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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li Dec 21. 2020

두 번의 결혼식과 허니문을 일주일 만에 모두 치르다.

그것도 발리에서, 한국에서.

종로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한 것은 2017년이지만, 그 다음해 까지도 우린 결혼식을 할 마음이 당장은 없었다. 사촌동생의 프랑스 결혼식에 참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며칠 동안 계속되는 호화찬란한 그들의 프랑스에서의 결혼식을 참석한 후로 약간의 마음이 열렸다고나 할까. 그리고 우리의 결혼식에 대한 결심이 완전히 서게 한 계기는 그들의 두 번째 결혼식인 전통혼례가 한국에서 치러졌을 때이다. 그들은 충무로의 '한국의 집'에서 전통혼례를 올렸는데, 난 그제서야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멋진 한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과 이런 결혼식도 가능하구나 하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되었다.


3일 내내 놀고먹는 춤추는 프랑스의 결혼식에 한번 놀라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이 장엄하고 웅장하고 아름다운 한옥에서 열리는 색다른 전통혼례를 보고 두 번 놀란 것이다. 콧물이나 흘리던 여섯 살이나 어린 사촌동생이 이렇게 센스가 있는 사람이었다니 세 번 놀랐다. 단지 남들과 똑같은 웨딩은 진부해서 라며 결혼식을 미루던 나와 남편은 사촌동생의 전통혼례를 보고 괜찮은데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아닌 척하면서도 결혼식을 빨리 하라며 은근 압력을 불어놓고 계셨던 분은 바로 미국에서 사시는 시아버님이었다. 아버님은 2018년 여름에 우릴 방문하시고 약 2주의 시간을 함께 보내셨다. 우리 부모님을 뵙고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레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는 흘러갔다. 아마 아버님의 계획이셨을 테다. 2017년, 시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는데, 시댁 식구들은 물론 남편과 나도 그 계기로 더욱 강한 가족의 연대감을 느끼며 가족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아직 정식으로 결혼을 하지 않았던 남편을 많이 걱정한 시댁 식구들은, 혼인신고 이후로도 우리의 결혼식에 대해 물었다. 남편과 단둘이 있으실 때 아버님은 금전적인 서포트에 대해서도 말을 꺼내시며 빨리 결혼식을 하라고 둘러둘러 이야기하셨다고 한다.


그렇지만 워낙 취향 강한 나나 남편이나 웬만한 평범한 일반 결혼식은 생각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혼인신고도 먼저 하고 지금까지 버텨왔던 건데 여기서 굴복할 수는 없었다. 일단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알아보기로 했다.

일단 한국에서의 결혼식을 생각해 보았다. 외국에서 사람들을 초대하고 초스피드로 끝내버리는 예식장 웨딩은 뭔가 아쉬웠고, 자유로운 하우스웨딩을 하자니 금전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스몰웨딩도 알아보았지만, 원하는 것을 하려면 가격이 스몰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사촌동생을 통해 알게 된 전통혼례. 만약에 하자면 이거겠지. 이벤트 성이 있고, 미국에서 오는 시댁식구들과 외국에서 올 하객 친구들에겐 좋은 시간을 마련해줄 그런 결혼식이 될 것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뭐랄까, 둘만의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식이기엔 아직 부족하다.


미국에서의 결혼식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남편이나 나나 우리의 터전은 모두 여기에 있으므로, 만약 미국에서 하려면 가족만을 불러놓고 하는 쓸쓸한 스몰웨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시댁의 도움을 받는다 한들 준비서부터 모든 게 막막하다. 미국에서의 결혼식은 일단 패스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데스티네이션 웨딩을 생각하게 되었다.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한마디로 휴양지에서 하는 웨딩을 떠올리면 된다. 신랑이나 신부 그리고 하객들이 익숙한 곳에 하는 웨딩이 아니라 푸른 바다, 칵테일, 비치웨딩 등등 생각만 해도 짜릿한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내듯 치를 수 있는 결혼식이다. 추가로 허니문까지 모두 해결해버릴 수 있다는 장점을 생각했기에 고려대상이 되었다. 미국 서부 쪽에 있는 시댁과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하객들의 딱 중간 정도인 곳을 생각하니 하와이가 되었다. 하와이 웨딩이 이토록 비. 싸. 다. 는 것은 몰랐을 때까지의 이야기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큰 벽은, 사랑하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더 이상 비행기를 탈만큼 건강하시지 않다는 것. 잠시 가장 중요한 것을 잊은듯해, 바로 현실로 돌아와 쓱쓱 리스트에서 지웠다.


모두를 만족시키면서 예산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몇 달 며칠을 머리를 싸매었고 어느 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난 바로 남편에게 달려가 이야기했다.


"그럼 결혼식을 두 번 더 하자!!"


"한 번은 우리가 정말 원하는 식대로, 또 한 번은 가족들과 친구들을 위해서!"


