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퇴근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짝 Jun 15. 2021

Day 1|방황에도 기록이 필요하다.

제주살이 종료 후 서울살이와 월화수목금 출퇴근 생활을 재개한 지 2년이 넘었다.

첫 출근 날 "2년은 다니자"라고 말씀하신 이사님과의 약속도 지켰다.

(휴. 못 지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시간은 바쁘고 빠르게 지나갔다.

프로젝트 마감 기한을 맞추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제안서를 쓰면서, 주말에 한껏 몸부림치면서.

그 속에서 점차 가닥이 보이게 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점점 더 모르게 되는 것들도 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 하는 종류의 질문들이 그렇다.

지금 일을 얼마나 더 해야 할까?

이다음에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내가 더 해보고 싶은 것이 뭘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으니 만족하고 살겠다-' 보다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내게 더 잘 맞는 다른 세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자꾸 마음이 움직이는 개인적 성향 탓인지,

전 세계 석학들이 지적하는 '한 가지 직업에 종사하며 평생을 살아가던 삶의 방식이 앞으로는 거의 사라질 거라는 사실'*과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인생에서 여러 번 직업을 선택해야'*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사회적 변화 탓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분명한 건 직업 세계와 삶의 방향에 관한 끝없는 (정말 끝없다고 밖에는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과 '도무지 알 수가 없네!' 하는 어리둥절함이다.

그리고 분명하지 않지만 어슴푸레한 직감으로 느끼는 건.. 다음에 이어갈 스텝 역시 지금의 내가 계획한 적도 상상한 적도 없는 일일 확률이 높을 거라는 것이다. 지금껏 그래 왔듯이.

29살의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 줄 25살의 나와 26살의 나는 몰랐지, 정말로.라는 문장이 나이의 숫자만 바뀐 채 언제까지고 참인 명제로 자리 잡고 있을 거다.


그렇다면 모든 고민의 폭풍우를 겪어낸 후 지난 행로를 회고하는 결과론적인 글 말고

지금 여기서 방황하고 있는 라이브 방송형 글을 남겨보고 싶어 졌다.


온갖 것들을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몰두하고 발견하는 날들 자체를 아껴보기로 했다.

어쩌면 우리 삶 자체가 결론이나 해답이 아니라 방황에 가까울 테니까.

 

나만 모르겠는 거 아니잖아요... 그쵸?


"17세기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활약한 철학자 스피노자는 사람이든 사물이든 간에 그것이 본래의 자신다운 자신으로 있으려는 힘을 코나투스 Conatus라고 불렀다.
...
이러한 시대에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세상의 일반적인 판단을 근거로 결정할 수는 없다. 우리가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결국 다양한 일을 시도해보고 어떠한 일이 자신의 코나투스를 한껏 끌어올리는지, 혹은 반대로 훼손하는지를 경험적 감각으로 찾아내야 한다. 폴 발레리의 말처럼 시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야마구치 슈,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 (김영사, 2021) 중


(인용한 책)

* 야마구치 슈,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 (김영사, 2021)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