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남편은 말이 무척 많고,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말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남편은 모든 행동이 급하고, 급한 일도 없는데 자주 뛰었다. 또, 몸을 가만히 두는 게 힘든지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에서도 몸을 자주 꼼지락댔다.
남편은 본인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몇 시간이고 집중해서 대화가 가능하고 지식적으로 아는 것도 많았지만(뭔가를 보면서 말하는 듯이 학문적/이론적인 내용을 진짜 유창하게 설명했음), 그 외의 주제에서는 이야기를 얼마 이어가지 못하고(타인의 관심사에는 전혀 집중을 못 함) 금세 본인의 관심사로 돌아와 그에 대한 이야기만 계속하고 싶어 했다.
남편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감정에 대해 공감하지 않고 대화에서 눈치 있는 반응을 하지 않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예컨대, 누군가 요즘 경기가 너무 나빠져 돈 벌기가 어렵다 하소연하면 '맞아. 요즘 너무 힘들지.'라고 위로하는 게 아니라, '지금이 단군 이래 돈 벌기가 가장 쉬운 시대인데~'라고 시작해 현재의 경제 상황과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는 식이었다. (절레절레)
남편은 책을 집중해서 읽는 게 어려웠고, 공부를 해도 시험 성적이 낮았다고 했다.
남편은 영상을 볼 때 2배속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정상 속도로 보면 너무 느리게 느껴지고, 그러면 지루해서 집중이 안 된다고 했다.
남편은 가만히 있는 게 너무 어렵고, 무언가 자극이 계속 필요하다고 했다.
남편은 초등학생 시절 수업 시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선생님께 허락을 구하지 않고) 그냥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고 했다.
남편은 친구를 사귀는 게 무척 어려웠다고 했다.
진짜 많이 속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