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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윤 Sep 23. 2015

박氏연대기 1

제 1 부 고향

1. 무지개


여름 볕이 한창인 산등성이를 가로지르며 난 길에, 악동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앞에 선 아이가 책보를 고쳐 매더니 복숭아밭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땅바닥에 떨어진 복숭아 하나를 집어 한 잎 물더니 던져버리며 말했다.


“에이 재수 없어.”


“거봐, 따먹는 게 젤이라니깐.”


두 아이는 주먹보다 큰 복숭아를 하나씩 따서 입에 물면서 낄낄거렸다.


“이놈들아, 어여 안 나가나?”


복숭아밭을 가로지르며 몇 개를 따먹은 아이들이 흥미를 잃은 듯 밭을 나설 즈음, 멀리서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은 놀란 토끼 마냥 언덕길을 달려 올라갔다. 논둑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연신 풀숲을 걷어차던 아이들은 펄쩍거리며 도망가는 개구리를 쫓아 뛰기 시작했다. 풀밭을 덮을 듯 양손을 벌리고 몸을 던진 아이가 두 손에 개구리를 한 마리 쥐고 일어섰다. 그는 개구리를 든 채 팔을 빙빙 돌리다가 땅에 팽개치면서 외쳤다.


“야 이놈 디게 크다.”


“형, 그거 나 주라.”


동생이 애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너두 잡아.”


형은 땅바닥에 쭉 뻗은 개구리 다리에 풀을 몇 가닥 꼬아 매고는 허리에 찼다. 풀밭을 덮칠 때마다 허리춤에 개구리가 늘어났다.


멀리서 먹장구름이 따라왔다.

아이들은 개구리 잡이도 지친 듯, 개울을 따라 걸으며 쟁반만 한 아주까리 잎을 따서 머리에 쓰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우르릉거리며 하늘이 울고, 먹장구름이 어느새 그들의 머리를 지나가면서 소나기를 뿌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이리저리 비를 피해 뛰었지만, 넓은 들판에 소나기를 피할 곳은 없었다. 여름 소나기는 그들을 훑고 빠르게 지나 어느새 산등성이를 넘어서고 있었다.


“야 저 소나기 쫓아가자!”


형은 자기 옷을 적셔 놓고 도망치는 아이를 쫓듯 소리를 질렀다. 둘은 아주까리 잎을 던져 버리고 소나기를 잡으려는 듯 힘차게 달려갔다. 구름에 매달린 빗줄기들은 너울거리며 바위와 나무들 위를 날아 도망갔다. 그들은 멀리 사라져 가는 소나기를 바라보며 턱까지 차는 숨을 헐떡거렸다.


“형 저기 봐.”


동생이 손짓하는 곳엔 무지개가 발을 동동거리며 서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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