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뚜껑이 없는 일본 화장실

by 일본기업영업맨

일본 화장실은 전반적으로 깔끔한 편이다. 물론 지방 소도시 어딘가의 오래된 화장실 같이 비누도 손 말리는 것도 없이 영 찝찝한 곳도 있다. 하지만 보통은 건식 화장실이 대부분이라 물청소를 하는 한국 화장실과 다른 깔끔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이 자동으로 내려가는 데도 많고 물을 내리는 것도 레버가 아니라 센서 혹은 버튼이 대부분이라 물을 내리지 않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기도 하다.


세면대도 보통 자동인 곳이 많다. 수도꼭지에 센서가 있어서 손을 갖다대면 물이 나오는 곳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비누까지 자동으로 나오는 곳도 심심찮게 있다. 코로나 전부터 손을 대지 않고도 이런저런 볼일을 볼 수 있어 더욱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위생적으로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일본엔 좌변기 뚜껑이 없는 화장실이 많다는 것이다. 여자 화장실밖에 모르지만, 좌변기 구성(?)은 남자 화장실도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한국에선 보통 좌변기 뚜껑 속 괴물(?)이 있을지도 몰라서 긴장한다는 게 일반적인 감성이지만, 일본에선 그럴 걱정이 거의 없다. 다만 한국인으로서는 공기 중에 떠돌아다닐 대장균 등등이 걱정된다. 간혹 큰일을 보게 될 때는 더더욱..

확실하진 않으나, 알바처(대학 사무실) 학교에 계셨던 교수님에 의하면, 손으로 뭘 만지는 게 싫은 결벽증인 일본인이 많아서 그럴 거란다. 나도 공중화장실 변기 뚜껑은 손으로 만지기 싫어서 휴지를 조금 뜯어 휴지로 잡곤 한다. 그래도 뚜껑이 필요없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말이다. 일본인의 결벽증이 여간 심한 게 아닌 것인지, 변기 회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없앤 건지는 모르겠지만 교수님의 말을 듣고 '나루호도なるほど(일 리가 있다, 이해가 된다, 그런 거구나 등을 말할 때 쓰는 감탄사)'라고 했다.


그렇다. 일본에서 좋아보이는 일에는 일본인들의 부정적인 면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일본인들은 공공장소에서도 소근소근하게 얘기해서 점잖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서로에 대한 관용이 적다는 것이다. 나는 조용히 하는데, 너는 왜 떠드냐. 민폐 문화의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일본 사회는 나누고 베풀고 살지만 부대끼며 산다는 느낌과는 좀 다르다.


일본의 서비스는 세계적으로도 친절한 것으로 유명하다. 눈꼬리를 한껏 내려 웃는 얼굴, 하이톤, 어깨며 손이며 무릎이며 낮아진 자세. 처음 일본에 오는 사람들이라면 어색할 것이다. 나도 아직도 한번씩은 부담스럽다. 그러나 이건 일본인들도 만만치 않은 진상 고객이 많은 것이 배경이 됐다고 본다. 일본에는 ‘카스하라(커스터머 하라스먼트, 고객갑질)’라는 말도 있듯이, 고객들을 만족시키려던 게 스탠다드가 되어 극한의 서비스가 나온 것이다.


일본은 봉투를 많이 쓴다. 편의점이나 마트 비닐봉지는 유료로 된 지 오래 됐지만, 백화점이나 기념품 가게 같은 데서는 종이가방을 기본 두 겹에 넣어주거나 선물용으로 나눌 종이가방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종이가방에 또 비닐을 씌워준다. 비가 오다가 그친 날, 백화점에서 과자를 하나 사게 됐다. 직원이 비닐 씌워드릴까요? 래서 쓰레기 나오니까 괜찮다고 하려고 했는데, 옆에 있던 일본인 친구가 ‘다 서비스니까 그냥 받아’란다. 아, 그럴까? 하고 비도 더 이상 안 오는데 비닐까지 받아버렸다. 시간도 조금 더 걸리고 쓰레기도 나오게 돼서 그렇게 득을 본 느낌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러고보니 이 친구가 백화점에서 화과자를 살 때도 종이가방을 넉넉히 받던 게 기억났다. 이럴 때 받아서 필요할 때 쓴다는 것이다. 백화점이니까 그래도 된다는 것. 물론 당연한 권리기도 하고 직원도 별 생각 없이 챙겨주긴 하지만, 엘리트에 점잖은 도쿄 태생의 친구가 억척스럽게 받으려는 게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도 진상 고객은 많지만, 개개인의 특별한 상황이 많은 것 같고, 일본은 일본인들 전체적으로 기저에 고객으로 대접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자랑하는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일본의 환대 문화)가 사실은 고객들의 요구와 서비스직의 고생의 합작품인 것.

진짜 비가 제대로 온 날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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