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리 Jun 11. 2024

안도 타다오의 공간 속 김수자의 성찰적 세계

김수자의 호흡으로 바라보는 자아와 우주


이미지 출처: Pinault Collection


아시아의 두 거인이 파리의 중심에서 만났습니다. 바로, 안도 타다오가 재건축한 공간인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에서 김수자의 대표작 “호흡 — 별자리(To Breathe — Constellation)”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피노 컬렉션은 김수자를 ‘라 꺄르트 블렁슈(La carte Blanche)’의 권한으로 초대하여 작가가 완전한 자유를 가지고 작품을 창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작가가 국제 무대에서 얼마나 높은 수준의 신뢰와 존중을 받고 있는지 체감하게 합니다. 


다년간 여러 공간에서 선보여 온 “호흡”은 안도 타다오의 건축적 탐구와 결합하여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마치 숨처럼 잡히지 않고 심연처럼 깊은 세계를 형상화하여, 상징적이고 성찰적인 경험을 선사합니다. 공간의 감각적 변화와 완전한 몰입으로 존재에 대해 성찰하는 김수자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펼쳐진 모두의 우주
“호흡”


(좌) “호흡 — 거울 여인”, 2006. 이미지 출처: 김수자 공식사이트, (우) “호흡”, 2023. 이미지 출처: Galeries Lafayette


김수자는 주로 정체성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주제로 삼습니다. 특히 동양철학에서 영향을 받아 빛과 공기, 영적인 생각처럼 비물질적이고, 우리의 삶처럼 덧없는 것들을 표현합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거울과 빛을 재료로 활용하기 시작했는데요.


2006년 마드리드 크리스탈 궁전(Palacio de Cristal)에서 선보인 “호흡 — 거울 여인(To Breathe — A Mirror Woman)”은 바닥 전체를 거울로 덮고, 건물의 유리창에 반투명한 회절 필름을 부착했습니다. 이로써 공간 전체에 빛의 반사와 화려한 스펙트럼을 만들어 냈습니다. 빛과 공간 그리고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작업이었지요. 건물이 거의 유리 구조로 되어있어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며, 투명함과 역동적인 에너지가 증폭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작가 자신의 호흡소리를 녹음한 청각적 요소까지 더해져, 마치 공간과 내 몸이 일체화되어 더 큰 우주와 교감하는 듯한 경험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2023년, 파리의 라파예트 갤러리(Galeries Lafayette)에서도 “호흡”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지극히 상업적이고 번화한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성찰의 공간으로 변화시키고자 했습니다. 천장 돔을 통해 여과되는 자연광과 찬란한 빛의 스펙트럼에 방문객들은 금세 매료되었지요. 물론, 백화점이라는 공간적 특성상 붐비는 인파와 소음을 모두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빛에 오롯이 집중하며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행위만으로도 작가가 의도한 명상적 경험, 바로 ‘호흡’을 하는 것이지요.


이미지 출처: Pinault Collection


작가는 이렇게 빛, 거울, 소리와 같은 단순한 요소들만을 사용하여 우리가 살아있음을 감각적으로 일깨워줍니다. 현재 파리 피노 컬렉션에서 세상의 격동과 격변을 주제로 한 ≪Le monde comme il va (흘러가는 대로의 세상)≫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요. 미술관의 메인 원형 홀인 로통드(Rotonde)에서 김수자의 “호흡 — 별자리”가 펼쳐져 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바닥을 덮고 있는 거울의 표면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단지 바닥에 거울만 깔았을 뿐인데, 유리 돔의 하늘이 마치 심연처럼 반전된 세계 가운데에서 우리는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게 됩니다. 둥둥 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뾰족한 바늘처럼 서있는 것 같기도 하지요. 다만, 작가의 “호흡”이라는 과거 일련의 프로젝트를 모른다면, 거울과 호흡의 상관관계에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또는 과거 전시에서 호흡 소리와 함께 감상한 적이 있다면, 이 공간에서는 몰입의 아쉬움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수자의 호흡이란 무위(無爲), 즉 무언가를 하려는 어떠한 의지나 의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연 상태라고 이해한다면 어떨까요?





문화예술 커뮤니티 안티에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공식사이트에서 이어서 읽기!


매거진의 이전글 파리 미술관 산책 : 루이비통 재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