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lli Dec 18. 2020

사랑하는 내 동생이 결혼을 합니다.

너는 나의 베스트 프렌드. 너는 나의 소울메이트.

사랑하는 내 동생에게,


“언니 것도 하나만 더 주세요”라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언니의 군것질거리도

항상 챙기던 너는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였지.

그런 사랑스럽고 마음 넓은 아이한테

가장 무서워하던 걸 물었을 때

“언니 발”이라고 한 것은

사실 나도 좀 충격적이야!

너를 그 무서운 발로 얼마나 차댔으면

그런 대답을 했을까.

미안해, 동생!


네가 어릴 때 정말 좋아하던 그림책

하나가 있었는데,

지금처럼 너는 본 걸 또 보고,

읽은 걸 또 읽는 아이였기에

그 그림책을 매일매일 엄마한테 읽어달라곤 했어.


책의 내용은...

동생이 어느 날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언니가 엄마랑 아빠와 함께

동생이 입원한 병원에 병문안을 하러 가서

동생을 돌봐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매우 잔잔하지만 뭉클한 것이었어.


어린아이가 왜 그 책을 그토록 좋아했을까?

책의 시점이 언니의 시점이었는데

너는 너를 동생 역에 진짜 대입시켰는지,

특히나 아픈 동생을 걱정하며

언니가 병문안 오는 장면을 좋아했었지.


우리는 어린 시절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행복하고 웃기고 즐거웠던

기억들로 가득 차 있어.


네가 없는 나의 어린 시절은 생각할 수도 없지.

우린 자매지만 베스트프렌드이고 소울메이트였어.

절대 떨어져 본 적 없고

모든 걸 함께 하는 우리였는데,

호주에 유학 온 나를 홀로 떼어놓고

엄마 아빠와 너만 돌아와야 하는 날 아침,

그날 아침을 난 평생 잊을 수가 없어.


공항갈 채비를 마치고

너는 갑자기 말이 없어졌어.

나를 아무 말 없이 계속 쳐다보기만 했지..

무슨 말을 하려는 듯, 머뭇머뭇거리더니

이내 닭똥 같은 눈물을

우르르르 떨어뜨리기 시작했어.

너는 애통하게 울기 시작했어.

우는 너를 보니 나도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고,

우리는 함께 껴안고 울기 시작했지.


그날 나를 위해 흘리던 너의 눈물을 언니는

평생 잊지 않을게.


너가 워킹홀리데이로 잠깐 일본에 왔을 때,

먼저 일본에 온 내가 널 더 돌봐야 했는데

내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되어 버린 바람에,

그 반대가 되어서 미안해.


내가 몇개월간 재취업에 실패했을 때

결국 네가 카페 알바를 시작해

언니를 먹여 살리고 돌보았네.

쌀쌀한 매일 새벽 검정 유니폼을 입고

머리를 꽉 쫌 매고 현관문을 나서는 너를

배웅할 때는 너무 미안했어.


네가 나가고 나는 집에 홀로 남아

취업준비를 하며 불안하고 초조해졌지만,

저녁이면 카페에서 그날 팔고 남은 빵들을

한 아름 들고 집에 돌아올

너가 있다고 생각하니 안심되고 

불안이 계속되는 일상에서,

그나마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었어.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 나를 버티게 한 것은 바로 너였고

결국 내가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너의 덕분인데 너한테 고맙다고

해본 적도 없었던 거 같네.

수많은 회사 면접을 보면서 떨어지는 동안

함께 슬퍼해 주고 다독여줘서 고마워!


그러고 보면

너한테 미안한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네.

나는 유학도 몇 번이나 가고,

하고 싶은 것도 그냥 맘대로 하고,

떼도 쓰고 철없이 살아왔는데

너는 늘 언니한테 양보하느라고 결국

이런저런 길로 떠밀린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문득 들 땐 미안할 뿐이야.


그렇지만 너는 정말 멋지게,

아름답게 자라

이렇게 멋진 남편도 만나

행복을 찾았네.

그런 너가 너무 대견하고,

그런 너를 볼 수 있어

나도 너무 행복해.


우리 일본에서 같이 본

TV방송에서 나왔던

자매 할머니 이야기 기억나지?

마지막에 두 할머니가

완전한 작별 인사를 할 때,

동생 할머니가 언니 할머니한테,

姉ちゃん、姉ちゃんのいもうとでよかった!”

(언니, 언니의 동생으로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야)

라고 할 때,

또 같이 울었지.


마음이 착하고 천사 같은 내 동생 승경아,

다음 생에도 다시 누군가의 언니로

태어나야 한다면,

언니는 승경이의 언니로

꼭 다시 태어날께!


사랑하는 내 동생,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언제나 행복하고

또 행복하길 바래.




-2019년 12월 어느 날.





동생에게 선물한 그림편지


1988. 9.29

너가 이 세상에 왔어!

부모님은 너에게 언제나 밝게 빛나라는 뜻에서

승경(承炅) 이라고 이름 지어주셨지.

그리고 난 언니가 되었어!


 

처음에는 너 때문에

엄마 아빠의 사랑을 모두 빼앗길까 봐 두려워

틱 현상을 겪기도 했어.




일부러 못살게 굴기도 하고

끊임없이 널 놀리고




너의 유모차도 수도 없이 뺏어 타는

질투쟁이 철없는 언니였지만




너는 세상에서 가장 지켜주고 싶은

단 하나뿐인 내 동생.




나의 한 성깔로 너를

언제나 지켜주고 싶었어,





너는 나의 베스트프렌드,

너는 나의 소울메이트,

너는 나의 하나뿐인 동생.

우리는 모든 걸 함께 했지!




다음 생에도 다시

누군가의 언니로 태어나야 한다면,




언니는 승경이의 언니로 다시 태어날게!




이제 곧 너의 결혼식이야!

세상 행복하고 아름다운 신부가 되길.

작가의 이전글 하키를 좋아하던 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