역시나 괴상하지만 특이해서 궁합 잘 맞는 남편은 멋진 아이디어라고 말해 주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안에 서라는 부분이었는데, 나는 허니문과 우리가 원하는 결혼식을 합쳐버리는 걸로 해결하기로 했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Destination Wedding(데스티네이션 웨딩)과 Elopement Wedding(일롭먼트웨딩 - 도피식 웨딩에서 유래한 새로운 웨딩 트렌드. 단둘만 어딘가로 떠나 올리는 식을 말한다) 그리고, Weddingmoon(웨딩문 - 결혼식과 허니문을 한 번에 해결하는 웨딩)을 섞어놓은 듯한 하이브리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였다.


참 우리다운 발상이다. 안하겠다는 애들이 가장 요란하게 한다.



그러나 큰 노선은 정해졌지만, 아직 장소나 웨딩 베뉴도 정하지 않았다. 웨딩 디렉터, 머물 리조트, 그에 맞는 예산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산더미 같았다. 며칠을 밤을 새워 인터넷을 뒤지던 중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하게 되었다.

©Samabe Bali Suites and Villas 홈페이지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곳이었다.

아름다운 석양과 백사장, 덩굴식물로 장식된 카바나, 디즈니에서 나올 것 같은 촛불...


'여기다!'


라고 바로 확신이 왔고 사진이 찍힌 발리로 데스티네이션을 정하기로 했다.


푸껫, 랑카위, 팔라완, 코사무이... 정말 멋진 웨딩 베뉴들이 가득했지만 역시 발리다.

신들의 섬....

발리란 이름만으로 가지고 있는, 건드릴 수 없이 고귀한 낭만이 있다.


사실, 발리는 우리 둘 모두에게 처음이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이 한창 유행일 시기나, 동남아 여행이 한창 유행일 시기, 모두가 발리로 떠나던 그때에도 우린 마닐라 외에 가본 동남아시아가 없었다. 해변이라면 우중충한 마닐라 베이에서 충격을 받은게 다인 우리는 다른 동남아 여행지에 대해 잘 모른다.


우리는 그 사진에 나와있는 곳이 누사두아 쪽에 있는  Samabe Bali Suites and Villas  란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도 누사두아는 쿠타나 우붓같이 관광객이 북적거리는 곳이 아니라 한적하고 프라이빗 비치가 유명한 고급 리조 트지가 모여있는 곳이라고 해, 우리의 웨딩문에 제격인 그런 곳이었다. 사마베 발리는 부티크형 고급 리조트였는데 다른 곳들에 비해 웅장함은 적지만, 아담하지만 좀 더 한적하고 정말 며칠 동안 머물며 스테프들과 정말 친해질 정도로 친근하고 편안한 곳이었다.


구체적인 일정도 세워야 했다. 일단 발리가 먼저다. 한국 결혼식은 시댁 식구들이 올터이니 식 이후에 그들을 챙길 것을 생각하면 발리에 먼저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나나 남편이 휴가를 낼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니, 촉박하게 붙일 수밖에 없다. 결국, 발리문 웨딩을 끝나고 한국에 돌아오는 같은 날, 그리고 미국의 시댁 식구들을 맞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예상한대로 '한국의 집' 전통혼례로 두 번째 결혼식을 치르기로 했다. 외국에서 오는 시댁 식구들이나 친구들을 위해 무언가 특별한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전통혼례만 한 게 없었다. 그리고 사촌동생이 미리 한 해 전에 같은 곳에서 해보았기 때문에 대략적인 분위기도 파악하고 있고 실패할 이유가 없었다. 어두워질 무력 잔잔한 음악소리와 달빛이 비치는 저녁 타임의 한옥 중정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우리도 고민 없이 마지막 저녁 시간으로 식을 예약하였다. 우리가 발리에서 귀국하는 16일로부터 3일간의 텀을 둔 19일 결혼식날을 잡았다.



나는 나의 요란하지만 완벽한(?)계획에 대해 유부녀 친구에게 신나게 떠들어댔는데, 친구가 혀를 끌끌 차며 이야기하기했다.


" 야..... 발리에서 돌아오면 엄청 탈거 아냐... 피부 벗겨진 채로 한국에서 결혼식을 한다는 말이냐.. 미쳤구나.."

 

솔직히, 얼굴이 벌겋게 탄다느니, 피부가 강한 햇볕에 타 벗겨질 거라느니의 생각은 하지 못했다. 사실 웨딩 메이크업을 하면 탄 거 정도야 잘 가려질 테고 결혼사진은 대부분 포샵될 테니... 지금 보면 웃긴 게 살짝 타긴 탔다. 포토그래퍼님이 찍고 보정한 사진 외에 하객들이 보내준 사진은 정말 신랑 신부가 가장 그을려있었다. 심지어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피부 벗겨짐과 타는 것은 아무것도 사실 아니라는 것, 결혼식 전에 비행기를 놓질 수도 있다는 더 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실제 비행기를 놓칠 뻔한 이야기와 발 고름때문에 결혼식 직전까지 기브스를 차야했던 남편이야기, 발리 웨딩 문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되겠다. 


[다음 이야기] 발리 5성급 리조트에서 결혼식 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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