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이야기

달항아리를 만나다

by 박루이
Moon Jar, 2025 Louis Park, Digital Painting, 50 x 50cm


달항아리를 만나다


오랜 시간 달항아리를 바라보며 감탄해 왔지만, 정작 내 손으로 그려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리나라 달항아리가 크리스티 경매에서 60억 원에 낙찰됐다는 기사를 보고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미(美)라는 것은 시대와 시선마다 다르지만, 무엇이 이 단순한 항아리를 그렇게까지 높이 평가하게 만들었을까?


그 답을 찾고 싶은 마음에 몇 점을 그려보았다. 그러나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단아함? 소박함? 군더더기 없음?’


언뜻 떠오르는 말로도 그 항아리가 품고 있는 깊이를 다 설명할 수 없었다. 오히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얻어진 투박한 이미지 같았다. 그런데도 그 투박함이 사람의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달항아리는 본래 ‘백자 대호’라 불렸지만, 근세에 들어 달을 닮았다 하여 ‘달항아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사람들의 눈이 다르지 않았는지, 그 이름과 함께 달항아리의 인기도 높아졌다. 소장가치가 있는 미술품은 언제나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는다. 달항아리 역시 소장하는 맛과 투자 가치를 함께 지닌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많은 작가들이 달항아리를 소재로 작품을 남겼다. 재현이라기보다는, 어쩌면 동경의 행위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백자 대호를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한다. 빚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것을 아름답게 구워내는 과정은 더더욱 어렵다. 평생을 도자기에 바친 장인만이 그 어려움과 아름다움을 온전히 이해하며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림으로 달항아리를 재현한 화가들도 많다. 김환기 화백은 백자 대호를 특히 사랑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좋은 백자 항아리를 찾아다니며 사들였고, 자신의 초기 작품에 백자 항아리의 형상을 수없이 담아냈다. 일설에 따르면 ‘달항아리’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도 그가 쓰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어쩌면 그의 단색화 그림에 빼곡히 찍힌 점들 또한 모두 달항아리일지 모른다. 그에게 무수한 달항아리는 고국에 대한 향수이자, 먼저 떠난 친구들에 대한 애정의 교향곡이었다.


그런데 나는 달항아리를 그리던 중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올려다보는 저 달은 너무 멀지만, 손에 닿지 않는 곳이라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걸까? 반면,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지구는 얼마나 가까운가. 그러나 사람들은 늘 달을 동경하며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정작 자신이 서 있는 이 지구는 무심히 지나쳐 버린다. 이 아이러니가 내 마음을 깊이 흔들었다.


그래서 나는 달 대신 지구를 그리기 시작했다. 백자 항아리 위에 푸른 바다와 대륙을 조심스럽게 그려 넣으며 생각했다. 이 항아리는 더 이상 멀리 있는 달을 닮은 그릇이 아니다. 이제는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소중한 푸른 별 지구를 품은 그릇이다.


달항아리가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었던 것처럼, 언젠가 이 지구항아리도 누군가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길 바란다. 달빛처럼 은은하지만, 더 따뜻하게. 이 작은 항아리가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의 씨앗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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