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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리드부아 Dec 20. 2020

삿포로 크리스마스

2019.12월

벌써, 네 번째 삿포로입니다.


이제는 우리만의 전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뱅쇼나 핫코코아를

사 마시는 것 같이 소소한 일들이지만

'드부아 가(家)'의 크리스마스 전통이라고 정하기 시작하면

점점 더 특별한 것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지금은 둘이지만 어쩌면 다음엔 셋이 되고

넷이, 아니 그 이상이 되어 함께 할 수도 있겠죠.




삿포로에서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신이 자라온 포틀랜드를 매해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그리워하던 남편과

첫 번째 삿포로를 방문했을 때,


'무언가 내가 살던 곳과 분위기가 비슷해!'


라며 남편은

매년 여기에 오자며 나를 설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엔 별로 내키지 않아 했지만

매해 그렇게 삿포로에 돌아오다 보니

점점 삿포로 크리스마스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전혀 연고가 없던 한 도시였지만

한 해 두 해 방문할 때마다

도시 곳곳에서

소소한 크리스마스의 추억들을

만들기 시작하였고

추억들로 끝내기만은 아까웠기에

 앞으로도 계속

소중한 가족의 시간을

삿포로에서 보내기로 한 것이죠


자신이 살던 고향의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남편의 말은 일리가 있기도 합니다.


우연히 삿포로 거리에서

도시의 역사에 관련된 문구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엔 남편의 고향인 포틀랜드와

삿포로가 자매도시라 쓰여 있었지요.

약 60년간 긴밀한 교류로

친밀하게 관계를 이어온 두 도시.


어쩌면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두 도시가 서로 자연스럽게 정말

닮아왔는지도 모릅니다.

(대전도 삿포로의 자매도시입니다.

남편이 처음

한국에 와서 살던 곳이 또

대전이라는 우연의 일치)




매력 넘치는 이 도시에

스케줄로,

경제적인 이유로,

그 외 다른 이유들로,

매년 오기가 힘들 수도 있겠죠.


특히, 혹이나 우리가 미국에 살게 된다면

굳이 삿포로까지 와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진 않을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지만

한국에 있는 동안은

무리가 없는 한

매년 올 것이라고

우리는 약속을 했습니다.





삿포로의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이유는,

화려해서도

재밌는 일이 넘쳐나서도 아닙니다.

그냥 적당한 크기의

적당한 볼 것이 있는 도시입니다.

쇼핑할 것이 많다던가

뉴욕이나 도쿄만큼

일루미네이션이 멋지지도 않죠.


하지만, 우리는

흩날리는 눈송이를 맞으며

걷다 추워지면 언제든 카페에 들어가

여유로이 마시는 에그녹 한잔에 행복을 느낍니다.


아주 조용하지도

아주 붐비지도 않는 도시에서

우리의 시간의 속도로

유유히 계획 없이

방랑하는 시간을 즐깁니다.


아스팔트 도로에 얇게 쌓인 눈길을

뽀득뽀득 밟으며

호텔에 돌아오는 길에 들른

편의점에서 산 맛있는 롤케이크만으로도

멋진 크리스마스를 보내기엔

충분합니다.





특별히 할 게 없어도,

별 계획이 없어도,

소박한 사치를 맘 놓고 누릴 수 있는

이 도시를 우린 사랑합니다.


현실에선

매일매일

특별하지 못한 하루하루를

조급해하며

불안해하며

진정하고

소중한 것을

잘 보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진정 소중한 것은

화려함보다는

소박함과 여유로움 속에서

 더 잘 보이는 것.


이 도시에서는

사랑하는 가족과 보내는

평범한 하루를

소중하게 보낼 수 있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매년

 삿포로에 돌아와야 할 이유입니다.  





  드부아 가(家)의 삿포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  



1.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뱅쇼 마시기



삿포로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특별합니다.

본고장의 미국이나 독일만큼

화려하지는 않겠지만,

이 생동감 있고 아기자기한

일본식 크리스마스 마켓은

우리를 설레게 하는데 충분합니다.  


멀리 포틀랜드에서 자라온 남편에게는

어린 시절 미국의 가족들과 함께한

크리스마스의 향수를 자극합니다.


한국에서 자란 내게 있어서도

크리스마스는 어린 시절 가족과

행복했던 기억들로 가득하기에

처음으로 삿포로의 크리스마스 마켓에

 처음 방문하였을 때

우린 어린아이처럼 신났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드는 이 장소에

몇 번이나 다시 함께 방문하였고,

흩날리는 눈송이를 맞으며

함께 따뜻한 뱅쇼로 손을 녹였습니다.


한입 베어 물면 육즙 가득 핫도그와

한껏 알록달록한 토핑으로 멋을 낸 마시멜로,

여러 맛으로 달게 코팅한 피칸,

하얀 슈가파우더가 내려진 슈톨렌도 함께요.





 2.  삿포로 타워가 잘 보이는 스폿에서 사진 찍기


매해 크리스마스에 삿포로에 방문했다는 것을

인증할 사진을 어디서 남기면 좋을지

남편과 함께 고민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삿포로 타워가

가장 아름답게 들어오는 포토스폿을

2017년에 발견했는데

매해 같은 자리에서

사진을 남겨가기로 하였습니다.




   3. 크리스마스 디너는 야끼니꾸


미국의 크리스마스라 한다면

테이블 다리 부러질 듯이 차려진

따뜻한 홈메이드 요리들이 떠오릅니다.  

한 때 일본에 살 때는 크리스마스에

치킨을 먹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올해에도 돌아옵니다~"라고 시작하는

일본 KFC 광고가 있는데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에는 치킨을 먹야야 되는구나라는

주입식 교육을 받게 되었죠...


우리는 2017년에 우연히 방문한

스스키노의 야끼니꾸 펍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지역 대학생들로 보이는 무리,

데이트하는 커플,

퇴근 후 한잔 하는 것 같아 보이는 무리,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이때만큼은 모두에게

크리스마스 특유의

행복하고 화기애애한 무드가

넘친다는 것. 


운 좋게 창가 쪽 자리에 앉았는데

창밖에 소복이 쌓여있는 눈을 구경하며

야끼니꾸 *타레를 푹 찍어

남편과 서로의 입에 한 점씩 넣어주며 주고받습니다. 

야끼니꾸가 로맨틱해질 수 있는 것은

크리스마스의 삿포로에서만

가능합니다.


우린 이 모든 분위기에 홀려

에라 모르겠다

테이블 다리 무너질 듯 관광객 티 내듯

음식들을 시키고

칼로리 계산 따위 하지 않고

다 먹어버렸죠.


그리고

2019년 또다시 같은 곳을 방문하였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했고

저번에 앉았던 창가 쪽 자리에

다시 앉을 수 있는지

희망사항에 적어 두었습니다.


'정말 그 자리를 마련해줄까'

반신반의하며 당일날 가게에 들어갔고,



자리에는 다음과 같은

노트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세요."



스트라이크!

그래요. 다른 생각 하지 않을게요.

매년 크리스마스 디너는

여기에서.



4. 매년 추가되는 특별한 액티비티


평범한 삿포로도 충분히 사랑하지만

매년 질리지 않을 만한

새로운 액티비티도 1~2개씩은 꼭 추가할 것.


오타루, 아키야마 동물원,

닝구르 테라스, 삿포로 맥주박물관 등


1박 혹은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여행을 하고 삿포로를 돌아올 때는

집에 돌아오는 느낌이 들어

왠지 특별합니다.


동화 속 나라 같았던 닝구르 테라스






*타레 :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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