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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Dec 08. 2024

누나의 두 별, 동생들을 뒤로하고

현실로 돌아온 친구

다시, 빠르게 일상을 찾아야 하는 현실, 주말이다.

눈 뜨자마자 동생들 생각에 아침부터 아들 녀석 데리고 가족공원을 찾았다.

"조카가 예쁜 꽃으로 골라주면 삼촌들이 좋아하실 거야~"

"큰삼촌은 크니까 큰 꽃, 작은 삼촌은 알록달록한 걸 좋아하니까 화려한 꽃이요!"

"삼촌들이 엄청 좋아하겠네~!^^"

꽃을 들고 동생들이 있는 평온당으로 들어서자마자 누나로 돌아온 나는 동생들을 볼 생각에 가슴 한편이 아리다.

왜 그렇게 갑자기 별이 됐을까, 갑자기 찾아온 이별, 그때 그 순간은 고통이었는데 벌써 10년, 8년 전이다.

아까운 녀석들, 아직도 젊디 젊은 내 동생들, 보고 싶다.

 





공손하게, 예쁘게 인사하는 아들 녀석을 보니 기특하고도 슬픈 마음이 몽글몽글 꽃을 피운다.

동생들이 살아 있더라면 진짜 예쁨 많이 받았을 텐데.. 많이 아쉽고 많이 그리운 오늘, 허전한 마음이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고통의 기억을 두 번이나 겪으며, 죽을 것만 같았던 통증이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멈춰 있었던 것 같다.

이럴 땐 아빠 생각이 많이 나지만 차마 보러 갈 수 없다.

언제고 갑자기 터질지 모를 눈물샘을 가진 탓에 친정이 코 앞이라도 가지 않는다.

오늘은 조용히 동생들에게 인사만 하고 돌아가야지.

잠시 가족공원 안에 있는 카페에 들렀다.

잔잔한 발라드가 슬프게 들린다.

항상 마시는 따듯한 커피마저도 슬프다.

카페 안에서 심심한 아들 녀석은 잠시도 시간을 주지 않고 엄마 아빠에게 조잘조잘, 포켓몬 게임을 설명한다.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지만 아들 덕분이라 해야 할까, 오늘은 슬픈 감정이 올라오려다가도 산통을 깨는 아들 녀석이라, 꾸역꾸역 참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신랑에게 문자 한 통이 왔다.

직장 동료의 부고 소식, 자매상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연락,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던 사람의 부고 소식만 들었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얼굴이 잔뜩 찌푸려지며 참아왔던 눈물이 터졌다.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눈물샘은 이미 터진 탓에 눈물로 세수한 느낌, 신랑도 아들 녀석도 당황하며 휴지를 건네지만 눈물을 닦아내려 눈에 갖다 대기 무섭게 젖어든다.

담담히 동생들에게 인사하러 왔다가 조용히 돌아가려고 했지만 결국 이렇게 슬픈 마음을 들켰다.

주체가 안 되는 눈물을 쏟아내고 보니 아들 녀석이 눈치를 살피며 눈웃음을 보여준다.

잠깐의 시간 동안 얌전하게 있어준 덕에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한 나는 다시 현실로, 엄마로 돌아왔다.






일부러 찾아온 가족공원이니까 천천히 산책하고 가자는 말에 아들 녀석은 포켓몬 잡으러 가잔다.

"그래, 포켓몬.. 잡으러 가자.^^"

신나서 그런가, 눈치를 챙긴 것인가, 옷 입으라고 하면 한참 걸리는 아들 녀석이, 카페 안에서 벗어뒀던 패딩을 엄마 아빠보다 먼저 입고 기다린다.

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아들 녀석과 닮은듯한 앞니 빠진 나무 조각상을 아들이 먼저 발견한다.

자신이 먼저 앞니 빠진 모습이 같다며 웃어 보이니 더 도드라져 보이는 구멍 난 앞니가 귀엽게만 느껴진다.

아들덕에 한바탕 웃었다.

설레고 신나 하는 아들 표정, 순수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슬픔은 그만, 기분 전환도 할 겸 마음도 환기시키며 빠르게 아들의 흥을, 분위기를 따라갈 수 있었다.

목소리도 커지고 행동도 커지는 우리들, 덩달아 신난 엄마 아빠는 결국 오늘도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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