을 때
시어머니가 내 냉장고를 말도 없이 뒤졌을 때
시어머니가 내 집을 말도 없이 문을 따고 들어왔을 때
사람 마다 그 선의 종류와 범위는 다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내가 설정한 선을 넘어오면 짜증나는게 인지 상정이다.
선을 넘는 주체는 친구, 애인, 부부, 가족, 아이들 등 다양하겠지만 애매하고 선을 설정하기 어려우며 선을 넘어왔을 때 반응하기 어려운 중에 하나가 직장생활 내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 '내일은 내일, 니 일은 내일'이 되는 상황이 다반사가 될 수도 있으며 처음에는 도와주는 개념이 되었는데 담당자들이 바뀌고 년이 바뀌면서 이전에 했던 사람이 자연스럽게 그 업무의 담당이 되면서 빼기가 굉장히 애매해진다. 그리고 야속하게도 일을 못하거나 거절하는 사람들한테는 일이 가지 않고 열심히하고 잘하는 사람들한테 일이 몰치는 아주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더불어서 이러한 사람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면 그전에도 했는데 왜 이러냐는 식으로 반박한다.
나의 경우에는 거절을 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가 죄책감과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난 번에 내 일을 조금 도와줬는데 거절 해도 될까?
지금 거절하면 나중에 나도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 때 안도와 주면 어쩌지?
내가 거절하면 저 사람이 상처 받지 않을까?
그러나 이것은 오산 중의 오산이었다.
저자에 의하면 내가 거절을 하지 않고 양보한다고 해서 상황이 항상 괜찮으면 다행인데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내가 양보한다고 해서 남들이 꼭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당신은 '문제를 일으킬 바에야 내가 참지 뭐'하며 자신의 주장을 포기하고 남에게 양보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 그런 선의의 행동은 진심으로 남을 배려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어쩌면 남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거나 '내가 남들에게 맞춰줘야 남들도 언젠가는 나를 배려해줄 것'이라는 계산 때문일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습관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대개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자신의 의사를 뒤로 밀어놓고 남들의 생각부터 먼저 묻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남들만 우선시하다 보면 자신의 행복은 항상 뒤로 밀려 어디에 쳐박혀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 잘 생각해보면, 자신이 양보한다고 해서 남들이 꼭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일단은 내가 먼저 행복해지는 게 중요하고, 주위 사람은 그 다음 순위다. 이렇게 살아야 일상이 즐겁고 인간관계도 순조롭다. (p. 6-7)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거절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네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건전한 영역 의식 갖기 : 자신과 타인 간의 선긋기로 자신의 자유를 지키고 상대방의 자유도 존중하는 것
2) 자기 신뢰감 쌓기 : 남들의 간섭이나 사소한 의견 등에도 동요하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
3) 무의식 속 죄책감 없애기 : 남들의 기대를 저버리거나 불만을 사더라도 충분한 판단 없이 무조건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거나 미안해하는 버릇을 없애는 것
4) 자신의 힘은 자신을 위해 사용하기 : 자기가 바라는 일과 바라지 않는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내가 원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에더 많은 힘을 쏟는 것
거절하기가 매우 어려워 '싫은 소리 할 바에는 내가 그냥 참고 하지 뭐'라는 경우가 많았던 나한테는 이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이 너무나 와닿았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그라운딩이 되어 있는가'이다.
'그라운딩(Grounding)'이란 '지면에 발이 붙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라운딩이 되어 있는 사람은 남들이 정신적으로 침범하기 어렵다. 부탁하기 쉬운 사람 또는 비교나 질투의 대상이 되기 쉬운 사람은 그라운딩이 약한 경우가 매우 많다. 남들이 함부로 대하거나 질투하는 대상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축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다 보면 갖고 있던 가치관이 무너져 남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잃고 만다. 다시 말해 자신의 축에 틈이 생겨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기 쉬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다는 뜻이다. 틈이 생기면 당신과 타인 간의 선이 흐려질 뿐만 아니라, 남들도 그 틈을 간파하고선 무의식적으로 당신의 영역을 침범해도 된다고 느낀다. 결과적으로 영역 침범이 쉬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 그렇다면 그렇게 흔들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면에 발을 굳건히 붙이고 살아야 한다. (p.26~30)
나는 내가 상대방이 하는 행동이 편치 않고, 상대방이 하는 부탁이 좋지 않지만 거절하지 않고 해주는 것이 관계를 좋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결국에는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상대방을 배려하고 도와주었지만 그것이 관계를 더 악화시킬 때도 있었다. 우리의 마음과 의중은 단순히 말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가지 행동, 표정 등 비언어적인 메세지가 주는 의미도 매우 크다. 그래서 아무리 말로는 'YES'라고 하고 나의 속마음을 숨기려고 해도 아마도 나의 여러가지 표정과 행동으로 드러났을 것이다. 결국 일은 일대로 다하고 좋은 소리 듣는 것이 아니라 서로 찝찝하고 불편한 상태로 일이 마무리 될 가능성도 크다.
또한 때로는 상대방을 위해 하나라도 더 내가 일을 하려고 할 때도 있었는데 이것도 서로에게 좋지 못한 관계였다. 해주는 사람은 해주는 사람대로 오버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게 되고 불평 불만이 생긴다. 또한 그것을 당하는 사람도 그 사람이 스스로 해결하여 유능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들에서 필요했던 것은 명확한 선긋기와 분배(일에서 따지면 업무 분장)였다. 즉, 그라운딩을 잘 하여 나의 축을 벗어나지 않고 내 몫을 상대방에 던지거나 상대방의 몫을 나한테 가져오지 않고 지면에 발이 잘 붙어 있어 내 몫을 하면서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상태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러나 실제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서 이 중심을 잘 잡으려고 해도 주변의 온갖 사람들과 또라이 불변의 법칙으로 이것을 지키기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나를 먼저 우선순위에 두고 나의 마음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잘 살펴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을 마무리 하며 저자가 마지막 페이지에 적은 말이 가슴에 사무친다.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할 말이다.
"자기 인생은 자신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
우리 주위에는 '남들과 문제가 생겨도 다퉈서 기분이 상할 바에야 내가 참고 말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참을성'은 일반적으로 어릴 때 부모의 육아로 길러진 가치관이다. 그런데 내가 참는다 해서 인간관계가 원만해지는 것은 아님을 당신은 지금까지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에게든 자기 나름의 생각이 있고, 그래서 남들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누군가 이래라저래라 해서 혹은 누군가와 비교 대상이 되어서 일상이 힘들어도 일단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하는게 좋다. 즉, 자신을 우선시하고 자기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행복에는 우선 순위가 있다.
가장 중요한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러므로 일단은 내가 만족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소중히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자신이 만족해야 결과적으로 인간관계도 원만해지고 일도 잘 풀리며 자연스럽게 돈도 벌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결과적으로 주위 사람들도 행복해진다.
당신의 행복과 주위 사람들의 행복은 공존한다. 우리 모두는 자기 인생만 책임질 수 있다. 남들의 인생은 각자의 몫이다.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하게 사는 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p. 196~198)
기억하자. 우리는 자기 인생만 책임질 수 있다. 오지랖 부리지 말자. 그것은 오산이다.
선을 넘지도 가져오지도 말자. 나의 인생에 책임을 지자.
덧붙여 일본 작가가 쓴 책이지만 특유의 일본 말투 없이 번역이 너무 깔끔하여 놀랐다. 내용도 좋고 번역도 매우 좋은 책이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덧!
저는 그림책을 매우 좋아하고 그림책에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심리치료 과정에서 그림책을 도구로 활용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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