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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17. 2024

오르는 물가

물 값 아끼겠다는 아들

주말, 아들과 체험할 수 있는 카페를 검색하다 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차라리 키즈카페 보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체험도 의미가 있으니 더 알아보기로 한다.

한 번 체험하면 어른들 커피와 간식까지 5만 원, 하지만 아들 녀석이 하고 싶은 체험은 두 가지 이상이다.

체험 활동이 하나씩 늘수록 가격은 계속 늘고, 순식간에 10만 원 돈 찍겠다는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 

가격을 생각하니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체험은 체험대로 하고 밥 한 끼 먹으면 하루가 다 지나가는 것도 아니고 단 몇 시간만 흐를 뿐이다.

우리 같은 아침형인 가족에겐 하루는 참 길다.








날씨는 제법 추워지고 실내로 알아보며 이동하는 차 안, 역시나 가격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다.

올해 초 신랑 혼자 벌고 있으니 나도 일 좀 해보려고 알아보다가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어서 그 이후를 알아보니 어느새 여름방학, 또 그 이후를 알아보다 보니 아들의 고열로 인한 결석,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의 엄마로서 살면서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

시댁은 경북, 친정 역시 다리 불편한 친정 아빠에게 한 시간 거리의 아들 등하교를 맡길 수도 없는 노릇, 새엄마 역시 아직 일을 하고 계신다.

올 겨울엔 학교 석면공사가 있다.

그래서 여름 방학이 2주로 짧았기에 올 겨울방학은 두 달 이상이 될 것, 역시 엄마가 일하긴 쉽지 않다.








아끼는 수밖에 없다.

결론이 참 간단해서 씁쓸하다.

맞벌이하는 부부 중에 엄마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쉽지가 않다.

눈치만 보다가 퇴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이가 둘 이상은 서로가 봐주고 놀아주고 의지가 된다고도 하지만 외동은 부모가 없는 시간 동안 아이가 나약해진 모습이 안쓰럽다고 눈물을 흘리는 엄마도 있다.

아직까지는 마음이 여리고 언제 아플지 모르는 아들 녀석 걱정이 앞서는 것도 엄마로서 당연하다.

마냥 방심할 수 없는 엄마라는 자리,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오는 걸 세심한 아들 녀석이 알아차린다.

"엄마, 씻을 때 최대한 빨리 씻고 있는데도 물값이 비싸요?"

"잉? 아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말을 귀담아듣고 있다가 자기가 말할 타이밍이란 걸 생각하고는 스스로 아끼고 있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엉뚱하지만 기특한 아들 녀석은 물가를 물 값으로 생각했다.

물을 아끼면 되는 줄 알았던 아들의 귀여움으로 인해 고민했던 걱정거리가 가볍게 시라졌다.

그래, 생각만 해서는 답도 안 나온다.

나는 내 자리에서 최대한 아끼면서 최대한 많은 활동, 많은 추억을 쌓을 고민만 하면 된다.

각자 형편에 맞게 살면 되는 것이고, 만족하면 되는 것이다.

걱정은 해봐야 쓸데없다.

분수 것 살자.

아들에게 물가를 설명하며 이해시키고 나니 아들 녀석은 물부터 아껴 쓰겠다는 말을 한다.

"그래, 걱정만 하지 말고 우리 실천하자! 실제로 아껴보자.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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