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간단한 것을!
택시를 탔다. 그것도 생판 모르는 길을. 더군다나 여긴 한국이 아니었다. 싱가폴. 사촌 언니를 따라 나선 덤 여행에서 말이다. 3박4일 중 2일간의 세미나를 두고 나머지 2일은 패키지였다. 가이드가 안내해준다해서 안심했는데 어째서 택시를 타게 되었을까.
아침부터 언니의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단체로 온 여행이니 쉬는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묵었던 호텔은 침대도 더블에 방이 굉장히 넓었다. 같이 호텔에서 뒹굴어도 좋다 했다. 하지만 아니라며 약속장소인 호텔 로비로 가자했다. 어쩌면 첫 여행인 나때문인지도 몰랐다.
언니는 싱가폴에 갈때부터 내가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써줬다. 비행기 좌석은 창가로, 헤매지 않게 내 옆에 있어줬다. 호텔에서도 그랬다. 아침 부페에는 직원이 물을 직접 따라 줬다. 더운 나라인데도 그날따라 뜨거운 물이 먹고 싶어서 물을 달라해야하는데 뭐라고 해야할지 몰랐다. 그러는 사이 언니가 웨이터를 불렀다. 그리곤 딱 두마디를 했다. '핫 워러 플리즈.'
머라이언이라는 싱가폴의 유명한 사자인어상을 보러 갔을때도 사람들이 붐비면 '익스큐즈미'를 외치면서 내손을 잡고 길을 헤쳐 나갔다. 호텔 앞에 있던 편의점에 가서 물건을 살때도, 내게 노점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사줄때도 언니는 너무나 간단한 '땡큐'를 거리낌없이 썼다.
거창한 영어가 아니었다. 알고 있는 영어를 몸짓과 함께 이야기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서 너무 부러웠다. 그게 다였다. 나는 언제쯤 그럴수 있을까, 언제 그렇게 될까. 여행중 내색하지 못했지만 종일 그 생각 뿐이었다.
택시는 순식간에 호텔 정문에 도착했다. 고가도로에 시청같은 건물 여러개를 지나치길래 어디론가 납치라도 당하는게 아닐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요금이나 대처할 상황은 이미 가이드가 끝낸 뒤였기에 내가 할 건 없었다. 단지 땡큐 한마디 밖에. 하지만 성에 차지 않는 땡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