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관계에 집중하기
내가 좋아했던 친구와의 연락이 갑자기 뚝 끊겼다. 비단 나 뿐만이 아니었다. 단톡방에서 얘기가 오고갔다. 그러나 그 이유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만나면 늘 즐거웠던 친구였는데, 긍정적인 마음이 좋아 닮고 싶었던 친구였는데, 어쩌면 나만의 내적 친밀감이었나 싶어 섭섭함을 느끼고 말았다.
그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았을 때 제일 먼저 들었던 감정은 놀람이었고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부터 되었다. 연락을 해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그다음 감정은 분노였다. ‘대체 왜?’ 그동안 적지 않게 쌓아 올린 시간과 관계는 헛된 건가 싶어 억울했다. 이제는 분노의 단계를 지나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유가 있었겠지’ 싶어 납득하려고도 한다. 지금까지 연락이 끊긴 친구들이 있었으니까, 내 잘못이든 상대방의 잘못이든,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건 나와는 더 이상 이어갈 관계까진 아니었나 보다는 결론으로 이르렀다.
그래서 이제는 다 지나간 줄 알았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블로그 글을 마무리하고 이웃들의 글을 탐방하다 그 친구의 글을 발견했다. 잘 지내고 있어 다행이라는 마음이 드는 한편, 내심 서운했다. 내가 더 다가갔어야 했나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날 들었던 감정을 일기에 적다가 문득 ‘내가 왜 이런 감정에 휩싸이게 될까?’란 의문이 들었다. 정말, 그 친구가 나와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끊었다는 그 사건 때문에 힘든 걸까?
요즘 명상 수업을 들으면서 배운 점이 하나 있다. 사람들은 특정 사건 때문에 과거에 얽매이기보다는 특정 사건에 관한 판단을 자체적으로 내리고, 이를 상처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란 걸, 그런 생각을 내내 하기 때문이란 걸 말이다. 어쩌면 친구와의 연락이 끊겼다는 특정 사건보다 더 나를 마음 아프게 한 건 내가 기대한 만큼 그 친구가 나를 친밀한 사이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자체적으로 내가 내린 판단, 그래서 나와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끊어도 될 만큼의 얇은 관계였을 뿐이라고 스스로 상처 준 걸 알아챘다.
생각은 이러한 판단과 감정으로 늘 부정적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생각은 늘 일어난다. 모두와 다 잘 지내고 싶어 했던 건 내 욕심과 집착일 뿐이다. 그러니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동안 생각은 내가 주체적으로 하는 거라 믿었다. 하지만 내가 주체라면, 생각도 멈출줄 알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생각은 내가 아니다’는 걸 이젠 안다. 카밀로의 <시크릿을 깨닫다>에서는 이전 관계가 아무리 좋았다고 한들 지금은 존재하지 않은 관계라고 언급한다. 현재에 집중하기, 지금 관계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때 즐겁게 지냈던 기억은 남아있지만, 지금 이어지지 않는 과거에 연연해하지 않기로 했다. 다시 연락이 오면 반갑게 맞이해주고, 그땐 그때의 관계에 또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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