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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짝 Sep 22. 2018

없는 것이 필요할 때.

제주 살이의 아쉬움.

#1. 제주 살이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마켓 컬리의 샛별배송을 이용할 수 없는 것.

방앗간이었던 올리브영과 마카롱 집을 가려면 1시간 이상 운전이 필요해진 것.

동네 심야 영화의 맛을 느낄 수 없는 영화관과의 거리.

(더 나열하다간 너무 아쉬워질 것 같다...)

이 모든 것을 제치고 가장 아쉬운 것, 친구.


친구를 좋아한다. 애인만큼이나 좋다.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는 참으로 사랑스럽다. 어릴 땐 엄마가 '친구가 그렇게 좋으면 친구랑 살어!' 라는 말을 꽤 할 정도였는데, 말이 씨가 되어 열일곱부터는 친구들과 살기도 했다.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는 친구는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고, 가까웠던 친구와 멀어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의 존재는 내 인생의 달다구리와 같아서, 없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없어서 오는 아쉬움은 죽을 만큼 크다. 고운 정 미운 정 있는 정 없는 정하며 쌓아온 '정'의 탑이 소중하여, 여전히 탑에 정을 쌓아 올리고 있는 나에게는 말이다.


제주에 지내면서도 새로운 사람을 조금씩 알게 된다.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 살짝 나가 보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만남은 대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존재가 얼마나 흔치 않은지 확인하는 시간으로 돌아왔다.


바로 그런 날의 끝에, 제주에서 친구들이 보고 싶어 진다.

룸메이트 시절처럼 유리, 도연이, 경빈이와 누워 뒹굴거리며 하잘 것 없는 이야기를 새벽까지 하고 싶고,

놀리면 야! 하고 발끈하는 모습이 귀여운 지원이랑 장난치고 싶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다음 맛있는 거를 찾는 가람이랑 낄낄거리면서 밥을 먹고 싶어 진다.



#2. 사람이 아니라, 친구가 필요할 때.

이럴 때 제주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 째, 친구들이 제주에 온다.

둘째, 내가 서울에 간다.

셋째,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한다.


간단하다. '어떻게 하지?'를 정리하고 보면, 늘 간단하다. 대개는 '그냥 한다' 혹은 '그만한다'의 변주형이다. 나의 세 가지 '그냥 한다' 중에서도 가장 멋진 건, 첫 번째. 친구들이 제주에 온다니- 상상만 해도 멋지다 싶어 정말 열심히 꼬셨다. 여행 계획이 있는 친구에게 제주를 어필하고, 시도 때도 없이 제주로 오라는 멘트를 날리고 다니면서.. :-)


그 결과, 그녀들이 제주에 왔다.

제주에서도 뒹굴뒹굴 놀다 간 유리, 도연.
제주로 가장 먼저 날아왔던 윤영.
제주에서 만나 더 반가웠던 지연쌤, 아영언니.


그들이 제주에 놀러 오면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낼  게 되고, 그건 행복에 대한 구체적 표현  하나다.


제주에 있음으로 인해 가장 아쉬운 대상이 제주를 다시 더 사랑하게도 하다니.

아무래도, 살짝 좋다. 친구도,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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